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정치는 타협이다. 우리 인생사가 타협이다. 어떻게 옳다고 생각하는 쪽으로만 살 수 있나. 그러나 원칙만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고 밝힌 점을 상기하며 이번 사태를 적용하면, 추 장관이 지적받은 절차적 문제는 정치의 영역으로 대화와 타협이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하지만 법이 보장한 절차, 즉 원칙은 현재까지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제 226호 뉴스엔뷰] “내가 알고 있는 최고의 원칙주의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을 이렇게 평가했다. 문 대통령의 좌우명도 ‘어려울수록 원칙으로 돌아가라’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단 한 차례의 식사나 환담 자리도 마련하지 않았고 청와대 내 부산경남 인맥을 대표했지만 경남고등학교 동창회에 전혀 나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여당의 한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주변의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 당시 많은 노력을 했다”면서 “원칙을 강조했고, 그것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 주변 사람들과 거리두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정치는 타협이다. 우리 인생사가 타협이다. 어떻게 옳다고 생각하는 쪽으로만 살 수 있나. 그러나 원칙만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원칙’이 비판을 받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일련의 사태 때문이다. 야권과 보수 언론은 두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라는 것이냐”며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원칙’이 비판을 받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일련의 사태 때문이다. 야권과 보수 언론은 두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라는 것이냐”며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사진/뉴시스

그런 문재인 대통령의 ‘원칙’이 비판을 받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일련의 사태 때문이다. 야권과 보수 언론은 두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라는 것이냐”며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여권 등에서는 윤 총장의 직무정지, 징계 회부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도 당일까지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지난 11월 24일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법무부는 윤 총장과 관련된 진정 및 비위 사건에 대한 감찰담당관실의 감찰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금일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고, 징계 혐의자인 검찰총장에게 직무집행의 정지를 명했다”는 기자회견 내용을 청와대는 발표 15분전에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이 일단 법에 입각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전제하면 문 대통령의 침묵은 원칙에 해당한다.

먼저 대통령은 ▲검찰총장의 임기는 보장해야 한다는 점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역시 법무부의 영역이라는 점 ▲추 장관이 절차적 비판을 받고 있지만 법적 하자가 없는 선에서 이를 행했고, 되려 법원과 법무부 감찰위원 등에서는 추 장관의 손을 들어주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앞서 문 대통령이 “정치는 타협이다. 우리 인생사가 타협이다. 어떻게 옳다고 생각하는 쪽으로만 살 수 있나. 그러나 원칙만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고 밝힌 점을 상기하며 이번 사태를 적용하면, 추 장관이 지적받은 절차적 문제는 정치의 영역으로 대화와 타협이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하지만 법이 보장한 절차, 즉 원칙은 현재까지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국민의 피로감과 정치권의 정쟁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문제는 행정부의 시스템(삼권분립 중 법무부와 검찰은 행정부이므로)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훗날 절차적 위법성 혹은 제기된 의혹의 불법이 밝혀진다면 이 문제는 다시 법원의 판단에 맡겨져야 할 문제다.

문 대통령은 조국 전 민정수석의 사태 때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마음의 빚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입장을 밝힌 시점은 조국 전 민정수석이 직을 내려놓은 다음이었다. 여론의 큰 영향도 있었지만, 윤 총장의 수사 과정에 대해서 대통령은 입을 열지 않았다. 여러 가지 비판이 있었지만 윤 총장이 행한 행위가 절차적으로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당내 여론(윤 의원을 감싸는 분위기)과 다른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6월 그는 “위안부 할머니가 없는 위안부 운동을 생각할 수 없다”면서 “위안부 할머니들은 참혹했던 삶을 증언하고 위안부 운동을 이끌어온 것만으로도 누구의 인정도 필요없이 스스로 존엄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논란은 시민단체의 활동 방식이나, 행태에 대해서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이 있다. 지금의 논란과 시련이 위안부 운동을 발전적으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원칙론이 이번 사태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진보 성향의 야권 인사는 이와 관련해 “사실상 과거 정부 시절이었으면, 경질이든 뭐가 됐든 대통령의 입을 통해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면서 “이런 과정은 국민들에게 시원함을 안겨줄 수 있으나 시스템 상에는 맞지 않는 부분을 포함해 정치적 부담도 더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이 문제가 지속되면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는 것이 맞지만, 문 대통령의 특성상 절차 과정의 추이를 지켜보고 결론을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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