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한지 14일 만에 모 기업 사장의 신년 건배사 구설

[뉴스엔뷰] 여검사의 성추행 피해 사실 폭로를 계기로 사회적으로 이른 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물결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사회 각계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여검사의 경우처럼 검찰조직 내에서조차 성폭력이 스스럼없이 자행됐다면 일반 직장이나 기관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여성을 상대로 즉흥적 흥미의 대상으로 취급하려는 남성우월 성차별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었던 탓일 것이다. 이에 <뉴스엔뷰>는 이 같은 직장내 피해 사례를 폭로한다. 이는 경각심을 일깨우고 성폭력 없는 조직문화를 만들고자 함에 있다. <편집자 주>

<사진= 뉴시스 제공>

현대차그룹 계열사 A사장은 취임한 지 14일 만에 구설수에 휘말렸다. 최근 직장인 익명 SNS인 블라인드에 불미스러운 내용의 글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내막은 이렇다. 올해 초 취임한 A사장은 최근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퇴근 후에 돌아가면서 직급별·부서별로 직원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전임 사장이 10년 동안 장수 CEO로 이 회사의 호 실적을 이끌어 온 만큼 A사장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 지난 1월19일에 있었던 사원급과의 술자리도 ‘소통 행보’를 강조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는 게 ‘미투’ 제보다. A사장은 이날 사원급 직원 60여명 모두 모인 퇴근 후 회식자리에서 청양고추(땡초)를 준비시킨 뒤 청양고추를 한 번 베어 물고 난 다음 술을 원샷하자는 뜻으로 ‘고추원샷’이라는 건배사를 외치게 했다.

A사장, 사원급과의 술자리서 ‘고추원샷’ 블라인드 제보  

회식 초반 A사장은 “여성들은 안 해도 된다”면서 직원들에게 “다들 (고추에) 장을 찍어 주시고 제가 ‘고추’ 하면 ‘원샷’을 외치면서 먹어달라”고 했다. 고추를 먹은 뒤에는 “우리는 하나다!”를 외쳤다. A사장이 고추를 가리키며 “다들 남자들만 바지 밑에 있는 것 들어주세요”라고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또 ‘19금에는 2차 가자’는 증언도 잇따랐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펄펄 뛰었다. 회사 측 관계자는 “사장님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씀 하셨다”며 “실체가 없는 사람의 말을 믿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회식자리를 일부가 안 좋게 받아들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블라인드에 적힌 내용은 경영진과 회사를 욕보이기 위한 악의적인 글에 불과하다”고 했다. 덧붙여 “익명의 폐해로 자칫 경영진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까 우려된다”며 “해당 글은 삭제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상 유무를 떠나 ‘미투’ 운동이 확산되는 분위기에 성추행 의혹이 제기됐다는 자체만으로도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신임 사장이 조직의 장악력을 위해 우선적으로 직원들과 가까워지는 것에 앞서 이런 불미스런 일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귀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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