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16년 만에 '과반 여당' 확실시
文정부, 레임덕 우려 덜고 후반 2년 동력 확보
이낙연, 당권 도전 여부 관심 집중

이해찬-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이해찬-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뉴스엔뷰]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단독 과반을 확보하며 압승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여당 단독으로 과반 1당을 차지해 여대야소를 이룬 것은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대 열린우리당 이래 16년 만의 일이 된다.

15일 오후 6시 15분 KBS·MBC·SBS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은 총 의석수 153~178석, 미래통합당은 107~133석을 얻을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당과 더시민 두 정당 합산 의석만으로도 과반을 넘기는 것이다.

여기에 친여 열린민주당 0~3석(출구조사 기준), 민생당 0~4석, 정의당 4~8석을 더할 경우 범여권이 180석에 달하게 된다.

이번 선거 결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 선거에 대한 관심이 멀어진 상황속에서도, 국민이 현 정부와 여당의 안정적인 위기 관리에 더 높은 점수를 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잠정 투표율 62.2%라는 역대급 기록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제1야당이자 보수의 대표, 정권 심판론, 경기침체에 대한 책임을 선거전략으로 썼던 미래통합당은 잇단 '막말' 파동으로 좌충우돌했고, 당대표가 맨발에 큰절까지 하며 읍소에 나섰지만 다수 여론을 돌려세우지는 못했다.

결국 코로나19에 성공적 대응을 한 정부·여당에 국민이 재신임 사인을 보낸 것이다. 반면 정권 중간평가 격인 선거에서 '정권 심판론'에만 기댄 채 수권능력을 보이지 못한 야당은 정부·여당에 겨눴던 국민들의 회초리를 자신들이 맞게 됐다. 선거 역사상 초유의 '야당 심판'인 것이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압승으로 결론이 나면 문재인 정부는 여대야소를 바탕으로 정국 주도권을 쥔 채 남은 임기 2년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할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우선 과반을 확보한 이상 다수결을 무기로 법안과 예산안 단독처리가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원내 1당이자 과반의 힘으로 21대 국회의 국회의장을 가져오게 되고, 교섭단체 소속 의원 비율에 따라 나눠갖는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 배분에서도 우위를 점하게 된다.

문 대통령도 남은 임기 동안 국정 성과를 창출할 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무엇보다 여당 압승이 높은 대통령 지지율을 바탕으로 한 평가가 나오는 이상 레임덕(권력 누수) 우려를 털고 나가게 됐다.

총선 승리로 확인된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집권 후반기 당청관계에서 우위를 유지하게 된 데다가, 여권의 차기 대선구도에도 일정부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누구보다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총선 결과의 최대 수혜자 중 한 명이 될 전망이다.

결국 총선 후 8월에 예정된 전당대회의 최대 관심사는 이 위원장의 출마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의해 이 위원장은 당대표가 되더라도 7개월 남짓 임기다. 그러나 전당대회 출마를 통해 확실한 당내 세력을 구축해야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만큼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관측된다.

이 위원장 외에도 총선에서 각기 권역을 책임진 중진급들도 당대표 선거에 뛰어들 수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당내에선 송영길, 우원식, 우상호, 이인영, 홍영표, 박범계 의원 등이 당대표 출마군으로 거론된다. 이들은 이 위원장과 달리 2022년 대선까지 2년 임기를 수행할 수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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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총선과 비교해봐도 민주당이 얻는 성적표의 의미는 남다르다.

김대중 대통령 당시 국민의정부 집권 3년차에 치러진 2000년 16대 총선에서 여당 새천년민주당은 115석에 그친 반면 야당인 한나라당은 133석으로 1당이 됐다.

어느 당도 과반 136석(273석 기준)을 얻지 못한 상황에서 DJP연합 복원으로 합류한 자유민주연합(17석), 호남 무소속(4석), 민국당(2석), 한국신당(1석) 등을 민주당이 규합하며 여야 세력 균형이 이뤄졌다.

이를 바탕으로 민주당은 16대 국회에서 이만섭 국회의장을 당선시키고 자민련 소속 이한동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초반인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탄핵 역풍이 불며 여당인 열린우리당 단독으로 152석을 얻는 압승을 거뒀다. 제1야당인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쳤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폐지, 사립학교법, 한미FTA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청 갈등, 당내 혼란이 심화된 데다가, 부동산 폭등 등 민생고가 겹치며 노 대통령 지지율이 폭락한 끝에 정권을 뺏기고 18대 총선에서도 참패했다.

과반 의석은 획득했지만 당청 관계도, 당내 리더십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미숙한 여당의 실패로 귀결됐다.

결국 총선 승리보다 그 이후 행보가 정부여당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의미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압승으로 나온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이 비상한 시기에 적어도 국정을 주도하고, 안정되게 운영하는 것을 뒷받침해줘야겠다는 (국민의) 마음이 있었다는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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