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한국은행이 9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9월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25%로 동결했다.

▲ 의사봉 두드리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뉴시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에도 아랑곳 없이 커지는 가계부채와 함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것이 한은의 동결 결정을 이끈 주요인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겠다고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가계부채는 꺾이기는커녕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전날인 8일 한은이 발표한 '2016년 8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은 전월에 비해 8조7000억원 증가한 682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8월 기준 2008년 통계편제 이후 최대치다. 월간 기준으로는 2015년 10월(9조원 증가)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특히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한국주택금융공사 정책모기지론 포함)은 한 달 동안 6조2000억원 늘어난 512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역시 2008년 이후 8월 중에서는 가장 높은 증가폭이다.

통상 부동산 시장 비수기로 일컬어지는 8월에도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오히려 몸집을 불린 것이다.

더욱이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의 증가폭도 6년3개월 만에 최고 기록을 다시 쓰면서 가계부채의 질도 악화됐다는 우려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의 증가액은 2조5000억원으로, 2010년 5월 이후 최대치이자 2008년 관련 통계 편제 이후 사상 두 번째 기록을 냈다.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으로 저금리 정책이 지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으로선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가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 8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일부 금통위원들은 국내 가계부채 확대의 일정부분 원인을 저금리 정책의 영향으로 판단하기도 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더딘 내수회복, 수출 부진, 낮은 물가 등 성장경로의 높은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지만 가계부채관리를 위한 한은의 정책 공조 강화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라며 "빠른 가계부채 증가세가 억제되지 않는 한 한은의 금리인하는 지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등 선진국들이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있는 만큼 이들의 정책 결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기를 두고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는 있지만,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한은의 금리인하 결정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불과 이달 초까지만 해도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은 비교적 높게 관측됐었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미국 경기지표가 금리를 올릴 만큼 개선됐다고 언급했고, 이후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이 올해 연준이 한번이나 두번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발언하면서 미 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은 대폭 확대됐다.

그러나 이후 지난 2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가 당초 예상보다 부진했고, 6일 미국의 서비스 지표까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9월 미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전망은 더욱 약화된 상황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옐런 의장이 노동시장의 상황을 한 달 지표가 아니라 3개월 평균으로 판단한다는 점, 또 피셔 부의장이 언급한 적정수준에는 부합하다는 점 등을 볼 때 조기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인상이 가장 큰 화두인 9월 인상 가능성이 미미하긴 하나 통화당국 입장에서는 9월 FOMC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지난 6월 단행한 금리 인하 효과와 조만간 집행에 들어갈 추경 효과를도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이 우세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올 하반기 경기하방 압력을 높이는 요인들이 산적한데다, 개별소비세 인하 등 경기부양책들의 종료로 내수흐름이 더욱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한은이 이르면 오는 10월 경기부양 차원에서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꺼내들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조용구 신한증권 연구원은 "9월 미 FOMC에서 금리 동결이 결정되고 소비 둔화에 대한 지표 확인, 수출이 재차 감소하는 등 경기 하방리스크가 재차 부각되면 10월의 인하 기대감은 재차 확대될 수 있다"며 "다만 10월에도 금리가 동결된다면 연내 인하는 사실상 힘들어 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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