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부총리가 총리와 권한대행 겸임? 현실성 낮아

[뉴스엔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불출마로 인한 최대의 정치적 수혜자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다.

반 전 총장 불출마 이후 실시된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10%대에 진입하며 안희정 충남지사와 2위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힘입어 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이 공개적으로 대선출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황교안 대행도 공개적으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적은 없다.

그런데 현실적인 문제로 들어가면 그것이 그리 쉬운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을 뿐아니라 여전히 대한민국 국무총리다.

다시 말해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겸직하고 있는 거다. 만일 그런 황 권한대행이 총리직을 사임하고 대선후보로 나서면 어떠한 일이 벌어지게 될까?

당연히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무총리가 모두 공석이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렇다면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국무총리 직을 승계하고 경제부총리를 새로 임명하면 된다고? 

이것도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국무총리를 임명할 대통령 권한대행이 궐위 상태이기 때문에 임명권 행사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유일호 부총리를 국무총리로 임명하여 국회에 인준을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도 대단히 억지스럽다. 왜냐하면 대통령선거를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관리해야 할 대통령 권한대행을 유력 대선주자(황교안)가 임명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선거중립 여부에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고, 절대 과반수를 가진 야당이 새로운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을 인준할 가능성도 전혀 없다.

그렇다면 황교안 권한대행이 새로운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을 임명하든 안하든 일단 물러나면, 국회의 인준을 거쳐 새로운 국무총리가 직무를 수행할 때까지 어찌되었건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무총리가 궐위 상태가 되어 어쩔 수 없이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겸 국무총리 겸 대통령권한대행이 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다.

아니 대통령,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기재부장관 등 어마무시한 자리 4개를 한 사람이 겸직하여 수행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 아니 국정운영이 무슨 소꿉장난인가?

이것을 새누리당 지도부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쪽은 계속 연막을 치고, 한쪽은 계속 침묵하고... 대단히 무책임하고 염치없는 행동이다.

국정농단으로 대한민국이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이제 한 사람이 대통령,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기재부장관을 모두 겸직하는 사실상의 국정공백 상태를 초래하려고 이들은 계획하고 있는 거다.

앞뒤 가리지 않고 황교안 권한대행을 대선주자로 여론조사에 포함시키는 조사기관들도 정말 어이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아무리 인기를 끌고 싶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출마가 불가능한 사람까지 넣어서는 안 되는 거 아니겠는가?

혹 새누리당과 황교안 권한대행이 얼굴에 철판을 깔고 끝내 출마를 강행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인용이 아닌 기각으로 결정되어 박 대통령이 다시 직무에 복귀하지 않는 이상, 황교안 후보는 국정농단에 대한 정치적·도의적 책임 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와의 관계 설정 문제로 선거운동이 심각한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와 그닥 긴밀하지 않았는데도 반기문 전 총장은 끝내 제3지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낙마했는데, 황교안 후보가 이 어려운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어내고 스스로의 입지를 만들어나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래서 황교안 권한대행은 결코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나는 전망한다.

다만, 지금 굳이 불출마를 선언하면 자신의 영향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새누리당이 완전무결한 불임정당으로 추락하기 때문에 상호 묵인 하에 ‘황교안 출마 가능성’이라는 산소호흡기를 꽂고 있는 거다.

새누리당과 황교안 권한대행 모두 알고는 있다. 얼마 가지 않아 그 산소호흡기를 떼야 한다는 사실을.

최소한 언론만큼이라도 어느 정도 현실성에 무게를 두고 보도했으면 좋겠다.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고 나락으로 떨어진 새누리당이야 앞뒤 가리지 않고 자신들이 살기 위해 발버둥치고 무리수를 둘 수 있지만, 언론이 이것에 끌려가고 흥을 맞춰주는 것은 곤란하다.

정말로 황교안이 대선후보로 출마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을 세계의 웃음거리로 만드는 일이다.

대통령,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기재부장관을 한 사람이 몇 개월씩 겸직해도 되는 것이라면 이들 4자리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국민의 혈세를 아끼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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