아토피 피부염의 어원은 ‘비정상적인’, ‘기묘한’이란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제 226호 뉴스엔뷰] 지난 2019년 9월 4일 유튜브 채널 ‘월드빌리지 매거진 TV’에 게재된 ‘말기암 환자 구충제로 극적 완치, 암세포 완전 관해, 암환자는 꼭 보세요’라는 제목의 10분 40초짜리 영상. 이 영상에 따르면 미국 오클라호마에 사는 조 티펜스라는 60대 남성은 2016년 말기 소세포폐암 진단을 받았고, 이듬해 1월엔 암세포 전이로 3개월의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 수의사가 ‘개 구충제를 복용하고 6주 만에 뇌암을 완치한 환자가 있다’며 티펜스에게 펜벤다졸을 복용하라고 제안했다. 티펜스는 제안에 따라 펜벤다졸을 복용하며 임상시험에 임했고, 3개월 뒤 암세포가 깨끗이 사라졌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적으로 말기 암 환자들의 펜벤다졸의 판매가 급증했다. 국내에서도 폐암 말기 투병 중인 개그맨 출신 가수 김철민(본명 김철순·53)이 펜벤다졸 복용을 알렸다. 

초반에는 치료에 호전세를 보이는 듯 했던 김철민은 약 8개월 뒤 “5개월 정도 되니 다시 간수치가 오르고, (간의) 세 군데에 (암이) 퍼져 있었다. 간에 무리를 준 것”이라면서 “다시 돌아간다면 (개 구충제를 복용하지) 않을 것이다. 저는 개인적으로 분명 실패했다”고 밝혔다.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행하는 사람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위험을 감수한다. 정보의 부족, 비싼 치료비 등도 검증되지 않은 치료 행위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비정상적인’, ‘기묘한’이란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아토피’(Atopy) 치료 역시 마찬가지다. 발병 원인이나, 치료법이 없는 아토피 피부염의 경우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으로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익명으로 <뉴스엔뷰>와의 인터뷰에 응한 아토피 환자 박성현(29. 여성)씨는 “항암 투병 중인 김철민의 펜벤다졸 복용을 보면서 아토피 환자들이 겪는 어려운 상황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면서 “아토피의 경우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는 아니지만, 많이 괴로운 병”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현재 팔과 다리, 등 쪽에 퍼진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통 받고 있다. 그는 “중학교 때 아토피 피부염이 시작됐다”면서 “일반적으로는 스테로이드와 항히스타민을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용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스테로이드와 항히스타민 사용을 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지속적인 사용에 대한 부작용의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피부 장벽이 얇아져 면역력이 약해지고 상처나 발진이 있는 부위에 사용했을 시 전신에 약 성분이 흡수될 위험이 생길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다른 치료법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후 아토피 환자들의 커뮤니티에 가입해 치료 후기 등을 살폈다. 후기와 홍보 등을 통해 26세부터 현재까지 3년간 박씨가 검증되지 않은 치료로 들인 비용은 2천만원이 넘는다. 특히 유튜브를 운영하는 한 약사의 ‘아토피 완치를 위한 약’이란 말에 속아 한 달에 90만원이 넘는 약을 매달 구매하기도 했다.

그는 “여러 경로를 통해 알게 된 치료법을 직접 해보기도 하고, 의탁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진전되는 사항은 없었다. 왜 그런지 알고 싶어 의탁한 곳에 묻기라도 하면, ‘스스로 돌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답만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박씨는 “유튜브를 운영하는 약사에게는 많은 돈을 줬다. 악화되지는 않았지만, 진전은 없었다”면서 “그런데 약사가 한 제약회사의 약만 처방했다. 결국 그만한 값어치가 없었던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이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현재 스테로이드와 항히스타민 사용을 다시 시작했다. 아직 겪지 않은 부작용보다는 최소한 효과가 있는 방법을 다시 선택한 것이다.

그는 “명확한 치료법이 있지 않은 이상 고통을 겪는 이들은 나아지기 위해 무슨 방법이든 쓴다”면서 “하나의 사례로 소개되는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것은 사람마다 차이를 보인다. 그런데 이를 상술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제 검증되지 않은 사례의 글들은 홍보인지 진짜인지 구분하기도 힘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대한아토피협회 관계자는 박씨의 사례와 관련해 “아토피피부염은 일만 가지의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일만 가지의 솔루션이 존재한다고 할 만큼 복잡한 만성피부 질환”이라면서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맹신하기 보다는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우선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분별하고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가지고 아토피 피부염 관리를 한다면 더 많은고통과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박성현씨와 대한아토피협회와의 문답식 정리 내용

※박성현씨는 ‘박’, 사단법인 대한아토피협회는 ‘협회’로 표시. 

박 : 아토피는 보통 유아시절 발생해 성장하면서 낫는다고 한다. 하지만 저의 경우 중학교 시절 발병했다.

협회 : 일반적으로 생후 2~3세의 영유아기에 아토피가 나타나기 시작하여 12~13세 전후에 없어지는 게 일반적이었으나 현재는 성인아토피로의 연속성이 30%이상 증가하였다는 보고도 발표되고 있다. 성인 아토피피부염의 특징은 영유아기에 증상이 나타났었거나 아토피피부염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또한, 아토피, 비염, 천식을 일컬어 환경성질환의 ABC라고 하는데 비염과 천식을 앓고 있는 성인도 아토피피부염에 노출될 확률이 많다고 보고 있다.

박 : 아토피 피부염을 겪으면서 가려움증이 심하고 긁음이 계속돼 피부 트러블이 심한 편이다. 대인관계에도 문제가 생길정도로 어렵다.

협회 :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은 광범위하고 심한 피부 병변과 가려움증을 동반하며 만성적인 잦은 재발로 인해 불안장애와 우울증의 발생위험성 증가, 수면장애, 사회활동 저해, 학업 또는 업무 장애, 신체 및 여가활동 제한 등 다양한 일상생활에서 만성장애를 호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토피 환우들은 정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년간 경제부담액이 700만원에 이를 만큼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 스테로이드와 항히스타민 사용을 중단하고 여러 가지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해왔다. 상태는 더욱 악화됐다. 너무 힘든 상황이다.

협회 : 아토피피부염은 일만가지의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일만가지의 솔루션이 존재한다고 할 만큼 복잡한 만성피부질환이다. 민간요법을 아주 무시하거나 맹신하기보다는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무분별하고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가지고 아토피 피부염 관리를 한다면 더 많은 고통과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박 : 사회활동마저 힘든 상황에서 일반 병원의 치료비도 너무 비싸다. 단순히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 말고는 없는지 궁금하다.

협회 : 아토피피부염 환우들의 고통을 함께하고자 사단법인 대한아토피협회에서는 18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아토피환우들의 권익을 위해 “아토피관리법안” 통과를 위한 꾸준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획기적인 치료제로 주목 받았던 특정 치료제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절차를 통해 급여화를 이루어 냄으로써 아토피환우들의 치료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부담을 절감시켜주는 노력을 했다. 이제는 고통 받는 아토피환우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의 고통도 국가가 함께 나누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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