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김진수 기자] 농협그룹이 2020년 국정감사에서 고전을 겪었다. '농업협동조합'이라는 본래 취지가 무색하게 PB상품 40%가 수입원료를 사용하는가 하면,  농가소득 증대 및 우수 농축산물을 공급하기 위한 온라인 쇼핑몰의 3년간 영업손실이 365억원에 이르기도 했다. 또 농협유통과 하나로유통이 농축산물이 아닌 골프복, 화장품, 그릇 등 생필품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번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아울러 NH투자증권은1조원대 펀드 사기 의혹을 받는 옵티머스 자산운용의 상품을 판매했다는 의혹에 대한 집중 추궁을 받았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협중앙회, 농협금융지주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협중앙회, 농협금융지주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6일 오전 10시 국회에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렸다. 특히 농해수위는 농협중앙회 및 계열사(농협경제지주, 농협금융지주)에대한 집중적인 감사를 진행했다. 국감장에는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주요 계열사 대표로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등이 출석했다.

이날 농해수위 소속 의원들은 최근 논란이 된 이른바 '옵티머스 사태'를 핵심으로 감사를 실시했다. 먼저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먼저  NH투자증권의 상품 판매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농협 측에 요구했다.

이에 정 대표는 옵티머스 측의 상품을 접하게 된 경위 등에 대해 "김진훈 옵티머스 고문의 전화를 받고 담당자에게 접촉해보라고 메모를 넘긴 적이 있다"며 "업무 특성상 자산운용사로부터 전화가 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많은 기관으로부터 요청이 온다"고 설명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정 대표에게 정영재 전 옵티머스 대표와 인연을 물었다. 이에 그는 "2000년대 중반에 우리투자증권 시절 업무로 연이 됐다"며 "2019년경 그때 인연으로 연락이 왔고, 부동산PF 상담 요청이 왔지만, 옵티머스에 관해서는 얘기 나누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의원들은 NH투자증권의 늦은 대처, 상품 판매 승인 절차 특혜도 지적했다. 맹성규 민주당 의원은 "매출채권 허위 여부를 도급공사계약서 샘플 3가지만으로 하는 등 부실 절차가 있었다"며 상품승인소위원회를 통해 판매된 절차적 부실을 지적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협중앙회, 농협금융지주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협중앙회, 농협금융지주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옵티머스 사태 외에도 농협그룹 전반에 대한 감사도 이어졌다. 서삼석 민주당 의원은 곡물 자급률이 역대 최저치인 가운데 농협 브랜드를 달고 판매되는 PB상품의 원료 상당수가 수입산 농수축산물인 점을 비판했다. 국내 농가에서도 생산되는 제품을 수입산으로 사용하는 것은 농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농협의 설립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요지다.

서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 9월 기준 하나로 유통 PB상품 원산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총 303개의 농협 브랜드 상품의 40%인 120개에 수입원료가 사용됐다.

또 농협 브랜드 상품 중에서 국내산으로 대체가 가능한 밀, 콩, 옥수수, 쇠고기, 무 등을 수입산으로 사용한 국수, 양념쌈장, 나초, 육포, 황태해장국 등의 제품도 다수 발견됐다.

이와 관련해 서 의원은 "국내 식량 자급 향상을 위해선 자급이 떨어지는 작물 생산 농가의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해 주고 수입산 농산물 사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식량 자급이 저조하다 보니 수입에 의존하고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식량 자급이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밝혔다.

어기구 민주당 의원은 농협하나로유통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의 적자가 365억원에 이르는 점을 언급하며 농축산물이 아닌 상품 매출도 과다한 점을 지적했다.

지난 13일 어 의원은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해 "2017년 92억원이던 농협몰의 영업손실이 2019년에는 147억원으로 늘어나 최근 3년간 누적 영업적자가 365억원에 달한다. 연간 130억여원에 달하는 적자이며 심지어 매년 적자 폭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품목별 매출액을 살펴본 결과 우수 농축산물 공급이라는 운영 목적 달성에도 미흡하다. 농협몰의 품목 분류별 매출액은 2017~2019년 농축수산물 누적 매출액은 1318억원으로 전체 매출액 4435억원의 30%에 불과하다"며 "농협몰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 품목은 MRO(기업소모성자재)로 2019년에는 전체 매출 1328억원 중 693억원으로 절반 이상(52.2%)이다. 이에 반해 농축산물 및 가공식품은 전체 매출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9.1%였다"고 알렸다.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5년간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비롯하여 농협에서 운영하는 6개 대형 농축산물 매장 내 단기 판매행사에서 생필품 행사가 농축산물 행사보다 8배나 많다"고 꼬집었다.

홍 의원은 "국내 최대 농축산물 판매장을 운영하고 농협유통과 하나로유통이 농민들이 땀 흘려 기른 농축산물은 외면한 채 골프복, 화장품, 그릇 등 돈 되는 생필품 판매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농축산물보다 생필품 판매행사가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판매금액 역시 5년 동안 생필품은 976억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지만 농축산물을 583억원에 머물렀다. 결국 수익을 더 많이 가져가기 위해 농축산물보다 돈이 되는 생필품을 많이 취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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