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도청 입장번복 지적에 “사과하는 게 죄냐” 횡설수설

[뉴스엔뷰] “실제 녹음은 이뤄지지 않았다.” 불법 도청 파문에 휘말린 LG화학이 궁색한 변명도 모자라 진정성 없는 사과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LG화학노조, 전국민주화학섬유노조연맹 관계자들이 LG자본의 불법 도청 공개 및 증거인멸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앞서 LG화학 익산공장에서는 지난 20일 노조 측과 임금협상을 진행하면서 사측이 노조 휴게실에 녹음기를 몰래 설치했다가 노조 간부에 의해 발각됐다. 노사 협상이 잠시 정회된 상황에서 휴게실로 이동한 노조 간부들이 마이크 형태의 도청 장치를 발견한 것. 이 마이크는 줄을 통해 옆방으로 연결됐고, 녹음 기능까지 장착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사측은 24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실무 직원이 업무에 참고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판단한 사안이다. 실제 녹음은 이뤄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즉 회사 차원에서 계획된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한 직원의 돌발행동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궁색한 변명에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뒤늦게 사측은 ‘노동조합 불법도청’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약속하며 사실상 전날 입장을 번복했다. 25일 LG화학은 입장자료를 내고 “이번 사건으로 인해 많은 실망감을 느꼈을 노조원들께 머리 숙여 사과한다”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객관적 조사를 통해 사실을 밝히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이 사과문도 진정성을 의심케 하고 있다. 실제 녹음은 이뤄지지 않았는데 왜 사과문을 발표했느냐는 질문에 송성근 홍보팀 차장은 “사과하는 게 죄는 아니지 않느냐”며 반박했다. 이는 상식적으로 실무 직원이 녹음기를 몰래 설치한 것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느끼지 않는 사측의 진정성 없는 해명으로 풀이된다.

한편, 노조 측은 ‘불법 사찰’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노총 전북본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지난 20일 LG화학이 임단협 교섭 중 익산공장 노조휴게실에 도청장치를 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불법이고,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무력화시키는 범죄행위다”고 규정했다.

전북본부는 “LG화학은 실무자 개인의 판단에 의한 것이라며 증거인멸까지 하고 있다”며 “익산공장 도청기 발견은 엘지화학 곳곳에서 자행되었을 가능성이 짐작하고도 남는 만큼 철저한 수사로 노동조합에 대한 불법도청 전모와 책임자 모두를 밝히고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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