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구 신내동 700번지, 18학급 111명 규모로
학부모 "우리가 장애인 수영장 필요 요청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왼쪽)과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27일 오전 10시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중랑구 특수학교인 동진학교를 2024년 개교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을 본격화한다고 발표했다.ⓒ뉴시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왼쪽)과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27일 오전 10시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중랑구 특수학교인 동진학교를 2024년 개교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을 본격화한다고 발표했다.ⓒ뉴시스

[뉴스엔뷰] 서울시교육청과 중랑구청이 공립 특수학교인 동진학교 개교 시점을 2024년 9월로 확정했다. 7년 진통 끝에 설립 부지 선정과 교내 복합화시설 종류, 예산을 정한 것이다.

27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진학교 설립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는 무엇보다도 양측이 합의를 이루기까지 장장 7년의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류 구청장은 "지역사회의 특수학교 설립 요청이 있은 후 우여곡절도 정말 많았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과 중랑구는 지난 2013년부터 부지를 물색해 왔다. 처음에는 태릉중학교 내에 특수학교를 세우려다 무산되고 신내동 315번지, 314번지를 검토했다.

부지 소유자와 인근 주민 반대로 개교일은 당초 2017년 3월에서 2020년 3월, 2021년 3월 등으로 미뤄져 왔다.

조 교육감은 "동진학교 설립 위치는 수차례 변경이 있었으며, 위치 선정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중랑구청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해 신내동 700번지 일대로 부지를 최종 확정했다"고 말했다.

이후 주민 복지시설을 학교 내에 함께 갖추는 이른바 복합화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돼 넓은 부지를 다시 물색해야 했다. 복합화시설이 없어도 개교에는 문제가 없으나 학부모들의 요구가 있었다.

장애인 학부모라 스스로를 소개한 이현배 중랑통합부모회 감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도 구민체육센터에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이 거의 없다"며 "학교를 빨리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왕이면 장애인들을 위한 수영시설이 필요하다고 부탁드렸다"고 밝혔다.

이에 양측은 올해 초에서야 중랑구 신내동 700번지 일대를 학교 부지로 정했다. 긴 논의 끝에 수영장, 커뮤니티 센터, 평생교육센터, 체육관을 연면적 3550제곱미터,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서울시 중랑구 신내동 700번지 부지 일대.ⓒ서울시교육청
서울시 중랑구 신내동 700번지 부지 일대.ⓒ서울시교육청

시교육청은 시설이 추가될 경우 설계 등이 복잡해진다며 난색을 표해왔으나 중랑구가 복합화시설 건축비 총 150억원 가운데 60%인 90억원을 대응투자하기로 하면서 협약을 체결하게 됐다.

복합화시설 건축비를 포함한 동진학교 설립 사업비는 총 691억원이다. 학교 총 연면적은 1만2000제곱미터 규모로, 유치원에서 고등학교 과정까지 설치된다. 지적장애 학생의 연령별, 단계별 교육을 운영하게 된다. 총 18학급 111명 규모다.

시교육청은 이달 13일 교육환경보호위원회를 열고 동진학교 설립 부지에 대한 교육환경평가를 승인해 설립에 필요한 행정 절차에 돌입했다.

올해 안에 타당성 조사 사업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내년에 설립 타당성 조사, 교육부 투자심사를 마치겠다는 구상이다. 계획대로라면 2022년 설계를 마치고 2023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중랑구 또한 인근 강가에서 학교 부지로 통하는 묵동천 교량을 만드는 데 23억원을 투입해 지원한다. 향후 그린벨트 관리계획 변경, 도시계획시설 결정 등 동진학교를 세우는 데 차질이 없도록 돕기로 했다.

양측은 오는 2024년 9월 개교를 목표로 정했다. 동진학교 첫 후보지가 정해졌던 2013년부터 따지면 특수학교 하나 개교에 무려 11년이 걸리게 된 셈이다.

학교를 세우기 위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장애학생을 기르는 특수학교의 경우는 유독 오랜 시간이 걸린다. 주민들의 반대가 가장 큰 이유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9월 서초구 나래학교를 개교했는데 이는 서울에서 17년만에 새로 문을 연 특수학교였다.

지난 2017년 9월 특수학교 설립 공청회에서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무릎을 꿇는 사건으로 알려진 강서구 서진학교도 마찬가지다.

당초 2019년 3월 개교 예정이었지만 민원 등으로 개교 시점이 수 차례 미뤄졌다. 계획이 세워진지 6년만인 올해 3월에야 개교했다.

이를 의식한 듯 류 구청장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했던 편견은 장애학교가 건립될 때마다 큰 갈등 요인이 돼 왔다"며 "특수학교 건립을 따뜻한 마음으로 응원해주신 주민 여러분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랑구에 동진학교가 들어서도 장애학생 교육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금천구, 동대문구, 성동구, 양천구, 영등포구, 용산구, 중구 등 7개 자치구에 현재 특수학교가 없다.

조희연 교육감은 지난 2017년 서울 내 모든 자치구에 특수학교를 짓겠다고 공언했으나 동진학교 개교가 임기(2022년) 이후로 정해지는 등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시교육청은 특수학교가 만들어지면 해당 학교로 학생들이 몰리는 등 교육수요가 시시때때로 변하기 때문에 추이를 살펴야 한다는 입장이다.

향후 시교육청은 아직 특수학교 설립 계획이 없는 서울 내 7개 자치구에도 특수학생 분포와 부지 물색 등 여건을 고려해 설립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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