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을 통해 발견하는 보수의 새로운 희망

[뉴스엔뷰] 침울한 분위기였다. 의원들과 원외위원장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다소 반갑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될 법도 한데… 지지율이 정체 국면을 벗어나고 있지 못한 것도 크지만, 정체성 혼란과 리더십 부재까지 겹쳐 당 안팎으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경필 지사와 유승민 의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정병국 당대표, 주호영 원내대표,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의 인사말이 이어졌지만 여전히 분위기는 무거웠다. “여론조사 결과에 너무 신경쓰지 말고 할 일을 제대로 하라”는 내용의 특강이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이 진행되었지만 쉽게 손을 드는 참석자가 없었다. 한동안 침묵이 흐르다가 어렵게 첫 질문이 나왔다. “지역에서 배신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냐?”… 또다시 침묵이 흘렀다.

참석자들 상당수는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지사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보수대연합’을 추구하는 유승민 의원과 ‘대연정’을 제안한 남경필 지사… 달라도 너무 다르고 간극이 커도 너무 크다.

실제 이날 인사말에서 유승민 의원은 대부분의 시간을 북한 미사일 도발과 사드 배치에 할애했고, 남경필 지사는 반패권주의와 새로운 협치에 할애했다. 특히, 유 의원은 사드 배치에 대한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촉구했고, 남 의원은 친박과 친문을 동시에 비판하며 새로운 정치 시스템을 역설했다.

“우리는 여당입니까? 야당입니까?…우리는 보수입니까? 개혁입니까?”

남경필 지사가 던진 질문 속에 바른정당의 고민이 깊게 묻어났다. 두 후보의 인사말을 듣는 참석자들의 태도가 무거운 이유를 그때서야 알 것 같았다. 유 의원의 인사말은 마치 여당 지도부와 같은 느낌을 주었고, 남 지사의 인사말은 마치 안철수 전 대표 혹은 손학규 전 지사와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러니 듣는 사람들도 헷갈리고 가슴이 답답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바른정당은 신생정당이다. 그런데 우리가 지켜봐온 기존 정당과는 상당히 다르다. 카리스마 있는 강한 리더로 뭉친 조직도 아니고, 대선후보 중심으로 뭉쳐있는 집단도 아니다. 한마디로 뚜렷한 리더가 보이지 않는 정당이다.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한 사람이 정해놓은 길로 일사불란하게 가면 편하겠지만, 바른정당에게는 그런 옵션이 존재하지 않는다.

6선인 김무성 전 대표는 아예 발언 자체를 자제했고, 당대표와 원내대표는 물론 대선후보들의 발언에도 큰 무게가 실리지는 않는 모습이다. “이거 정당이 맞기는 한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단히 낯설고 부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그러나 보기에 따라서는 대단히 신선할 수도 있다. 새로운 정당문화의 출현일 수도 있다.

안타까운 것은 그러한 기대와 낭만을 만끽하기에는 작금의 정치적 상황이 너무도 엄중하다는 거다. 대통령 탄핵 정국의 한 가운데에 있으면서 조기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버거운 정치일정이 이들 앞에 놓여있다. 오죽 절박했으면 일요일 오후부터 저녁까지의 긴 시간을 끝장토론회로 잡았겠는가?

물론, 결론이 나지는 않았다. 연대인지 자강인지, 김무성 불출마인지 재등판인지, 보수인지 중도인지, 안보 제1인지 경제 제1인지… 그러나 새로운 정당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애쓰는 모습 속에서 보수의 새로운 희망이 싹트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레이스도 그 정치적 스펙트럼이 넓기는 마찬가지다. 개혁세력연대를 주장하는 문재인 전 대표와 좌우대연정을 주장하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사이의 간극도 결코 작지는 않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의 정체성이 확립되어 있기에 이들은 어느 정도의 이탈을 용인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지사 간 간극이 크게 느껴지는 것도 어쩌면 바른정당의 정체성이 확고하게 서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 지점에 이르니 바른정당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된다. 창당한지 20일 남짓 밖에 안 되는 정당에서 이처럼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 도리어 놀랍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유승민과 남경필 사이의 간극… 그것은 혼선과 불편함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바른정당의 진정한 저력이자 잠재력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바른정당 당사를 떠날 때가지 기자의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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