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통팔달] 최슬기 이화여대 사회학과 연구교수

▲ 최슬기 이화여대 사회학과 연구교수     © 운영자
앞으로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과거 선진국을 뒤따라가는 단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미래 예측이 쉬웠다. 외국의 사례와 이에 걸맞은 이론들을 근거로 삼으면 되었다. 하지만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게 된 것이다. 유엔인구기금이 발간한 2010 세계 인구현황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24명이다. 우리나라 보다 출산율이 낮은 나라로는 홍콩(1.01명)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1.22명) 뿐이다. 국가 규모나 역사를 고려하면 더 이상 선례로 참고할만한 국가가 없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손쉬운 예측 방법은 지금의 추세가 지속되리라고 보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과거 자료를 바탕으로 한 수학적 모델을 설정하고, 이를 통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 현재 저출산을 가져온 주요한 요인들인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고양육비 문제가 단시간 내에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런 방법은 설득력을 지닌다.
 
하지만 이 방법에는 세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예측 기간과 관련된 구조적 변화 가능성이다. 향후 5-10년처럼 가까운 미래는 현재 추세를 바탕으로 한 예측이 현실성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먼 미래에도 출산율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의 추세를 넘어선 구조적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둘째, 기간의 문제는 미래뿐 아니라 과거에도 있다. 과거 어느 시점부터 추세를 고려해야 할 것인가? 1960년에는 합계출산율이 6명이 넘었다. 대체출산율인 2.1명 이하로 내려온 것은 1983년이 처음이었다. 그 후 90년대말까지 출산율은 1.6명 부근에서 정체되어 있었다. 어느 시점부터로 추세선을 잡느냐에 따라 예측 결과는 민감하게 바뀔 수 있다.
 
셋째, 지금의 추세를 그대로 연장하다 보면 자칫 비현실적인 결론에까지 도달할 수 있다. 초저출산(합계출산율 1.3명 미만)은 출산연령의 고령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2009년 평균 첫아이 출산연령은 1981년 24.1세보다 5년 이상 늦어진 29.84세라고 한다. 첫아이 출산연령은 지금도 매해 0.2년 정도씩 늦춰지고 있다. 지금의 추세에 기반한 예측법을 따르면 평균 첫아이 출산 연령이 40세 가까이 될 수도 있다.
 
여러 설문조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듯이 초저출산 와중에서도 한국인의 이상적인 자녀수는 두명 부근을 유지하고 있다. 임신과 출산에는 생물학적 나이라는 제약이 있다. 아이를 계획하고 있는 부부라면 불임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도 마냥 출산을 미룰 수는 없을 것이다. 출산을 미루는 것이 멈춘다면 출산율 하락세도 멈출 수 있다.
 
1990년대부터 스페인, 이탈리아를 비롯한 남유럽과 체코, 헝가리, 폴란드 등 동유럽, 그리고 일본을 포함한 35개국에서 초저출산이 나타났다. 흥미롭게도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이들 대부분 국가에서 출산율이 반등하여 지금은 1.3명 보다 높은 수준의 합계출산율을 유지되고 있다. 출산율 반등을 가져온 주요한 요인으로는 출산지연이 멈춘 것이 지적되고 있다. 과거의 추세만 바라볼 때는 초저출산 상황에서 출산율 반등이 있으리라고 예측할 수 없었다.
 
주가가 오를 때는 끝없이 오를 것만 같고, 떨어질 때는 나락없이 떨어질 것 같은 법이다.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만 매몰되어 바라볼 때 겪는 현상이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출산을 미루는 것이 멈춘다면 출산율 하락세가 중지되고 소폭이나마 반등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항상 조심스럽지만, 미래 한국의 출산율 또한 다른 나라의 예에서처럼 반등의 계기를 잡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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