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일본은행이 21일 장단기 금리를 관리하는 새로운 금융완화 정책을 도입했다.

▲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 ⓒ뉴시스

이코노미스트 등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지난 3년 반 동안의 금융완화 정책을 '총괄적으로 검증'하는 이번 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더 내리거나, 장기국채 매입을 확대하는 두 가지 방법을 중심으로 추가 완화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그러나 일본은행은 장기 국채의 '금리 목표'를 설정해 자금공급량을 조절하는 색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금융정책이라는 평가다.

우선 단기 금리는 기존의 -0.1%를 유지하고, 장기 금리의 기준이 되는 10년물 국채 금리 목표를 '0%'정도로 설정해, 이를 유지하도록 국채 매입량을 조절하기로 했다.

구로다 하루히코(黒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조치와 관련해 "2%의 물가 상승 목표를 되도록 조기에 실현할 방침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며 "장단기 금리 조작을 통한 양적·질적 금융완화"로 정책의 지속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NHK, 니혼게이자이신문,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은 '금리 목표'를 설정한 것은 지난 2월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는 금융기관을 배려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금융기관이 수수료를 내가며 일본은행에 돈을 맡기는 격이 되자, 금융기관은 일본은행에 돈을 묶어두는 대신 가계와 기업에 저금리 대출을 촉진했다.

예상대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금리는 대폭 낮아졌으며 개인이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거나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의 움직임이 확산됐다. 그러나 장기 금리가 과도하게 하락하며 금융기관의 수익이 악화, 운용난을 겪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에 일본은행은 이번 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의 확대라는 방법 대신 장기 금리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금리 타깃(목표)'이라는 묘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 타깃을 도입하면 금리의 대폭적인 하락이 방지된다. 이렇게 되면 금융기관의 자금 운용난 해소 효과가 기대될 뿐 아니라, 비싼 값으로 일본은행에 전매할 목적으로 국채를 구입하는 투기적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구로다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향후 필요에 따라서는 마이너스 금리 확대를 실시할 것"이라며 마이너스 금리폭 확대에 대한 여지를 남겨뒀다. 금융기관 등에서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지만 정책으로서 필요하다면 주저 없이 실시할 방침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향후 추가완화 수단으로 구로다 총재는 ▲단기 금리 인하 ▲장기금리 조작 목표 인하 ▲자산매입 규모 확대를 들었다. 또 ▲자금 공급량의 확대 가속을 수단으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채 매입 속도는 현행 연간 80조엔의 속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일본은행이 목표로 설정한 물가 상승률 2%를 달성한 후에도 국채 매입을 계속하기로 했다. 연간 6조엔 페이스의 상장투자신탁(ETF) 매입은 현행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한편 일본은행이 디플레이션 탈피를 목적으로 대규모 금융완화를 내놓은 것은 아베 2차 내각이 시작된 2013년 4월이었다. 당시 일본은행은 2012년 말 기준 138조 엔이던 본원통화(monetary base·시중의 현금과 민간 금융기관이 중앙은행에 맡긴 지급준비금의 합계) 규모를 연간 60조∼70조 엔가량 늘려 2014년 말에 270조 엔이 되도록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대규모 금융완화로 금융시장에서는 엔화 시세가 하락하고 주가가 오르면서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실적이 호전됐다. 마이너스 행진을 하던 소비자 물가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2014년 4월에는, 소비세율 인상의 영향을 제외한 물가 상승률은 플러스 1.5%정도에 이르는 등 목표치인 2%를 달성하는가 싶었다.

그러나 같은 해 여름 이후 원유 가격 급락 등의 영향으로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기 시작했다.이 때문에 일본은행은 2014년 10월 국채 매입량을 연간 80조엔 수준으로 상향하며 시장에 돈 풀기를 가속했다.

그러나 소비증세 등의 영향으로 개인 소비는 정체가 계속되고 소비자 물가는 0%안팎에 머무는 등, 2% 물가상승률 목표 달성에는 멀어지고 있다.

또 올해 들어 신흥국 경제 침체 등을 배경으로 외환시장에서는 엔고가 진행되고 주가도 하락하는 등 경기 회복에는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행은 올해 1월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라는 이례적인 정책을 내놓았다. 지난 7월 회의에서는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매입 규모를 약 2배로 늘리는 금융완화 강화를 결정하고, 9월 회의에서는 현재의 금융 정책을 총괄적으로 검증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번 회의에서 일본은행은 금융완화 도입으로부터 3년 반 가량이 지나도 목표로 하는 2%의 물가 상승률을 달성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기업과 가계의 디플레이션 심리가 강해 물가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일본은행은 디플레이션 탈피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금융 완화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 정책의 축을 변경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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