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높은 건설노동 참여에도 불구하고 현장 내 차별은 심각하다. 여성노동자들은 성차별은 물론 성범죄에 노출되는 등 열악한 업무 환경 속에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 225호 뉴스엔뷰] 건설 노동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0%. 건설현장 전체노동자 200만명 중 20만명이 여성이다. 여성의 높은 건설노동 참여에도 불구하고 현장 내 차별은 심각하다. 여성노동자들은 성차별은 물론 성범죄에 노출되는 등 열악한 업무 환경 속에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국회에서 송옥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과 김주영·권인숙·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심상정·강은미 정의당 의원의 주최로 열린 ‘양성 평등한 건설현장을 위한 제도개선 마련 토론회’에 참석한 여성 건설 노동자들이 지적한 문제는 ▲시설 ▲기회 ▲범죄다.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이 1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건설현장 여성노동자 실태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건설산업연맹 여성위원회는 건설의 날을 맞아 건설산업의 남성중심적 편견을 바로잡고 성차별적인 현실을 개선하여, 여성 건설노동자들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건설현장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이 1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건설현장 여성노동자 실태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건설산업연맹 여성위원회는 건설의 날을 맞아 건설산업의 남성중심적 편견을 바로잡고 성차별적인 현실을 개선하여, 여성 건설노동자들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건설현장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먼저 건설업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겪는 첫 번째 불편함은 ‘시설’이다. 화장실과 휴게실, 샤워실, 탈의실과 같은 기본적인 시설이 건설현장에는 남녀공용으로 돼 있다. 지난 2018년 ‘건설현장 편의시설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샤워장·탈의실을 건설현장에 설치한 비율은 44.8%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28.7%는 샤워장·탈의실의 성별을 구분하지 않았다. 화장실의 경우 남녀 구분이 잘 되어 있었지만, 대다수의 남성 노동자들이 시설등을 이유로 여자 화장실을 이용한다는 현장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2018년 여성가족부의 특정성별영향평가 증언 내용)

이와 관련해 토론회에 참석한 이은정 건설노조 여성사업 담당 국장은 “원청사 직원들이 쓰는 화장실은 깨끗하고 물이 나오는 화장실인데 일반 건설노동자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은 간이 화장실이다 보니까 푸세식이 많다. 탈의실도 남성들과 같이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옷을 갈아입기가 어려워 자기 차안에서 갈아있고 오거나 집에서부터 입고 와야 한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기회의 박탈(기회)이다. 남성 위주 현장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낮은 임금을 받고, 채용이 되지 않거나 채용 이후에 단순 업무에 배치돼 기술을 배울 기회를 갖기 어렵다. 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이 최근 건설현장에서 여성 노동자가 경험한 성차별 및 성희롱 실태를 조사한 결과, 여성노동자들은 건설현장에 진입당시부터 낮은 숙련이 요구되는 일에 배정됨으로써 경력이 쌓여도 조력공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빈번하고 기능습득 기회도 차별을 받게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한 설문 응답자의 41%는 건설현장에서 건축물을 지을 때 콘크리트를 부을 형틀을 짜는 형틀목수로 일하는 등 전문적인 영역에 종사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동료 직원 혹은 직장상사로부터 직급이나 이름이 아닌 호칭으로 불리고 있다고 답했다.

세 번째는 성범죄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건설노조가 지난 13~16일 조합원 9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9명(63%)은 현장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낀 경험이 있었다. ‘현장 사람들의 음담패설·욕설’(22%), ‘아무 데서나 볼일을 보는 현장 사람들’(68%), ‘임금·처우 비하’(10%) 등이다. 건설노조는 이와 관련해 “이러한 성차별 외에 여성노동자들은 여러 종류의 성희롱을 업무와 관계된 곳에서, 업무와 관계된 동료와 상급자들로부터 상시적으로 당하고 있다”면서 “그것으로 인한 대응절차 조차 모르고 ‘혼자 참고 넘기거나 지인에게 이야기 하는 것으로 참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희롱 문제는 여성들이 건설현장에 진입을 꺼리게 하거나 진입한 이후에도 근로를 지속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따라서 성희롱 문제를 산업안전문제로 규정하고 이를 예방·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성희롱·성차별 문제에 대해 건설현장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해결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경희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남성이 집중된 직종에서 여성 참여를 높이기 위해 여성을 위한 비전통적 고용법을 제정해 운용하고 있다”며 “건설업과 같은 남성중심적 업종에 여성 진입을 높이기 위해 여성 재취업 과정에 건설기능인력 양성 등 훈련과정을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건설노조 역시 “성평등한 건설현장 구축 및 여성건설노동자의 노동이 존중되는 정책 제안과 더불어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 수립 단계부터 여성위원의 참여를 보장하여 성 평등한 건설 현장을 만들기 위한 기초 마련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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