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종단은 폭력을 행사한 독재종단” 규정

[뉴스엔뷰] 김영삼 대통령 후보에게 선거자금을 바치고 김영삼 정권의 비호아래 온갖 만행을 저지른 서희현 총무원장 물러나게 한 사건이 1994년 4월 조계종 개혁운동이다.

이때 종단 정상화에 앞장선 효림 스님이 자승 총무원장 적폐청산을 외치면 단식에 들어간 명진 스님에 뒤를 이어 지난 31일은 조계사 천막 단식 7일째였다.

이날 저녁 단식 중인 명진 스님과 효림 스님 그리고 조계종 적폐청산에 앞장선 박재동 화백을 각각 만나 인터뷰를 했다.

효림 스님

2일 단식 9일째를 맞고 있는 효림 스님은 31일 저녁 대한조계종 적폐청산을 위한 길은 합법성 없이 승적을 박탈해 온 ‘자승 총무원장 퇴진’ 뿐이라고 강조했다.

“적폐의 핵심인 자승 총무원장을 퇴진시켜야 한다. 그 이후 종단을 대거 수술을 해야 한다. 그것을 통해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 94년 종단 개혁을 통해 종단이 크게 발전하고 잘 운영돼 왔다고 본다. 그런데 자승 원장이 취임하고부터 8년 동안 종단을 너무 심각하게 망쳐 먹었다. 요즘 유행어로 사용하는 적폐가 종단에 너무 심각하게 많이 쌓였다.”

이어 자승 원장은 자신의 편이 아닌 스님의 제적을 합법성 없이 무리하게 진행했다고도 했다.

“자승 총무원장의 가장 큰 무기가 뭔가 걸리면 징계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징계에 대한 절차도 문제이고 적법성이나 합법성도 없다. 한 스님이 찾아와 자승 원장의 잘못을 지적하는 댓글 하나를 달았다고 해 제적당했다고 하소연을 했다. 제적당한 스님들이 얼마인지 알 수는 없으나 그 스님 얘기로는 무지기수라고 하더라. 그러니까 스님들이 겁을 먹고 제적당하지 않으려고 벌벌 떠는 것이다. 자승 원장이 할 줄 아는 것은 제적시키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이다”

스님은 현재의 조계종이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권 권력과 유착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강한 목소리를 냈다.

“아마 유착된 정도가 아니라 엄청 심각할 만큼이다. 실체가 드러난 것만 봐도 그렇다.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도 자승 원장과 결탁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스님들을 내사하고 사찰해 주지에서 몰아내는 일을 했다. 정무적 능력이 탁월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정무적 능력이 아니다. 총무원장 권력의 남용이고 외부 국가권력과의 결탁이기 때문에 정말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것이다.”

이어 그는 정부에게도 그동안 스님들에 대한 폭력, 돈 유착 등 악행에 대해 합법적이고 합리적으로 조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자신들의 권력을 이용해 악행을 저지른 정부이지만 현 정부는 그런 정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승 원장 시대의 스님에 대한 폭력 등을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입장에서 처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효림 스님. 옆은 박재동 화백이다.

스님에게 과거 김대중 대통령 후보시절 수평적 정권교체를 외치면서 스스로 국민운동본부를 만들어 주도했고 정권교체를 이뤘다는 말을 들었다고 여쭈었다.

“김대중 후보시절 수평적 정권 교체를 가장 먼저 들고 나왔다. 그 당시 수평적 정권교체를 위한 전 국민운동본부를 만들었고 상임집행위원장을 맡았다. 그렇게 세운 정부이기 때문에 협력을 했다. 당시는 민주화운동의 일환으로 한 것이다. 수십 년 동안 박정희 정권, 전두환 정권, 노태우 정권 등을 거치면서 민주화가 국민의 열망이었다. 민주화는 민주정부를 수립한 것이었다. 민주정부를 수립하려면 민주당으로 정권교체를 하는 길 밖에 없었다. 자유당, 공화당, 민정당, 민자당 등 당명만 바뀌었지 그들은 악행만을 저질렀다. 과거 이런 정치와 같은 답습이 현재 대한불교조계종의 적폐와 진배없다.”

스님은 “현 종단은 폭력을 행사한 독재종단”이라고 꼬집었다.

“승려는 폭력을 행사하지 말라는 것이 불상생이다. 어떤 경우에도 이를 지켜야 한다. 폭력은 생명을 죽인 것도 있지만 자비심을 상실하고 자신보다 약한 자를 억압하고, 착취하고, 권력을 행사해 독재를 행하는 것도 가장 심각한 폭력이다. 현 종단이 독재종단이기에 적광 스님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와야 할 화쟁의위원장 도법 스님이 나타나지 않은 점이 의아하다”며 “불교인권위원회 대표인 진관 스님은 무슨 일이 있어 못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31일 저녁 보신각에서 조계종 적폐청산 촛불집회를 마치고 조계사에 온 촛불을 든 불자들에게 효림 스님이 입을 얼었다.

“명진 스님이 14일째 단식하고, 내가 7일째 단식중이다. 이제 적폐청산의 실마리가 풀렸다. 물꼬가 터졌다. 종단이 이 지경이 되도록 스님들은 왜 침묵하고 계셨느냐는 수좌 스님의 질책이 있었다. 대단히 송구하다. 사과드린다. 한 두 사람의 목소리로 종단 적폐를 청산할 수 없다. 한 두 사람이 지적해도 그 말을 듣지 않는다. 다수 대중이 모여 목소리 높일 때 들어주는 것만이 아니라 사퇴를 시킬 수 있다.”

불자들에게 자작시를 낭독하고 있는 효림 스님이다.

그리고 한 편의 자작시를 낭독했다. 바로 ‘침묵의 눈물’이란 시였다.

“눈에 보이는 강물이 강물의 전부가 아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강물은 보이는 강물보다 더 깊이 흐른다.

소리 내어 흐르는 강물에서 침묵으로 흐르는 강물이 진짜 강물이다.

세상 모든 썩은 것들이 때로 모여 흐를 때 침묵의 강물은 맑게 흐른다.

비바람이 몰아쳐 온 산천의 물이 분노해 모여들면

그때 침묵의 강물은 강바닥을 뒤집어엎고 포효해 큰 물결을 만든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강바닥을 사납게 뒤집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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