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2400명, 하지만 ‘하청을 준’, ‘외주를 준’, ‘비정규직을 고용한’ 법인은 448만원의 벌금이 전부다.

 노동자들의 사망에는 제대로 된 책임이 없다. 지난 2019년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2400명, 하지만 ‘하청을 준’, ‘외주를 준’, ‘비정규직을 고용한’ 법인은 448만원의 벌금이 전부다. 사진은 김용균 사망 1주기 촛불집회의 모습. 사진/뉴시스
노동자들의 사망에는 제대로 된 책임이 없다. 지난 2019년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2400명, 하지만 ‘하청을 준’, ‘외주를 준’, ‘비정규직을 고용한’ 법인은 448만원의 벌금이 전부다. 사진은 김용균 사망 1주기 촛불집회의 모습. 사진/뉴시스

[제225호 뉴스엔뷰]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를 취재하다 보면 돌아오는 말이 있다.

‘하청’, ‘외주’, ‘비정규직’...‘책임 없음’

이 범주에 포함된 노동자들의 사망에는 제대로 된 책임이 없다. 지난 2019년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2400명, 하지만 ‘하청을 준’, ‘외주를 준’, ‘비정규직을 고용한’ 법인은 448만원의 벌금이 전부다.

지난 9월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다음과 같은 글을 실었다.

“사업장 90%가 법을 위반하고 산업안전보건법 범죄 재범률이 97%라고 하는데 여전히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은 고작 벌금 450만 원에 솜방망이 처벌뿐입니다. 2008년 이천 냉동창고에서 40명의 건설노동자가 죽었지만 기업의 벌금은 노동자 1명당 50만 원에 불과했고, 결국 2020년 한익스프레스 이천 물류창고 현장에서 또다시 38명의 노동자가 죽었습니다. 원청인 재벌 대기업은 위험을 외주화해서 하청 노동자가 사망해도 하청 업체만 처벌받을 뿐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용균이도 원청이 정한 업무수칙을 다 지키면서 일했지만, 사고 이후 원청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습니다. 대구지하철 참사도 기관사만 처벌받았고, 세월호, 가습기 살균제도 책임자들은 처벌은커녕 기소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말단 관리자와 노동자만 처벌하는 꼬리 자르기식 처벌로는 기업이 재발방지를 위한 개선을 강제할 수 없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무엇을 담았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기업의 조직문화,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 등으로 사업장,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인명 피해를 발생시켰을 때 법인, 사업주, 경영책임자, 정부 책임자들을 처벌함으로써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확보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의 적용대상은 ‘근로자나 이용자 기타 사람의 사상 결과가 발생한 경우’로 특수고용노동자, 하청노동자, 도급용역노동자,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참사 등 일반 시민 피해도 포함된다. 2013년 삼성전자 불산가스 누출사고처럼 공장 주변 지역주민의 인명피해에도 적용된다.

또한 처벌 관련해서 사업주,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람이 사망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 사람이 다치면 5년 이하의 유기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다. 법인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 기업 내부에 위험 방지 의무를 소홀히 하도록 이를 조장, 용인, 방치하는 조직문화가 있을 때는 전년도 연 매출액의 1/10의 범위 내에서 벌금을 가중할 수 있다. 공무원 역시 그 직무를 다하지 않아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3천 만 원 이상 3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사고 발생 전에 사고를 방지하고,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재발하지 않도록 해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것이 바로 이 법의 주된 취지다.

문제는 법안 통과가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먼저 재계의 반발이 있다. 한국국경영자총협회 등 30개 경제단체는 지난 19일 의견서를 통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강한 제재규정을 포함한 과잉규제”라며 “산업안전보건문제 해결을 위한 예방적 대책보다는 사후처벌 위주로 접근해 정책적 효과성도 낮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은 원청에 하청과 공동으로 유해·위험방지의무와 사고 책임을 부과하고 있어 형법상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면서 “사고 대부분이 복합적 원인으로 발생하지만, 정부는 모든 사고의 책임을 사업주와 원청에 일방적으로 지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도 중대재해법 제정 대신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갈음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새로운 법을 만들기보다 기존의 법에서 중대 재해에 관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강화하자는 내용이다. 장철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사업주가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노동자 사망사고를 초래할 경우 개인은 500만 원, 법인은 3천만원으로 벌금의 하한액을 규정했다. 또 사업주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으로 한 번에 3명 이상의 노동자가 숨지거나 1년 동안 3명 이상 사망한 경우 최대 1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여당 일부의 이 같은 의견에 노동계는 반발한다. 노동계는 산안법 개정이 근본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반발한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대부분의 산재는 원청이 도급을 맡긴 뒤 혼재 작업을 지시하거나 발주처가 무리한 공기 단축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히 산안법상 정해진 안전설비를 설치했냐 안 했냐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별도의 법 제정을 촉구했다.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본부장도 “산안법은 애당초 산업안전보건 수칙을 정하고 위반한 행위자를 처벌하는 법이지 재해의 책임을 묻는 법이 아니다”라며 “기업 경영문화 자체가 산재를 유발하는 상황에서 산안법만 개정하겠다는 것은 지나치게 안일한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2000년대 초반부터 사업주·경영책임자·기업에 형사책임과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리는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온 바 있다.

 노동자들의 사망에는 제대로 된 책임이 없다. 지난 2019년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2400명, 하지만 ‘하청을 준’, ‘외주를 준’, ‘비정규직을 고용한’ 법인은 448만원의 벌금이 전부다. 사진/뉴시스
노동자들의 사망에는 제대로 된 책임이 없다. 지난 2019년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2400명, 하지만 ‘하청을 준’, ‘외주를 준’, ‘비정규직을 고용한’ 법인은 448만원의 벌금이 전부다. 사진/뉴시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의 쓴소리

김미숙 이사장은 지난 18일 국회를 찾아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연내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아들의 2주기가 다가오는데 아직까지도 합의안이 안나오고 있어 속이 터진다”며 “우리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자고 하는 것은 이 죽음을 막자고 하는 것이다. 왜 이런 사람들이 일하다가 목숨을 잃어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이사장은 “유족이 나서서 그 아픔을 감내하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왜 이런 것까지 해야 하는가”라며 “그것은 정치인과 정부가 나몰라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법적으로 강제 해야한다. 정말 이 사안은 처음부터 대통령이 ‘사람의 생명을 최우선 가치로 여겨서 하겠다’고 말씀 하셨는데, 그 말씀에 책임을 져야한다”면서 “(정치는) 국민을 위해서 일하라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이지, 기업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래서 민주당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당론 채택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이사장은 “이번에 진짜 물러서면 우리나라 이대로 사람들이 계속 죽는다”며 “국민들께서 정말 자신의 안위와 우리 국민의 안위를 생각한다면 이 법안을 통과되도록 제대로 된 법이 통과되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정부·여당은 지금까지와는 달라야 한다”며 “세월호가 그렇게 되고 세워진 나라 아닌가. 무엇 때문에 자기들이 거기에 있는지, 국회의원 한사람 한사람이 국민의 목숨이 정말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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