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작가 이보라씨가 두 번째 소설집을 내놓았다. 『내가 아는 당신』(도서출판 틈, 2005년) 이후 9년 만이다.

“하지만 단 하루도 문학 하지 않은 날이 없었어요. 월간 현대문학을 통해 단편소설 「과메기」로 처음 작가가 되었을 때 저는 너무 어렸고 부족했습니다.“ 겸손한 이보라씨에게 문학은 운명과 같은 것일까.

지난 정월에 이씨는 불교신문 신춘문예에 「파리로 가신 서방님」이라는 소설을 투고했고 당선되어서 문단을 놀라게 했다. ”초심으로 거기 딱 한 곳에 작품을 드렸습니다. 자의식의 시절을 마침내 초월하고 싶었어요. 가장 한국적이고 낡은 것들을 통해서도 가장 세계적이고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욕심은 아마 있었을 겁니다. 글감이 무엇이건, 앞으로도 저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자세로 쓰고 싶어요.“

2014년 불교신춘문예 심사를 맡았던 한승원 작가는 ”소설은 삶의 모양새를 한 개의 비유의 덩어리로 뭉뚱그려 독자에게 전해주는 화두 같은 문학형태이다. 읽는 동안 내내 달콤하고 재미있어야 하며 읽고 난 다음에는 감동의 오래 남아있어야 한다. 그런 기준으로 작품을 읽었을 때 이보라씨의 작품은 신화적이고 환상적인 상상력을 아름답고 절실하게 표현했다“고 호평한 바 있다.

작가 이보라씨의 이번 소설집 『바깥에서』 (청어출판사, 2014년)에는 「파리로 가신 서방님」 외 총 9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인간관계가 초래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탐구한다. 해설을 맡은 황국명(문학평론가·인제대교수)는 이보라의 소설을 “경계에서 글쓰기”라고 보았다.

이씨의 작품 속에서 생의 적소(適所)를 찾아 떠도는 주인공들은 국적이나 인종 같은 서로 간의 차이를 횡단한다.

이러한 글쓰기는 집과 광장, 안과 바깥, 동일자와 타자를 동시에 사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보라는 의연히 타자, 비동일자, 바깥을 지지할 심리적 준비를 갖추고 있지만 그 지지가 새로운 권력 형태로 발현되는 것을 경계한다. 이런 의미에서 경계야 말로 이보라 소설의 적소이다.

황국명 평론가는 또 “이보라 소설은 독자가 공저자로 뛰어드는 열린 텍스트이다. 아포리즘적 글쓰기로, 이미 확립된 소설적 규범과 길항하고자 의도한 것이라면 이보라는 독보적인 작가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임으로써 이작가와 작품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아포리즘이란 삶의 전체영역에 대한 통찰, 탁견, 신조, 진리, 감정 등을 간결하게 진술한 표현형식이다. 이보라작가의 아름답지만 예리한 (아포리즘적)문장이 안과 바깥을 넘나드는 사유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말로 이해된다.

텍스트 바깥에서 저자 이보라씨가 또 다른 것을 사유하는 동안 독자가 텍스트 안에서 얼마든지 공저자가 될 수 있는 소설집 『바깥에서』의 발간이 반갑다. 언제부턴가 ‘나’를 잃어버리게 만드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혹시 우리가 지쳐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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