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정 센터장, 사회적 여행과 상생적 협력 통해 지역의 새로운 에너지 물꼬
사비공예마을과 문화도시 사업으로 내년도 야심찬 계획

[뉴스엔뷰] 2년 전 시작된 코로나19 상황은 전국을 불황으로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여기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인구 밀도가 높지 않은 지방의 소도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몇 년간 기존과 다른 시도로 지역적 활기를 일구고 있는 곳이 있어 화제이다. 바로 인구 6만이 겨우 넘는 부여군이다. 부여지역 변화의 중심에는 부여군 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있다. 이곳을 맡고 있는 노재정센터장을 만나 부여군의 새로운 실험적 시도에 대해 물었다.

노재정 센터장이 슬로건 카드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뉴스엔뷰
노재정 센터장이 슬로건 카드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뉴스엔뷰

- 노재정 센터장님 반갑습니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현재 부여군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센터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전 일하던 곳은 서울이었습니다. 그런데, 고향인 부여를 아이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어느 날 들었고, 10년 전 그 생각에 꽂혀서 귀촌을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지역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사회적기업가이고, ‘사회 혁신가로서의 저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역 일을 하다 보니 지역사회의 변화라는 것은 협력을 통해서 나올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더군요. 그래서 현장에서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가장 큰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 현재 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여러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행되고 있는 일들을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우선은 부여군 사회적경제조직 활성화를 표방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사회적경제 기업의 발굴과 육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들이 일단 발굴되면 사회적경제기업간의 협력과 네트워크 형성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판로개척과 유통지원도 해 줘야 합니다. 하지만, 부여와 같은 곳은 지독한 고령화와 상대적으로 낮은 인구 밀도 때문에 사회적 경제조직으로의 진입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도시처럼 경쟁을 통한 선발이 아닌 사람과 조직을 길러낸다는 관점에서 정책이 요구하는 기본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센터는 정책과 기업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정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면서, 동시에 기업의 성장을 도모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야만 합니다.

- 센터 차원의 여러 노력을 하고 계시는군요. 그렇다면, 노재정 센터장님이 궁극적으로 추구하시는 바는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는 민간의 자율성에 기반한 자립적인 지역경제 생태계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수년 동안 농촌 지역은 행정이 이끌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민주도의 자립적 지역경제생태계가 만들어지지 못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부여군은 현재 인구가 63천여 명인데 매년 천명씩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것은 지역발전의 시각으로 보면 엄청나게 치명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내수경제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인구가 20~30만정도만 되도 내수에 기반한 자립경제를 이야기할 수 있으리라고 보여집니다만, 부여군의 경우 사실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외부와의 협력에 기반한 개방적 혁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농업과 백제 역사가 주요한 자산인 부여군은 지역 주민이 주도하는 내발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관광과 6차산업에 기반한 개방된 서비스 경제구조를 지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센터의 역할은 지역과 외부 간의 관계와 협력을 촉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조화로울 수 있도록 조정자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센터장이기 때문에 하는 고민이 아닙니다. 고향인 부여로 내려온 초기부터의 고민이었습니다. 고령화와 인구감소의 대안으로 5년 전부터는 지역발전의 동력으로 관광을 이야기해 왔습니다. 호텔, 리조트 등의 대규모 시설이 아닌, 주민들이 주도하는 지속 가능한 관광 형태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소위 사회적 여행이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지역사회의 경제적 소득을 창출하면서 고객들에게는 질 높은 여행 서비스를 지향하는 부여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노재정 센터장이 문화도시 시민 원탁을 주재하고 있다. 시민 원탁은 노센터장이 시민들과 소통하는 대표적인 방식이다. 뉴스엔뷰
노재정 센터장이 문화도시 시민 원탁을 주재하고 있다. 시민 원탁은 노센터장이 시민들과 소통하는 대표적인 방식이다. 뉴스엔뷰

