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추징부터 지지부진한 '임차인 모시기'

[뉴스엔뷰] 자산규모 20조원의 부영그룹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부영주택이 지난해 법인세 1196억원을 추징당한 것도 모자라 지지부진한 임차인 확보로 고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영주택은 현재 조세불복을 신청 후 심판청구가 진행 중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부영주택은 2015년 말부터 지난해 4월까지 특별세무조사에 따라 전년대비 약 120배에 달하는 1196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했다.

물론 부영그룹 측은 2009년 물적분할 당시 자산재평가로 매겨진 세금이 이연됐다면서 그동안 일부 이연이 있어도 상관 없었는데 세법이 바뀌면서 세무조사 시기와 겹쳐 납부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이 뿐만이 아니다. 부영은 지지부진한 임차인 확보로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생명 태평로 사옥과 올 초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을 잇따라 매입하며 주목을 끌었던 부영은 경기 불황 여파로 을지로와 광화문 일대 신규 매물이 늘어나면서 ‘임차인 모시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부영이 5717억원에 사들인 삼성생명 태평로 사옥의 공실률은 현재 지하상가를 제외할 경우 65%내외에 달할 정도로 추산된다. 지하 5층~지상 25층 규모의 해당 건물은 연면적 8만7646㎡ 가운데 공실면적이 5만6198㎡에 해당한다.

부영은 건물 공실이 줄어들지 않자 3.3㎡당 보증금 113만원, 월세 11만3000원, 관리비 5만1000원 등 기존 임대 조건을 지난해 4분기부터 도심권(CBD) 사무실 임대료와 비슷한 수준으로 낮췄다. 현재는 3.3㎡당 보증금 84만원, 월세 8만4000원, 관리비 3만5000원으로 책정돼 있다.

역시 지난 1월 부영이 4380억원에 매입을 완료한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도 절반 이상의 사무실이 비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하 6층~지상 21층 규모의 해당 건물은 연면적 5만5312㎡ 중 공실면적이 2만5553㎡로 매입 전과 동일한 임대 조건을 유지하고 있다. 3.3㎡당 보증금 138만원, 월세 13만8000원, 관리비 5만3500원이다.

이처럼 부영그룹이 매입한 삼성생명 태평로 사옥과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의 임차 상황이 부진한 것은 오피스 임대시장이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데다 도심권의 신규 빌딩 공급 증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서울 사대문 내 2호선 주변에 위치한 오피스 건물은 예전부터 공실률이 없기로 유명했던 곳"이라며 "하지만 최근 경기침체로 중소형 오피스 건물의 공실률은 30~40%를 웃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부영그룹은 김대중 정부 시절 공공임대 건설지원자금을 지원받으면서 토건분야 시공능력평가 순위를 1990년대 후반 20위권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 기준 부영그룹의 자산규모는 20조원을 넘어서 상호출자제한에 포함된 기업집단 중 21위다. 계열사의 업종은 대부분 건설과 부동산업에 몰려 있다.

핵심 계열사는 부영주택으로 지난해 매출액은 1조5596억원, 영업이익은 2061억원, 당기순이익은 323억원이다. 부영주택의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12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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