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임증감청구권으로 보완해야"

[엄정숙 부동산전문변호사] 지난달 임대차3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가운데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도 통과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법 개정에는 항상 '명(明 밝을 명)'과 '암(暗 어두울 암)'이 존재했다. 이번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도 마찬가지다. 임차인의 주거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명(明)'이다. 임대인의 세금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졌는데 임대료는 4년 동안 5%만 올릴 수 있게 한 것은 '암(暗)'이다. 

밝은 면은 그대로 두고, 어두운 면은 수정보완 해야 한다. 민법이 규정하고,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재차 확인하고 있는 '차임증감청구권'은 어두운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임대인이 4년간 임대료를 15%까지 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31일 오후 안천시 남동구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전세, 월세'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07.31. /사진=뉴시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31일 오후 안천시 남동구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전세, 월세'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07.31. /사진=뉴시스

● 불가피한 상황의 임대인들에게 4년간 임대료를 5% 이내만 올릴 수 있게 한 것은 문제

지난달 30일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를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재적의원 187명 중 찬성 185명, 기권 2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어 3주택 이상 또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 소유자에 대해 종부세율을 최대 6.0%로 높이는 내용의 부동산 세제 법안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에 따라 임대차계약을 새로 체결하거나 갱신할 집주인들은 세입자의 2+2년 주거를 보장하고 임대료는 직전 계약의 5% 이내에서 증액할 수 있다. 여기에 예산처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납부자 평균 공시가격 12억8천 만원)의 경우 2025년까지 부담해야 할 종부세가 1인당 평균 1억2351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법 개정 전보다 6300만 원 더 늘어난 수치다. 

문제는 이 같은 정부 정책이 투기 세력 뿐만 아니라 불가피한 사정으로 1채 이상 주택을 보유한 임대인들에게까지 적용된다는 점이다. 부모의 사망이나 불가피한 경우로 1주택자 이상이 된 이들의 경우 법안 통과로 인해 내년부터 해마다 수천만 원 상당의 세금을 내야 한다.

결국 투기가 아닌 거주 및 불가피한 사정을 가진 임대인들은 개정된 세법상 많은 세금을 국가에 내야하는 상황에 처했는데,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 때문에 4년 안에 임대료를 증액할 수 있는 한도는 5% 이내에만 가능하게 되었다.

● 차임증감청구권으로 4년간 임대료를 15%까지 올릴 수도 있어

 가중된 세법으로 예상되는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자구책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그 방법으로 민법 628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11조, 주택임대차보호법 7조에 공통적으로 포함된 권리인 '차임증감청구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차임증감청구권'이란 조세 부담 증가, 경제 사정 변동으로 약속한 임대료가 부적절하다고 판단될 때 상대방에게 금액을 올리거나 내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민법 원칙상 '계약 내용'은 상대방 동의 없이 한쪽 당사자 의사만으로 바꿀 수 없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갑작스러운 입법으로 경제 사정이 급변하고 기존의 임대료가 현 시점에서 적절한 수준이 아니라고 인정될 경우 일부 수정할 수 있다.

차임증감청구권 사용으로 증액 할 수 있는 범위는 최대 5%다. 직전 계약일이나 보증금 변동 후 1년이 지난 시점부터 요구할 수 있다. 즉, 이번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일반적인 임대차계약이 4년이라고 가정할 때 5%씩 3번을 증액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쉽게 말해 임대인은 4년간 최대 15%까지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소송으로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승소를 할 수도 있고, 패소를 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법원은 임대료 재조정이 적절한지를 판단하기 위해 ▲계약 당시 기초가 됐던 사정이 현저하게 변경됐을 것 ▲사정변경을 당사자들이 예견하지 않았고 예견할 수 없었을 것 ▲사정변경이 당사자들의 책임 없는 사유로 발생했을 것 ▲기존 계약 내용을 유지하는 것이 신의칙상 현저히 부당할 것 등 ‘4가지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역시 제7조에 조세, 공과금 등을 명시하며 경제적 부담을 입증할 경우 임차인을 상대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 해 부동산 세금이 30% 이상 오른 상황이라면 임대인이 1년에 임대료를 5% 올리는 것은 법원에서도 충분히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하지만 차임증감청구권은 거의 사문화되다 시피 한 권리다. 들어간 노력에 비해 실익이 크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소송에 들인 시간, 비용, 승패의 위험성, 소송 진행 중 발생하는 크고 작은 감정적인 소모 등에 비해 얻는 실익이 크지 않다. 차임이 크지 않다면 하지 않는 편이 좋다. 그러나 차임이 크다면 도전 해 볼만 하다.

현재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의 입장이 충분히 배려되지 못한 허점이 있고, 이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그동안에는 잘 사용되지 않았던 차임증감청구권을 통해 보완되기를 바란다.

새로운 법이 임대차 시장에 연착륙할 때까지 차임증감청구권뿐 아니라 명도소송과 전세금반환소송등 임차인과 임대인 간의 법적 분쟁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와 국토부 역시 대한법률구조공단과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감정원에 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분쟁 증가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법 개정의 '명(明)’과 ‘암(暗)'. 밝은 면은 살리고, 어두운 면은 보완할 때 균형 있는 사회가 만들어져 간다.

엄정숙 부동산전문변호사. /사진=필자 제공
엄정숙 부동산전문변호사. /사진=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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