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동양경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2일 오찬 단독회동에 앞서 청와대 본관 2층 백악실에서 부드러운 분위기속에서 대화를 나눴다.


지난 연말이후 8개월여 만에 만난 두 사람은 언론에 공개된 4분여간 태풍 피해와 이 대통령의 해외순방 등에 대해 가볍게 대화했다.


이 대통령은 백악실에 먼저 와 기다리던 박 후보에게 다가서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라며 손을 내밀어 악수하고 "광폭행보 하신다고 들었습니다"며 반갑게 인사했다.


 

▲     © 사진=청와대


 

이어 이 대통령은 "요즘 어디 다녀오셨다면서요"라고 묻자 박 후보는 "논산 태풍 피해 현장을 다녀왔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 대통령이 "호남하고 충청이 피해가 많던데..."라고 말하자 박 후보는 "다 무너지고 처참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박 후보는 이 대통령이 "바람이 불고, 낙과도 생기고... 추석 앞두고 걱정입니다"라고 말하자 "1년 농사를 지은 건데 폭염과 가뭄속에서 간신히 수확기를 맞았는데...다 무너지고 농민이 망연자실해 있었습니다"라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이 대통령이 "추석이 있으니 복구를 빨리 해야지요"라고 말했고 박 후보는 "그렇게 해 주시면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했다.


박 후보가 "며칠 후 해외 순방을 가신다면서요"라고 묻자 이 대통령은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과 그린란드를 갑니다"라고 순방일정을 말했다.


박 후보의 "우리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가시는 거지요"라는 물음에 이 대통령은 "네. 거기(그린란드)가 한반도 크기의 17배여요. 근데 지금 빙하가 다 녹아서... 기후변화 때문에...온갖 자원이 있습니다. 중국과 일본이 경쟁하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후보가 "세계가 주목하는 군요"라고 말하자 이 대통령은 "이번에 자원개발 약속을 할 겁니다. 자원개발, 북극 항로 협약도 맺고 올 거예요. 그러면 다음 정부에서 (개발)하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과 박 후보의 이날 청와대 오찬 회동을 계기로 향후 당·청 관계의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상일 당 대변인은 이 대통령과 박 후보의 이날 회동에서 최근 태풍에 따른 농어민 등의 피해 복구 지원 대책과 아동 성폭력 등 강력범죄 방지대책, 그리고 민생경제 안정 방안 등 시급한 민생현안을 중심으로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현직 대통령과 여당 대선후보의 회동은 지난 2002년 4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후보에 이어 10년 만으로 이 같은 회동 내용보다는 연말 대통령선거를 불과 108일 앞둔 현 시점에서 현직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대선후보 간 회동이 이뤄진 사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치권에선 역대 정권의 경우 임기 말의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대선후보는 '갈등' 관계에 놓인 경우가 더 많았다는 점에서 이번 회동에 대해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이 대통령과 박 후보는 지난 2007년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벌어진 치열한 네거티브 검증 공방으로 서로 깊은 상처를 주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난 2008년 제18대 총선 당시 친이(친이명박)계 구(舊)주류 측에 의한 소위 '친박(친박근혜)계 학살' 공천 논란 이후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말이 정치권에 돌았던 바 있어서다.


실제로 박 후보를 중심으로 한 당내 친박계가 18대 국회에서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추진과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등의 주요 현안을 놓고 친이 주류 측과의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며 '여당 내 야당'의 역할을 해왔었다.


하지만 박 후보는 지난 5년간 당내 비주류로 절치부심하는 가운데 박희태 전 국회의장 측의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 당시 돈 봉투 살포 사건과 작년 10·26재·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 등이 벌어지자 당의 존립이 위태로운 상태에서 지난해 말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당 쇄신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박 후보는 또한 올 4·11총선까지 '승리'로 이끌면서 그간의 당내 역학구도를 뒤집고 확실한 당내 '미래권력'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상태다.


때문에 이 과정에서 박 후보의 '사당화(私黨化)' 논란이 제기되는 가운데 최근엔 박 후보가 친이계 구(舊)주류를 비롯한 비박(非朴·비박근혜)계로부터 역공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오늘 이 대통령과 박 후보의 만남은 다른 무엇보다 서로 간의 '극단적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공감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당·청간 '밀월관계'까진 아니더라도 그동안의 긴장을 해소하는 데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상일 대변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통령과 박 후보) 두 사람의 표정이 다 밝았다"며 밝은 분위기를 말했다.


또한 박 후보의 대학생 '반값 등록금' 정책 실현과 0~5세 영유아 양육수당 확대 요구에 대해 이 대통령이 "학생과 여성들의 어려운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호응한 사실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통합당의 지적대로 해당 사항은 향후 국회 내 입법과 정부 예산 반영이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이 대통령의 언급은 원론적인 수준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찬반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새누리당이 관련 입법에 나설 경우 정부가 전향적 자세를 보일 여지가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조심스런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당내에선 "오늘 이 대통령과 박 후보의 오늘 회동에 대해 과도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말도 함께 나오고 있다.


친박계 핵심 인사는 "박 후보가 민생현안만을 얘기했다고 한다면 그게 맞다. 박 후보는 기본적으로 앞에선 이 얘길 하고 뒤에선 다른 얘길 하는 걸 싫어한다"며 박 후보가 앞서 언급한 대로 "당의 대선후보로서 이 대통령을 인사차 방문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전했다.


다만 이 인사는 "만일 이번 회동을 계기로 당·청관계가 나아진다면 박 후보보다 이 대통령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최소한 대통령 탈당 얘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 대통령의 안정적인 퇴임을 위해서라도 박 후보와의 관계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추후 야권의 대선후보가 확정되고 박 후보가 만일 여론 지지율 면에서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 대통령과의 '협력' 관계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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