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동양경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16일 법정 구속되자 그룹 법무팀을 중심으로 항소절차 준비에 들어가는 한편 그룹총수의 유고에 따른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고 파장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내부 결속을 다지는 모습이다.


또한 재계에서도 이날의 판결에 대해 정치적이고 여론을 의식한 판결이라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이와 비슷한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는 기업에서는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     © 사진=뉴스1


 

김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4년에 벌금 50억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또한 양도소득세 포탈과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해서도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무죄를 선고받은 2명을 제외한 11명의 회사 간부들에게도 각각 징역 6개월에서 2년6개월에 집행유예 최대 4년과 벌금형 등이 각각 선고됐다.


재판부는 "김 회장은 '재무책임자인 홍동옥 여천NCC 대표이사가 모든 업무를 단독으로 처리했다'고 진술했으나 검찰이 압수수색한 서류 분석결과 회사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펼치며 상명하복의 보고체계를 거치는 점 등에 비춰볼 때 홍 대표이사가 단독으로 처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난 2007년 폭력사건으로 구치소에 수감됐을 당시 면회 온 직원들에게 '주식관리 등을 잘 하라'고 세세한 부분까지 지도하는 등 주요 의사결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유죄 판결 확정 이전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이 맞지만 모든 피고인들을 대법원 판결 확정이전까지 불구속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 고려됐다"며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단돼 법정구속하기로 했다"고 구속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한화는 당분간 김 회장의 ‘옥중결제’가 불가피해짐에 따라 ‘그룹경영기획실 및 부회장단’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는 그룹 경영기획실과 부회장단이 중심이 되는 비상경영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춘수 경영기획실장 등 부회장단은 지난주 말 긴급회의를 갖고 시나리오 경영 등 사전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금춘수 그룹 경영기획실장과 최상순 한화 부회장, 성하현 아산테크노밸리 대표, 신은철 대한생명 대표, 이순종 한화 부회장 등 부회장단의 공동경영 체제를 가동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대책을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화 관계자는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자율경영을 해왔기 때문에 경영 시스템이 마비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최근 이라크 신도시 프로젝트 등 김 회장이 주도해오던 사업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과거 김 회장은 그룹의 해외인수합병(M&A) 등 커다란 사안에 대해서는 구치소에서 직접 결제를 한 바 있어 이번에도 역시 옥중에서 결제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회장은 지난 1993년엔 외화도피 혐의로, 이어 2007년 이른바 ‘보복폭행 사건’으로 구속된 상황에서도 주요 사안에 대해선 옥중에서 직접 결제를 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이라크 신도시 프로젝트부터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화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대형 프로젝트는 물론 미래 신성장 동력 사업 발굴 등 산적한 경영 현안을 어떻게 풀어갈지 막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김 회장이 국내 단일 사업수주로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9조4000억원)로 추진된 사업 현장을 진두지휘한 사령탑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사업이 이라크 재건을 위한 1차 사업인 점을 감안할 때 향후 2, 3차 사업 수주의 기회를 상실할 위험이 커졌다.


김 회장은 선수금 입금으로 사업 추진이 본격화될 경우 한국과 이라크를 수시로 오가며 신도시 프로젝트를 직접 진두지휘할 계획이었다.


김 회장은 지난달 28일 2박3일 일정으로 이라크를 찾아 바그다드 현지에 야전 숙소를 마련할 것을 지시하는 등 이 사업에 박차를 가할 각오를 밝힌바 있다.


또한 한화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신성장 동력 엔진인 태양광 사업도 힘이 빠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당장 이번 주 확정 예정인 독일 태양광업체 큐셀 인수 작업에 적색등이 켜진 상태다.


이와 함께 한화그룹의 보험계열사인 대한생명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오던 ING생명 동남아 법인 인수 작업도 전망이 불투명해 졌다.


