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불복 통해 하원 이용해 재선

대통령 사면 이용해 퇴임 후 수사 피하기

[뉴스엔뷰] “트럼프는 누가 뭐라 하든 승복하지 않을 것이다. 더 나쁜 상황은 트럼프가 평화적 정권 이양을 보장하는 정상적인 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게 뻔하다. 트럼프가 앞으로 2달 반 동안 무슨 일을 할지 걱정이다. 트럼프는 새 행정부의 합법성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할 것이고, (자신에 대한) 사면안을 통과시키고, 많은 행정명령에 서명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승리하기 위해 도둑질하고 사기를 쳐도 이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다.”                                                    -메리 트럼프(도널드 트럼프의 조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집이 대단하다.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며, 부정선거를 주장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대선에서 많은 부분 부정선거의 증거가 발견됐다”면서 “합법적인 투표로 계산하면 내가 이긴다. 불법적인 우편투표를 계산하면, 그들이 우리로부터 선거를 훔쳐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공화당 측 관계자들의 선거 참관이 차단됐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블루 웨이브(민주당 지지 물결)은 없었고, 커다란 레드 웨이브(공화당 지지 물결)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주장에 미국은 사분오열되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먼저 공화당에서 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대선 최대 승부처인 펜실베이니아주의 팻 투메이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 인터뷰에서 “보기 힘들 정도”라면서 “대통령이 제기한 대규모 사기 및 선거 부정 혐의는 입증된 게 아니다. 어떠한 중대한 잘못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선거에서 부정이 이뤄지곤 한다. 그러나 그건 일반적으로 투표 용지와 관련된 소소한 것들”이라면서 “펜실베이니아에서 중대하고, 광범위한 사기 혹은 불법 행위가 벌어졌다는, 내가 아는 증거가 있나? 절대 아니다”고 주장했다.

밋 롬니 공화당 상원의원의 경우, 존 바이든을 대통령이 인정한다. 그는 “바이든 당선인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선한 의지와 존경할만한 성정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을 안다. 신께서 그들의 앞날을 축복하시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공화당 대선후보인 고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의 부인 신디 여사도 “정쟁을 넘어 더 강한 미국을 건설하기 위해 나아가자. 바이든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미국을 통합할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 '트럼프 너 해고', 그를 낙선시킨 여성들

하지만 공화당 내 트럼프 지지자 및 지도부는 침묵을 지키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지도부 내부에서는 “이 중요한 순간에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싸우지 않으면 공화당의 미래는 없다”는 생각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존 바이든의 당선이 확실시 된 지난 8일(한국시각), 뉴욕타임스 등 현지 언론은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 이날 미 서부 캘리포니아에서부터 동부 뉴욕까지 축제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지지세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마이애미에서는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하는 이들로 넘쳐났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바이든 당선인 승리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 우편투표를 배달해준 연방우체국 직원에게 시민들이 박수갈채를 보내는 영상도 화제가 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 선거 결과를 부정하는 시민들의 집회도 이어졌다. AP통신은 권총은 물론 산탄총을 소지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개표가 진행됐던 곳에 모여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전했다. 공화당 텃밭에서 바이든 후보 쪽으로 기운 애리조나주 피닉스 개표소에서는 수백명의 친트럼프 지지자들이 모이기도 했다. 이들은 “개표원들을 체포하라”, “트럼프 대통령 4년 더”, “바이든을 체포하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시위대는 소총을 소지하기도 했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개표소 앞에서도 시위대 2명이 소총을 소지한 것으로 확인됐고, 펜실베이니아주 한 개표소에서는 권총을 소지한 남성 2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7일(현지시간) 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한 성난 지지자가 조 바이든 당선 축하 군중을 향해 소리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7일(현지시간) 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한 성난 지지자가 조 바이든 당선 축하 군중을 향해 소리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미국 사분오열 만든 트럼프,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선언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첫째 재검표 소송을 통해 재선을 노린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선거 제도와 차이가 있는 미국의 특성상, 지난 3일 진행된 투표는 대통령 선출을 위한 선거인단 538명을 꾸리는 절차였다. 이를 통해 미국의 각 주는 오는 12월 8일까지 주 단위 선거 논란을 마무리 짓고, 같은 달 14일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선거인단에 의한 투표가 이뤄지면 2021년 1월 6일에는 미국 상원과 하원이 합동 회의를 열어 선거인단 투표를 개표, 결과를 공식 발표한다.

이 과정이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줄 소송을 통해 순조롭지 못하다면, 연방 하원이 대통령을, 상원이 부통령을 선출한다. 먼저 소송이 받아들여져야 하는데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성향은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소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하원의 분포도 역시 마찬가지다. 50개 주 중에서 공화당이 26개 주, 민주당이 22개 주로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이 다수당이다. 연방의회에서 대통령 선거가 돼야 되는데, 1800년도와 1824년도에 하원에 의해 대통령 선출된 전례가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소송을 통해 재선 전략을 세운 것”이라면서 “가능성이 낮지 않은 게임”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두 번째는 현재 트럼프 대통령에게 재기된 소송에 관한 것이다. 취임 후부터 트럼프는 탈세와 보험사기, 사문서 위조, 성폭행 의혹 등으로 피소됐지만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재직 중 형사소추 면제 특권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대선 패배 후 부터는 이야기가 다르다. 특권을 잃기 때문에 수사를 받아야하고, 트럼프가 구속될 가능성도 높다. 실제 현재 뉴욕 맨해튼 지검은 트럼프의 탈세 의혹 등에 대해 수사 중이며,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대통령직을 합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2021년 1월 20일까지, 범죄행위를 세탁하거나 사면받는 방법뿐이다.

미 선거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 사면권은 탄핵과 관련된 사건을 제외하고 행사할 수 있는 막대한 권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법적으로 그의 가족을 포함해 측근들을 사면할 권한이 있다”면서 “이것이 아니어도 트럼프가 잠시 물러나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자리를 승계받아 그를 사면하고 다시 복귀하는 방법도 있다. 실제 닉슨 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이 확실시되자 하원의 탄핵 표결 직전 사임, 이후 부통령이었던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이 사면한 전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셀프 사면’ 혹은 ‘관련 방법’이 여론의 비판에 직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부정선거’ 프레임으로 지지층을 확보한 뒤 이른바 ‘물타기’를 진행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를 비판해온 그의 조카 메리트럼프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영국 가디언지의 기고글을 통해 “트럼프는 누가 뭐라 하든 승복하지 않을 것이다. 더 나쁜 상황은 트럼프가 평화적 정권 이양을 보장하는 정상적인 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가 앞으로 2달 반 동안 무슨 일을 할지 걱정된다. 트럼프는 새 행정부의 합법성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할 것이며 사면안을 통과시키고, 많은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며 ”트럼프는 복수심에 불탈 것이다. 나는 그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알고 있다. 트럼프는 승리하기 위해 도둑질하고 사기를 쳐도 이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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