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쾡이 파업, 동남아권 한국 기업에서 잦아

노동집약적인 산업 진출 이후 임금 체불부터 먹튀까지

[뉴스엔뷰] ‘살쾡이 파업(wildcat strike)’이란 중앙노동조합 동의 없이 노동자 개별적으로 벌이는 비조직적 파업이다. 누가 파업을 일으켰는지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노동조합이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거나, 설립 자체가 열악한 상황에서 ‘살쾡이 파업’은 나타난다.

동남아시권 내 한국인 운영 사업장에서 ‘살쾡이 파업’의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전해졌다. 즈엉 수안 히우 베트남노총 국제국 선임부장은 지난 12일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열린 ‘전태일 50주기 국제포럼’에서 ‘한국인 소유 공장들이 살쾡이 파업으로 악명이 높은 이유’를 설명했다.

베트남 내 방제공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베트남 내 방제공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그는 “동남아권 현지 노동자들이 유독 한국인 소유 기업에서 파업하는 이유는 단기투자로 인한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이라며 “(한국 기업은)의료보험료와 사회보험료도 임금에서 공제하고는 공단에 납부하지 않는다. 많은 사용자가 단기투자 의향으로 베트남에 접근해 임금과 사회보험료를 떼먹고 달아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동부 버카시 공단에 있는 SKB의 야반도주 사건이다. 당시 SKB 공장에서는 노동자 4,000명이 일했으며, 3,800명이 여성 봉제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은 오전 7시부터 하루 10~12시간씩 일했지만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같은 해 캄보디아에서 의류업체 가원어패럴은 임금체불에 항의하는 노동자 588명을 해고하는 사건하기도 했으며, 베트남에서는 의류업체 텍스웰 비나가 노동자 1900여명의 임금 및 사회보험료를 체불하고 야반도주한 바 있다.

즈엉 수안 히우는 이와 관련해 “베트남 국민경제의 외국인 직접투자 비중에서 한국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가장 크며, 봉제업의 중소영세업체는 물론 삼성전자와 LG전자같은 대자본 생산공정의 이전 등에서 보이듯 주력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도 가속화되고 있다”면서도 “한국기업들은 건전한 노사관계 구축에는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이 동남아권 국가에 사업을 확장한 것은 2000년대 초반. 특히 봉제사업과 같이 노동집약적 산업 비중이 높은 동남아 국가에서 초기 고정비용을 제외하고, 적은 투자로도 수익 창출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문제는 ‘적은 투자’가 저임금 노동, 임금체불을 비롯해 열악한 시설환경 유지로 이어지면서 동남아권 내 파업의 비중도 증가한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2000년대 초 한국 기업 파업 건수는 수십 건에 불과했지만 2011년을 기점으로 1000건을 넘어서기도 했다.

즈엉 수안 히우는 “우리는 다른 나라의 동지들로부터 여러 가지 경험을 배우기를 원한다”면서 “글로벌 공급 사슬의 성장은 노동 기준을 침식하고 좋은 일자리의 논리적 타당성을 악화시킨다. 노동자 단체를 통한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서만 인간적이고 문명적인 글로벌 공급 사슬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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