- 센터장님은 이곳이 고향이기 때문이셔서인지 애향심이 남다르신 것 같습니다. 다른 지역의 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달리 독특한 일을 많이 해오신 것으로 아는데, 소개해 주셨으면 합니다.저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행정의 칸막이를 넘어서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변화의 시대입니다. 대기업들도 그렇고, 많은 조직들이 문제 해결 중심으로 조직운영의 체질을 바꾸어가고 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지역을 이끌어 왔던 관료주의를 넘어서지 않고는 지역 문제가 해결될 수 없습니다. 공무원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관료주의 자체가 문제입니다. 어렵지만, 사회적경제지원센터 같은 중간 지원조직은 행정의 칸막이를 넘어 부서 간 협력, 주민조직 간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내부 역량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기업과 공방 유치, 지역 내에서의 교류, 이들 사이의 협업 진행 등 이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난 몇 년간,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으로 사비공예단지와 협업하여 지역 외부에서 들어오는 공방과 기업가들의 공동작업을 서포트 하였습니다. 또한, 관광두레의 주민 여행사들이 육성되면 사회적경제조직으로 지원될 길을 찾기 위해 애썼습니다. 어찌보면, 센터에서 공식적으로 하는 일보다 다른 중간 관리조직과의 협력, 그리고 각 공방, 주민여행사, 기업 등이 함께할 일을 찾는 비공식적인 일이 훨씬 많았던 것 같습니다. 우스겟소리인지 모르겠지만, 동네 대소사를 챙기는 동네반장역할과 비슷했다고 생각됩니다. 사비공예클러스터 사업은 부여가 이끌고 있는 대표적 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비공예문화산업지원센터와 함께 사회적 경제지원선터는 지속가능한 공예마을을 만들기 위해 외부에서 공예가와 기업을 유치했습니다. 이들과 지역 공예인이 함께 길드를 구축하고 자립적 로컬경제공동체를 만드는 실험을 현재 계속해서 하고 있습니다. 그와 더불어 고령화와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도 하고 있습니다. 청년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지역에 머물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 사비공예센터 오희영센터장과 사회적기업, 청년기업가들과 함께 청년정책 2.0’을 만들었습니다. 이 외에도 부여의 오랜 가치인 호혜성을 부여의 미래가치로 가져가기 위한 노력들도 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만들기 위해 법정 문화도시사업, 지역의 다양한 실패사례를 발굴하고 재도전을 지원하는 실패박람회사업도 진행했습니다.

- 좀 전에 사회적 여행이라는 것을 언급하셨는데요. 이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인가요?

, 좀 생소한 표현이라고 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역관광활성화라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사회적경제 조직과 주민관광사업체와 행정과의 협력뿐만 아니라, 여행객들과의 협력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지속 가능한 여행 산업을 위해 좋은 여행상품을 마련하려는 지역의 노력과 그런 상품을 구매해주는 여행객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협력적 여행이 바로 사회적 여행입니다. 지금까지 지역관광은 시설중심, 개발중심의 논리로 풀어왔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관광사업을 하면 정작 주민들은 개발로 인한 여러 문제들에 직면하기 일쑤였습니다. 환경문제에 더해 삶의 터전을 잃거나 대기업들만 이익을 보게 되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사회적 여행은 주민이 여행사업의 주체가 되는 내발적 역량을 강조합니다. 지역관광이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공정한 여행으로 지역의 자생력을 확보합니다. 한편으로, 이런 형태는 외부 방문객에게는 지역의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수준 높은 여행을 제공합니다. 여행객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착한가치소비를 통해 환경문제와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주게 됩니다. 여러모로 매우 유익한 목적에 기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관광을 사회적여행의 방식대로 추진하려면, 부여 내의 인프라와 외부적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현재 지역주민주도의 관광사업체 DMO와 외부의 협력을 위한 모자이크 비즈니스의 실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상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마을호텔, 지역여행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고, ‘테마버스로 지역 간 협업을 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관광두레와 공예인들이 함께하는 사비공예단지, 친환경적인 여행이 가능한 열기구와 지역내 체험간 협업, 역사유적지구인 부여읍내 상권의 문화재생에 기반한 역사관광, 농업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6차 사업화를 위한 일들 등 입체적이고 다각적인 여러 시도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사회적 여행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말씀드렸던 대로 외부와 내부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렇게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지역 내부의 기초를 다지는 시도들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여행은 노재정 센터장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이다. 사진은 사회적 여행 활성화 지원사업 기념 촬영. 뉴스엔뷰
사회적 여행은 노재정 센터장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이다. 사진은 사회적 여행 활성화 지원사업 기념 촬영. 뉴스엔뷰

