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동양경제]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는 지난 30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사퇴와 관련해 자신의 홈페이지에 “잘 알던 사람이 영향력 있는 공직에 앉았다가 씁쓸한 표정으로 그 자리를 물러나는 광경을 지켜보게 되는 것은 누구에게 있어서나 거북한 일일 것입니다”라며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자리가 정부의 직제상

 

▲     © 편집 조효정 기자


 

차관급인지 장관급인지 나는 모르지만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자리인 것만은 확실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의 한국책임자로 일하면서 노무현이 대통령이던 시절에 최시중이 해마다 보내주는 연하장에 실린 숫자만 보면 노 정권에 대한 신뢰도를 훤하게 알 수가 있었습니다”라며 “그러나 나는 그가 이명박의 측근이라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가 거센 반대를 이겨내고 방통위원장이 되었을 때 나도 진심으로 축하하였습니다”라고 회고했다.

 

김 교수는 “그런데 내가 가까이 아는 사람 하나가 어떤 방송사를 인수하고 나선 최 방통위원장을 한 번 면담하고 싶다기에 그를 소개하는 글을 써서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이 만나고 돌아와서 내게 하는 말이, 최시중은 이미 편견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말이 통하지 않더라고 하였습니다. 그 뒤에도 최 위원장을 몇 번 만났지만 내가 보낸 편지에 대하여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라며 “최시중은 이명박의 측근으로 방통위원장 같은 자리에는 앉지 말고 다만 언론과 여론에 관하여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는 신분만 유지했으면 좋을 뻔하였습니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그는 또 “최시중이 훌륭한 인재임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다만 ‘보스’를 잘못 만난 죄 밖에 없을 지도 모릅니다. 최 위원장은 큰 ‘펀치’ 하나를 맞고 쓰러진 것이 아니라 거느리던 조무래기들의 별것도 아닌 ‘잽’을 견디지 못해 ‘링’에 타올을 던지고 물러나는 권투 선수와 같습니다”라며 “이 나라의 방송과 통신을 비롯하여 모든 언론을 이 꼴로 만들고, 1천 백여만의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한국인들이 만들어 입혀준 이명박의 멋진 새 옷 한 벌을 국민의 눈에 저렇게 누더기가 되게 하고 이제 물러나는 최시중의 마음도 괴로울 것 같습니다”라고 꼬집었다.

 

끝으로 김 교수는 “‘갤럽’으로 전 국민의 여론을 바로잡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겠지요”라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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