대한생명은 지난달 본입찰에 AIA생명과 함께 참여해 인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법원의 이 같은 판결에 재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정치권에서 경제민주화ㆍ재벌개혁을 이슈로 부각시키는 상황에서 김 회장의 구속은 곧 향후 자신의 모습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특히 비슷한 혐의로 총수들이 기소된 기업들은 김 회장의 구속조치가 향후 재판에 어떻게 연결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SK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 등이 비슷한 혐의로 기소된 총수들이다.


해당기업들은 “재벌총수이기 때문에 여론재판식 법집행이 이루어지는 것은 곤란하다”면서도 향후 ‘총수 부재’ 등 비상사태에 대비한 시나리오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김 회장과 같은 시기에 기소된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도 기업 총수로서는 이례적으로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에 대한 선고공판이 이날 열린 사실을 거론하며 "오늘은 경제 법치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날"이라며 "경영에 지장을 주면 안 된다는 이유로 재벌총수에게 면죄부를 주는 잘못된 관행을 끊지 않으면 그들의 불법·부당행위 근절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또 "과거 전례를 보면 재벌총수는 수천억원을 횡령·탈세해도 경영상 이유로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사면 받았다"라며 "횡령·탈세는 남의 돈을 도둑질한 것인데 집행유예로 풀려난다는 것은 일반국민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와 함께 사기 혐의로 징역 150년형을 선고받은 버나드 메이도프 전 미국 나스닥증권거래소 위원장을 예로 들며 "미국 등 선진국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사람의 범죄일수록 중형(重刑)으로 다룬다. 이들은 수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일벌백계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실형 선고 일지



▲2010년 8월19일 금융감독원, 한화증권 퇴직자로부터 비자금 의심 차명계좌 5개 제보 대검찰청에 한화그룹 비자금 수사 의뢰

▲8월27일 대검, 서울서부지검으로 관련 수사 이첩

▲9월16일 서울서부지검,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여의도 한화증권 사무실 압수수색

▲9월28일 한화그룹 경비용역 업체 압수수색

▲10월19일 한화 협력사 태경화성 압수수색

▲10월27일 한화호텔앤드리즈토 본사 압수수색

▲11월2일 협력사 한익스프레스와 씨스페이시스, 계열사 드림파마 압수수색

▲11월17일 홍동옥 한화그룹 전 재무총책임자(CFO) 소환조사

▲12월1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1차 소환 조사, 홍동욱 여천NCC 사장 영장 청구

▲12월3일 서울서부지법, 홍동욱 여천NCC 사장 구속영장 기각

▲12월8일 남기춘 서울서부지검장, 검찰 내부 전산망에 '한화사건 핵심은 배임'이라며 수사정당성 강조

▲12월14일 한화 S&C 헐값 취득 관련 김승연 회장 장남 동관씨 소환조사

▲12월15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2차 소환

▲12월24일 한화S&C 압수수색

▲12월 30일 김승연 회장 3차 소환

▲2012년 1월8일 범인 도피혐의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김모 상무 영장 기각

▲1월19일 한화S&C주가조작 혐의 삼일회계법인 김모 상무 영장 기각

▲1월20일 검찰 홍동욱 전 CFO 영장 재청구, 김현중 한화건설 대표이사 등 그룹 전현직 임원 4명 영장 청구

▲1월24일 홍동욱 전 CFO와 김현중 대표 등 5명 영장 모두 기각

▲1월28일 남기춘 서울서부지검장 사의 표명

▲1월30일 서울서부지검, 김승연 회장 등 11명 불구속 기소

▲2월2일 서울서부지검, 김승연 회장에 징역 9년, 벌금 1500억원 구형, 홍동욱 여천NCC 사장에 징역 7년 구형

▲2월23일 서울서부지법, 1심 선고 공판 예정했으나 법원 정기 인사로 연기, 변론 재개

▲7월16일 서울서부지검, 결심 공판 징역 9년과 벌금 1500억원을 구형

▲8월16일 서울서부지법, 김승연 회장에 징역 4년 벌금 51억원 선고(1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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