- 센터장님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서 조금 더 여쭙고 싶습니다. ‘모자이크로 표현하셨던, 협업의 가치라는 건 어떤 걸 말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센터는 이를 위해 어떤 일들을 해왔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협업을 모자이크라고 생각합니다. 행정과 대기업의 조직운영은 수직적인 피라미드 형태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지역의 소도시, 소기업이 생존을 위해서는 수평적 관계의 협력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것이 바로 모자이크인 것이지요. 어쩌면 모자이크라는 단어가 좀 생소하실 수도 있는데요. 농촌사회였던 부여의 전통 중 두레와 품앗이 같은 것을 떠올리시면 될 것 같습니다. 두레와 품앗이의 현대화가 바로 모자이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호혜적가치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부여에 들어오는 많은 귀농인, 예술가. 기업들과 지역 문제를 고민하는 주민들이 함께 협력해서 만들어가는 것이 저희가 시도하는 부여의 모자이크실험입니다.

- 문체부가 추진하는 법정문화도시 조성사업은 문화 활동과 사회적 경제 사이의 연계 협력을 강조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부여군이 문화도시를 준비할 때 이것을 어떻게 적용했나요?

법정문화도시 사업은 지역의 고유한 문화적 가치를 기반으로 지역공동체의 발전과 지역의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을 구축하는 사업입니다. 한편으로, ‘문화도시사업은 결과가 아닌 지역의 내발성 형성을 위한 협력적 거버넌스가 필수적인 사업입니다. 바꾸어 말하자면, 주민들이 주도하는 민-관의 협력구조, 즉 협력적 거버넌스를 만들어야만 법정문화도시로 선정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부여는 호혜의 원탁과 같은 소통의 자리를 꾸준히 만들었습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부여라는 작은 도시의 발전을 이야기하게 되길 바랐습니다. 사실, 사회적 경제조직들도 저녁에 퇴근하면 저를 포함하여 구성원들 각각이 시민들입니다. 우리 모두가 시민이라는 것이지요. 각자의 바쁜 업무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지만 협력을 위한 소통의 자리를 꾸준히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여 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문화도시를 준비하면서 시민들이 소통하는 원탁으로 사회실험을 하는 시민랩을 열었습니다. ‘호혜의 실험실이 바로 그것입니다. 함께 했던 분들 중 대부분이 사비공예단지에 있는 공방, 입주 기업, 지역 안에서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주민여행사를 하는 분들이었습니다. 예술인, 농민, 귀농인들이 함께했고 모두 자발적 참여로 대안을 만드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 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사회적 경제조직을 지원하는 센터이쟎아요. 그런데, 상업인이나 사업체의 지원보다 시민주도의 협력구조를 만드는 것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지역 전체에 협력적 거버넌스가 지역사회에 결성되어 있어야 그 힘으로 지역사회가 바뀌기 때문입니다.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역시, 단순히 정부의 사회적 경제정책을 전달하고 사회적 경제조직을 보육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야 합니다. 자립과 자율을 위해 시민들과 경제조직, 기업들 사이의 협력을 고민해야만 합니다. 사회적 경제 기업은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서 생존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사회적 경제 기업들은 시민들은 단순히 물건을 사주는 소비자로 바라봐서는 안됩니다. 시민을 기업의 중요한 파트너로 바라보고, 시민들을 돕고 시민과 상생하는 일로 돈을 벌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시민들이 주도하고 자생력을 갖는 지역사회의 협력구조를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센터장님의 노력에 더불어 미래가 기대됩니다. 내년에는 어떤 일을 펼칠 계획이신가요?

소농들과 농민들의 농업활동 지원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농업정책은 대농과 기업농 중심으로 농업정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의 귀농과 귀촌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소농, 고령농, 귀농인 지원을 위한 농산물 유통지원 플랫폼과 농산물 제조/가공을 위한 공유팩토리를 구축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이미 말씀 드렸던 모자이크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한 지역의 내/외부 소 기업간의 모자이크를 지원하고 이를 통해 민간 주도의 자립적 경제공동체 형성에 대한 실험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관광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부여뿐만 아니라, 인근의 공주-청양-논산-서천-보령 등과 사회적 여행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도시의 소비자와 연계를 통해 사회적 관광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려고 합니다.

한편 노재정 센터장은 협동조합 주인의 선봉장으로 부여군으로부터 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위탁받아 꾸려가고 있다. 노 센터장을 필두로 시도되는 이런 노력들이 지역적 발전이라는 분야에 효시가 될 수 있을지 기대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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