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국제 사회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정부는 제도적인 박해와 폭력, 무국적 문제, 계속되는 군부 면책을 포함한 이 위기상황의 근본 원인에 대한 진상 규명을 꺼리고 있다.

[제 226호 뉴스엔뷰]지난 2017년 8월 발생한 미얀마 군부에 의한 자행된 로힝야 집단학살로 수만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이로 인해 90만명이 넘는 이들은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다. 

아디 인권실태보고서(2017년 4월)의 피해자들 증언을 보면 다음과 같다. 

“아버지는 95세로 너무 나이 들어 움직일 수 없는데 군인들은 기름에 적신 헝겊에 불을 붙여 집을 불태웠어요. 아버지는 산채로 태워졌어요” - 부티다웅 지역의 푸올렛 마을 출신 A씨. 

“제가 본 것만 해도 8-10여명의 여성이 강간당했어요. 어떤 군인들은 4명을 작은 오두막에 끌고 가더니 이틀 동안 강간했어요. 나중에 여성들은 죽은 채로 발견되었죠.” -푸앙푸차웅 마을 출신의 B씨

“어느 날 오전 150여명 가량의 군인과 경찰이 무장을 하고 마을로 들이닥쳤어요. 헬리콥터가 동원되어 약 2시간 동안 자동화기를 무작위로 난사했어요. 저도 그 소리를 들었어요. (중략) 우리 집으로 들이닥친 군인들은 남편을 체포하고 심각하게 구타했어요. 남편은 입에서 피를 토하고 온몸이 피로 범벅되었어요. 그리고 그들은 남편을 어디론가 데려갔죠. 그 뒤 남편을 볼 수 없었어요. 2살 아들은 어느 군인이 두 손으로 거꾸로 들어 땅에 내려찍어 죽였어요” - 에뒨쩡 마을 출신의 C씨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군의 공격 1주년을 맞은 25일 방글라데시의 쿠투팔롱 난민수용소에서 로힝야족 난민들이 정의 구현 및 고향으로의 귀환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군의 공격 1주년을 맞은 25일 방글라데시의 쿠투팔롱 난민수용소에서 로힝야족 난민들이 정의 구현 및 고향으로의 귀환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로힝야 집단학살’ 문제의 세계적 권위자 마웅 자니 박사는 이를 ‘천천히 불타오른 제노사이드(Genocide)’라고 말한다. 그는 “‘로힝야 사태’는 ‘제노사이드’정의에 들어맞는 사례”라며 “어떤 의도를 가지고 국가적으로 인종적으로 종교적으로 구성된 한 집단을 완전히 파괴함으로써 영적으로 사회적으로 육체적으로 생물학적으로 인간이 인간임을 하게 하는 모든 기본을 부정, 부인, 묵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2020년 1월 23일, 국제사법재판소(ICJ)는 미얀마 정부에 로힝야 사람들에 대한 집단학살을 막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명령했고,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미얀마 군부를 비롯한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계속되는 국제 사회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정부는 제도적인 박해와 폭력, 무국적 문제, 계속되는 군부 면책을 포함한 이 위기상황의 근본 원인에 대한 진상 규명을 꺼리고 있다. 특히 실질적인 지도자 아웅산 수치와 그의 민간 정부는 인권 침해에 대한 유엔인권특별보고관의 조사에 협조하는 것을 거듭 거부했고,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는 미얀마 정부의 제노사이드 혐의에 대해 주도적으로 방어하고 있다.

문제는 국제 범죄 혐의를 받는 미얀마 군부를 지원하는 기업이다. 미얀마 군부 권력의 핵심은 미얀마경제지주회사(이하, MEHL)로 그 소유권의 대부분이 군 부대와 전·현직 군인에게 있다. MEHL은 1990년 군부가 설립했고 오늘날까지 의류 생산, 옥광업, 제조업, 관광업 등에 이르는 다양한 산업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복합형 대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2019년 8월, 유엔 미얀마 독립국제진상조사단(FFM,이하 진상조사단)이 작성한 MEHL과 군의 유착관계에 초점을 둔 ‘군부의 경제적 이익’에 대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군부가 운영하는 기업들이 미얀마 군부의 수익창출에 기여하고 그 수익이 국제인권법과 국제인도주의법을 위반해 온 미얀마 군부의 운영비로 쓰인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무기의 이전은 미얀마의 인권 상황에 직접적이고 합리적으로 예측 가능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 역시 올해 9월  MEHL 과 군부와의 관계를 조명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엠네스티 보고서는 “MEHL은 복역 중이거나 퇴직한 군인, 개인 주주들 381,636 명과 이외 기관 주주 1,803 곳이 소유하고 있다”면서 “주주들이 지급받은 배당금 총액은 공식 환율로 계산할 때 약 180 억 달러에 달하고,이 중 MEHL 은 약 160억 달러(약 16 조 원)를 군부대로 이체했다”고 전했다.

이어 “MEHL 의 주주 목록에는 국제법상의 범죄와 다른 심각한 인권 침해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서부사령부(WesternCommand)와 같은 군부대가 포함되어 있다”면서 “서부사령부는 인종 청소의 대부분이 발생한 라카인 주(2016~2017 년)와 북부 샨 주(2018~2019 년)에서 군사작전을 총괄했다”고 설명했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은 <뉴스엔뷰>와의 통화에서 “한국기업과 정부가 이번 기회로 반인도적인 범죄가 발생하는 국가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신중한 태도로 살펴보고 향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연루되지 않도록 조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엔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