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결국 공공병원 신·증설 예산을 책정하지 않았다. 국회 보건복지위가 예산안을 의결하지 않고 파행하면서 공공병원 확충 예산 ‘0원’인 정부 보건의료 예산안이 그대로 예결특위에 상정됐다.

[제 226호 뉴스엔뷰] 정부와 여당이 결국 공공병원 신·증설 예산을 책정하지 않았다. 국회 보건복지위가 예산안을 의결하지 않고 파행하면서 공공병원 확충 예산 ‘0원’인 정부 보건의료 예산안이 그대로 예결특위에 상정됐다.

현재 정부는 연내 중환자 병상을 213개 확충하겠다는 계획의 67%(144개)만을 달성했고, 긴급치료병상 지원사업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416병상 추가 확충하겠다는 목표에 턱 없이 못 미치는 30개밖에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올해) 공공병원 신축 예산은 없다”, “내년도 예산에 공공병원 증축을 위한 설계비용 85억 원을 국회에 요청했다”는 주장만 되풀이 한다.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정부의 4대 의료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집단 휴진을 이어가고 있는 지난 9월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가 공공병상 공공병원 확충과 의료인력 확충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정부의 4대 의료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집단 휴진을 이어가고 있는 지난 9월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가 공공병상 공공병원 확충과 의료인력 확충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공공의료 관련 부분을 제외하고 민간 영역에 대해서 정부는 민간보험사에 건강관리와 만성질환 치료행위를 넘겨주는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를 추진하고, DTC 유전자검사 범위를 확대하고, 가명처리된 개인의료정보를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1월 19일에는 한국판 뉴딜 회의를 통해 ‘비대면 의료’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의료민영화법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국회 기재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려 한다. ‘공공성이 필요한 부분 중 영리를 추구할 수 있는 영역은 민간에게 열어두겠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시민사회 단체들은 “공공병상 4만 개를 확충해 인구 1000명 당 공공병상 2.0개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내 공공병상이 1000명 당 1.3개로 OECD 평균 3.0개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에서 올해 예산 555조의 극히 일부인 약 2.5조 원씩만 5년간 지출해도 2.0개 달성이 가능하며, 고속도로 4~7km 비용 수준이면 공공병원 한 개를 지을 수 있다는 연구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이 같은 주장을 내놓는다.

공공의료강화를 위한 노동시민단체는 이와 관련해 “정부는 공공병원을 지으려고 해도 지자체가 의지가 없고 제도적 장벽이 많아 어렵다고 변명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국가권력을 틀어쥔 정부와 180석 여당이 제도 탓을 하는 것은 그야말로 변명에 불과하다”면서 “그간 의료영리화를 위해서 이들은 기존의 사회적 규제장치들을 파괴하는 온갖 패스트트랙과 규제샌드박스 등 초법적 장치들을 만들고 재정을 지원하며 빠르게 추진해왔다. 우리는 정부여당이 여기에 들인 노력의 단 10분의 1이라도 공공의료에 쏟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는 2019년 지역의료강화대책에서 제시한 공공병원 신축 9개 수준의 공공병원 확충 안을 조만간 재탕해서 다시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2년째 진행 없이 공전하고 있는 이런 안을 한가하게 다시 제출한다면 국민들을 우롱하는 셈이 될 것”이라면서 “게다가 신축 9개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찔끔 확충 안은 공공의료 공백인 한국 의료현실을 거의 개선하지 못한다. 공공병원을 단기적으로 최소한 17개 시도별로 2개씩 빠르게 신설하고, 지역사회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어려운 규모인 300병상 미만의 28개 지방의료원 모두 병상을 증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병원에는 관심 없는 정부여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의료영리화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이런 의료상업화 추진 여력이 있는가? 당장 대면 중환자도 감당 못하면서 무슨 비대면 의료인가. 보건위기에 건강보험 강화는커녕 민간의료보험 활성화가 웬 말인가. 의료를 오로지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천박한 인식을 언제 거둘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여당은 즉각 공공병원 확충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공공병원을 전혀 늘리지 않은 정치세력으로, 코로나19 뿐 아니라 더 수시로 찾아올 감염병 위기를 방치한 책임자들로 역사에 기록될 것임을 다시 한번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조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선임간사 인터뷰

최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보건복지부 차관 면담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공공병원 확충 의지가 없음을 확인한 바 있다”고 얘기했다. 무슨 얘기가 오고갔는가.

국회 보건복지위가 예산안을 의결하지 않고 파행하면서 보건복지부 원안이 예결특위에 의결됐다. 원안에는 공공병원 기능 강화만 있을 뿐 공공병원 확충 예산은 1원도 들어있지 않다. 복지부에서는 공공병원 확대를 위해서는 예비타당성 심사가 진행되어야지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국가재정법상 행정기관이 의지만 있다면 불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국회가 긴급 예산을 측정할 만큼 공공의료기관, 공공병상 증설이 시급한 것인가

현재 코로나19 상황은 운 좋게도 우리나라가 방역을 잘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는 예방 영역과 치료 영역으로 나뉘는데 우리는 방역으로만 겨우 메꾼 것이다. 만약, 외국 수준으로 확진자가 늘어날 경우 우리나라는 병상부족으로 대응을 전혀 못할 게 분명하다. 지난 2~3월 대구경북에서도 공공병상 부족으로 코로나 확진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대기 하거나 심지어 자택에서 사망하는 사례도 발생한 바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정부는 최소 OECD평균을 맞출 노력을 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체 병상 중 공공병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0%수준이다. OECD평균 70%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다시 말해 한국은 대부분 의료서비스를 민간에 위탁한다는 뜻이다. 만약 공공의료기관과 병상이 충분하다면 정부는 감염병 발생 시 적극적인 병상 동원이 가능하다. 반면, 민간 위탁이 대부분인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민간병원에 연락을 돌리며 ‘지원 부탁한다’며 일종의 호의를 요청해야 한다. 병상동원력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체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기관, 공공병상 비중이 높은 나라의 경우 운영을 위한 수익은 어떤 방식으로 충당하는가

공공의 영역에서 이윤을 바라는 인식 자체가 없다. 공공의료기관은 일반적으로 이윤을 낼 수 없는 구조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공공병원을 이용하는 대다수가 쪽방 주민, 노숙인 등 사회취약계층이다. 이 분들은 민간병원에서처럼 아주 높은 병상 비용을 병원에 지불하지 않는다. 지방의료기관 등은 보다 더 세금을 많이 걷기 위함이 목적이 아니다. 저소득층, 사회취약계층에게 의료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민간병원 대비 영업이익률이 현저하게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한국의 교육기관, 군대, 소방서 등은 사람들의 인식 하에 ‘공공의 영역’에 있기 때문에 영리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초등학교가 영업이익 못 냈다고 비난받지 않지 않는가. 세금을 들여 공공서비스를 지원하는 기관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의료서비스는 공공영역에서 보장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예비타당성이라는 잣대. 즉, 이윤을 낼 수 있는가, 없는가만 따진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해 공공의료기관은 예비타당성을 면제해야한다는 법안이 올라온 상태다.

최근 여야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통과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

공공성이 필요한 부분 중 영리를 추구할 수 있는 영역은 민간에게 열어두겠다는 법이다. 서비스 산업이 발전하면 국가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영리추구를 해야 할 부분이 있고 하지 않아야 할 부분이 있는 법이다. 공공영역에서까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충분히 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마저 OECD가입국과 괴리를 줄이기 위해 공공성을 강화하는 노력 대신 민간에게 개방하려고 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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