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SPC그룹에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총 647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SPC본사
SPC본사

또 계열사 법인과 허영인 SPC그룹 회장,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고발하기로 했다.

29일 공정위는 "공정거래법(독점 규제와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SPC에 시정 명령과 과징금 총 647억원을 부과하고, 허영인 SPC그룹 회장·조상호 SPC그룹 총괄 사장·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 및 파리크라상·에스피엘·비알코리아를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사별 과징금은 SPC삼립 2914400만원, 파리크라상 2523700만원, 에스피엘 764700만원, 샤니 156700만원, 비알코리아 11500만원이다. 공정위가 그동안 부당 지원 행위에 부과한 과징금 중 최대 규모다. 개인 및 법인 고발 혐의는 '통행세 거래'.

공정위에 따르면 파리크라상·에스피엘·비알코리아 등 제빵 계열사 3곳은 밀다원·에그팜·그릭슈바인·호남샤니·설목장·에스데어리푸드·호진지리산보천·샌드팜 등 생산 계열사 8곳으로부터 밀가루 등 제빵 원재료와 생수 등 완제품을 구매하는 단계 중간에 SPC삼립을 끼워 넣었다.

SPC삼립은 지난 20139~20186월 밀다원이 생산한 밀가루 2083억원어치를, 20151~20186월 에그팜 등 생산 계열사 7곳이 생산한 기타 제빵 원재료 및 완제품 2812억원을 제빵 계열사에 납품했다.

공정위 정진욱 국장은 "제빵 계열사는 그룹 차원의 지시에 따라 중간 유통업체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 SPC삼립의 원재료와 완제품을 구매해야 했다"면서 "이를 통해 제빵 계열사는 연평균 210개의 제품을 SPC삼립으로부터 사들이며 9%의 마진율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밀가루는 비계열사 제품이 더 저렴한데도 제빵 계열사는 사용량의 97%(2017년 기준)SPC삼립에서 구매했다. 같은 해 파리크라상은 강력분을 740이면 살 수 있는데 779원에 구입하고, 난황을 8307원짜리를 8899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이런 장기간의 통행세 거래로 SPC삼립은 매출액·영업이익이 늘어나고 주가가 상승했지만, 제빵 계열사가 파는 제품 가격은 올라 소비자 후생이 크게 저하됐다.

SPC계열사들은 무형자산을 SPC삼립에 저가로 부당 양도했다. 20114월 샤니는 SPC삼립에 '판매 및 연구·개발(R&D) 부문 무형 자산'(판매망)을 정상가격(40.6억원)보다 저가(285000만원)로 양도(121000만원)했다. 상표권을 8년간 무상 제공(9700만원)하면서 총 13억원을 지원했다.

당시 양산 빵 시장 점유율 1위는 샤니였지만, SPC삼립을 중심으로 판매망을 통합했다. 샤니는 0.5% 안팎의 낮은 영업익률을 받으며 SPC삼립에 양산 빵을 공급했다.

이 과정을 거쳐 SPC삼립은 73%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양산 빵 시장 1위 사업자가 됐고, SPC삼립-샤니 간 수평적 통합 및 수직적 계열화가 이뤄져 '통행세 구조'가 확립됐다.

201212월 파리크라상과 샤니는 각자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정상 가격보다 저렴하게 SPC삼립에 양도했다. 2012년 시행된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를 회피하고, 통행세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밀다원 주식을 적게 가진 SPC삼립에 밀어줬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SPC그룹 주요 계열사가 2011~2018SPC삼립에 제공한 이익 규모는 총 41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20116290억원이었던 SPC삼립의 매출액은 20171101억원으로, 이 기간 영업익은 90억원에서 287억원으로 증가했다. 2011년 초 1만원대였던 주가는 2015년 중순 41만원대까지 상승했다.

사진 = 뉴시스
사진 = 뉴시스

파리크라상과 샤니는 밀다원 지분을 적게 보유한 SPC삼립에게 밀다원 지분 전체를 이전하기도 했다.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회피하고 통행세 구조를 유지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 공정위 분석이다. 삼립이 밀다원 주식을 100% 보유하는 경우 밀다원이 SPC삼립에 판매한 밀가루 매출이 일감몰아주기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밀다원 주식 매각으로 파리크라상과 샤니의 주식 매각 손실은 각각 76억원, 37억원에 이른다.

또 공정위가 확보한 내부 자료에 따르면 SPC그룹은 허영인 회장 자녀가 보유한 SPC삼립 주식을 파리크라상에 현물 출자하거나, 파리크라상 주식과 교환해 지분율을 높였다.

SPC그룹의 지원 행위는 허영인 회장의 지시 하에 이뤄졌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허영인 회장은 그룹 주요 회의체인 주간 경영 회의와 파리크라상·SPC삼립·비알코리아 경영 회의에 참석해 내용을 보고받고, 의사 결정했다. 허영인 회장의 결정 사항은 조상호 사장과 황재복 대표 등 소수 인원에 의해 일관되게 집행됐다.

정진욱 국장은 "SPC그룹은 사실상 지주사 격인 파리크라상을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파리크라상은 총수 일가 지분율이 100%인데, 허영인 회장 자녀 지분율은 허진수씨 20.2%, 허희수씨 12.7%에 불과하다"면서 "그룹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를 위해 허영인 회장 자녀의 파리크라상 지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허영인 회장은 본인이 주관하는 주간 경영 회의에서 '통행세 발각을 피하고자 SPC삼립의 표면적 역할을 만들라'고 지시하는 등 SPC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법 위반 행위를 저지르고 은폐·조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SPC그룹은 "샤니 판매망 및 밀다원 지분 양도는 외부 기관에 의뢰해 적법 여부를 판단한 뒤 객관적으로 시행했고, 계열사 간 거래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수직 계열화 전략"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SPC삼립은 총수 일가 지분율이 낮고, 주식 시장에 상장한 회사로 승계 수단이 될 수 없다"면서 "그룹 총수가 의사결정에 관여한 바 없다고 충분히 소명했으나 과도한 처분이 이뤄져 안타깝다. 향후 의결서를 받으면 면밀히 검토해 대응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엔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