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 은행 총재가 내부의 반발 기류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금융완화책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 일본 아소 다로 재무상과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 ⓒ뉴시스

24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의 경제 고문들이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를 상대로 금융완화책의 규모를 더 확대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아베 총리의 경제고문들은 구로다 총재를 상대로 ▲자산 매입 규모를 더 늘리거나 ▲마이너스 금리 폭을 더 확대하거나 ▲두 정책을 동시에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아베 총리의 경제 고문들이 지난 수개월간 이러한 압력을 강화해 왔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가 집권 이후 펼쳐온 양적완화, 기동적 재정정책의 약발이 다하면서 엔화가 오르고 성장률은 주춤하며,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목표 또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앞서 지난 10일 참의원 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여세를 몰아 대규모 부양책을 통해 2000년 이후 일본 경제를 괴롭혀온 디플레이션(물가하락)을 종식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안전자산에 돈이 몰리며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엔화 환율도 다시 높여 일본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달 초 30조엔(약 322조4300억원)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을 발표한다.

아베 총리의 경제 고문인 혼다 에쓰로(本田悦朗)는 일본은행이 자산매입 목표를 현재 80조엔에서 90조엔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목표치까지 제시했다. 그는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을 조율해 정책의 시너지 효과를 높여야 한다”면서 “(일본은행은) 이러한 메시지를 시장 참가자들에게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은행 내부에서는 이러한 정책의 실효성에 회의적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준금리가 마이너스이고, 채권수익률 또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산매입 규모를 더 늘리거나 마이너스 금리를 더 낮춰도 기업의 투자나 가계 소비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일본은행의 자산매입이 지속가능하지 않고, 기준금리 인하도 일본 시중은행들의 수익성을 떨어뜨릴 뿐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공세적 금융완화책이 현 시점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고개를 든다. 지난달 23일 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 결정으로 최고조에 달했던 시장의 불확실성이 이미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산매입 규모를 더 늘리거나, 마이너스 금리 폭을 더 확대하면 일본은행이 추후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일본은행 관계자는 “우리가 금융완화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문제는 금융완화 규모가 더 크거나, 시기가 이르면 더 낫다는 식으로 상황이 단순하지 않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WSJ은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구로다 총재가 ▲이미 전례가 없는 자산 매입 규모를 더 늘리거나 ▲자산 매입과 마이너스 기준금리 적용 영역을 더 확대하는 방안을 동시에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로다 총재도 앞서 23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열린 중국 청두(成都)에서 "중앙은행이 금융을 완화하는 상황 속에서 정부가 재정정책을 활용하면 경기에 대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개발은행(ADB)총재 출신으로 전임인 시라카와 총재를 이어 2013년 4월 일본은행 총재로 부임한 뒤 양적완화 정책을 앞장서 추진해왔다.

한편 일본은행은 28~29일 금융정책회의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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