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의 투명성과 후계자 검증 없이 ‘엉렁뚱땅’

[뉴스엔뷰] 천호식품이 김지안 대표 체제로 굳혀지는 모양새다. 김영식 전 회장이 사퇴한지 3개월이 지나도록 자사는 CEO를 영입하겠단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어서다.


천호식품은 지난해 홍삼제품 판매 논란과 촛불집회 비하 발언으로 성난 고객들을 잠재우기 위해 김영식 회장의 사퇴카드를 꺼내든 바 있다. 이런 와중에 김 전 회장 아들인 김지안 대표가 천호식품 등기이사이자 대표로 이름을 올리자 일각에서는 사실상 2세 경영을 염두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김 대표의 회사 지분은 김 전 회장(8.5%)보다 많은 22%에 달한다. 이런 이유로 지역 유통업계에서는 김 전 회장의 퇴진에 그다지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와 관련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천호식품이 김 전 회장의 구설과 맞물려 2세 경영승계 작업을 서둘러 마무리 했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김지안 대표는 2014년 취임 뒤 키즈전문 브랜드 '쥬아베'를 론칭하며 어린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공을 들이는 등 사업 영역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키즈 쇼핑몰 '뮤맘'과 천호식품 로드숍이자 카페인 '오렌지 블라썸' 등을 새롭게 선보이는 등 천호식품에 젊은 감각을 입히는 중이다. 김 대표는 취임 당해에 400억 원 규모의 PE 투자를 유치하며 비즈니스 확대와 중국 사업 강화를 위한 토대 쌓기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그간 언론에 거의 노출되지 않은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다. 경험과 실적 면에서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는데다 능력이 검증되지 않는 2세를 경영자로 승계하는 구조는 기업의 투명성, 기업문화의 건전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김선웅 전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장은 기업들의 2세 경영과 관련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삼성과 현대 등 국내 대표적인 기업도 비상장 계열사의 주식을 이용한 편법 증여로 2세 경영을 고집하고 있다"며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후계자 검증 시스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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