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대기업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바지사장을 내세워 산지 과일을 구입한 행태가 재판을 통해 밝혀졌다.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김상준 부장판사)는 모 대기업 측에 법인과 예금통장의 반환을 거부한 A(46) 씨에 대해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던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그룹의 계획에 따라 이 회사 당시 산지 직거래팀 소속의 A 씨를 개인사업자로 활동하며 회사에 과일 등을 공급하는 업무를 맡겼다.

대기업 차원에서 청과를 구매하려면 농민들이 보다 비싼 값을 요구하거나 중소기업 영역에 진출한다는 비판을 받을 것을 염려해 이른바 '바지사장'을 내세운 것이다.

 
A 씨는 그룹 측으로부터 선급금 형태로 208억 원을 받아 제주도 감귤, 안동 사과 등을 구입해 공급했고, 이를 통해 회사는 총 41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회사는 거래를 모두 A 씨나 A 씨의 부인 명의계좌로 이용했으며, 과일을 선별해 처리하는 '선과장'(選果場) 법인도 A 씨 부인 명의로 설립해 5년간 운영해오다 2009년 A 씨에게 선과장과 4억 6,000여만 원의 예금통장 반환을 요구했다.

A 씨는 회사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보상금도 주지 않고 자신의 공로를 인정해주지 않는 냉담한 회사의 태도에 반환을 거부했다. 그러자 그룹은 선과장을 돌려받기 위해 2011년 6월 A 씨에 대해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을 제기하며 사직 처리했다.

1심 재판부는 선과장이 회사 자금으로 운영됐고, 개인 재산이 투입된 적은 없었던 사실 등을 들어 업무상 횡령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A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가 가격변동이나 천재지변 등에도 비용 절감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등 선과장을 성실히 관리했으며, 통장 잔액에도 A 씨의 개인적인 노력으로 인한 이득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A 씨가 회사 직원이기는 하지만 외부적으로 산지 청과를 직접 매수에 공급하는 독립적인 사업자로서 활동했다"며 "자신의 공로에 대한 보상이나 비용상환 등의 정산을 요구하는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통장이나 설비에 대한 유치권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어 재판부는 "A 씨의 태도나 의사가 불법영득의사로까지 연결될 정도는 아니다"며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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