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민심] 민심은 돈 따라?
‘코스피 민심’은 여권?, ‘부동산 민심’은 야권? ‘활황장’ 주식시장-‘불만’ 부동산…민심 향배는?
[뉴스엔뷰] 이재명 정부의 ‘10·15 부동산대책’을 둘러싸고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정부는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며 집값 안정에 사활을 걸었지만, 부동산 시장은 급속히 냉각됐다.
반면 코스피 지수는 연일 신기록을 세우며 이른바 ‘이재명 랠리’가 펼쳐지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으로 갈라진 자산 시장의 온도차는 민심의 균열로 이어지는 듯하다. ‘부동산 규제’로 불만을 터뜨리는 계층과 ‘증시 활황’으로 경제회복을 체감하는 계층이 뚜렷하게 갈리면서, 2026년 지방선거는 이른바 ‘코스피 대 부동산’ 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졌다.
주식시장에 웃는 민심과 부동산 대책에 손해를 입은 민심이 어느 쪽으로 무게 중심이 흐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10월 29일 발표한 제9차 정기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는 51.5%, 부정 평가는 43.6%로 집계됐다.
긍정률이 부정률보다 7.9%P 높으며, 지난 조사 대비 0.2%P 상승해 미세하나마 반등세를 보였다.
물론 이 수치에 항상 각 진영의 콘크리트 민심이 포함된 것을 계산하면 지지율이 그리 큰 의미는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의견이기는 하다.
하지만 판단의 기준을 정하자면 다른 방법보다는 가시적인 부분이 확실하다는 점에서 지지율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어서다.
특히 수도권 지역에서의 부정 여론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점이 주목된다. 서울에서는 긍정 43.6%, 부정 51.8%로 전 조사 대비 큰 변동이 없었고, 경기·인천 역시 긍정 52.4%, 부정 42.6%로 안정세를 유지했다. 부동산 대책의 직접적인 영향권임에도 민심의 급격한 이탈은 없었다는 의미이다.
이는 최근 주식시장 상승세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코스피 지수는 올해 들어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며 ‘경제 회복’에 대한 체감효과를 높이고 있다.
경제적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대통령 지지율을 떠받치는 반면, 부동산 규제 강화는 수도권 일부 계층에서 불만의 불씨로 작용하는 구조다.
특히 10·15 부동산대책에 대한 평가는 냉랭했다.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9.3%가 ‘잘못했다’고 응답해, ‘잘했다’(39.0%)보다 10.3%P 높게 나타났다.
특히 정책의 직접 영향권인 서울에서는 부정 평가가 60.6%로, 긍정 평가(28.0%)의 두 배를 넘었다.
여기에 최근 여권 내에서 이상경 국토부 차관의 ‘갭투자’ 의혹, 복기왕 의원의 ‘15억 서민 아파트’ 발언 등이 연이어 논란이 되며 민심의 불을 지폈다.
부동산 규제의 직접적 반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 지지도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41.4%, 국민의힘이 36.4%로 집계됐다.
두 당의 격차는 5.0%p였다. 특히 서울에서는 오차범위 내(2.8%P) 접전이었다. 부동산 규제에 대한 불만이 서울 민심을 흔드는 모양새로 보이기도 한다.
앞서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0~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9명에게 이재명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평가를 물어 발표한 결과는 긍정 평가 51.2%, 부정 평가 44.9%로 집계됐다.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하락했고 부정 평가는 전주와 동일했다. ‘잘 모름’이라고 답한 유보층은 3.9%였다.
리얼미터는 “부동산 대책을 둘러싼 다수의 악재가 터졌지만 ‘코스피 지수 3900 돌파’, ‘한미중 정상회담 조율’, ‘대구 타운홀 미팅’ 등 이 대통령의 경제·외교·민생 행보가 지지율 하락 낙폭을 어느 정도 완화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3~24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44.1%로 직전 조사 대비 2.4%포인트 하락했고, 국민의힘은 37.3%로 0.6%포인트 상승했다.
민주당은 2주 연속 하락했으며, 국민의힘은 2주 연속 상승했다. 이에 따라 양당 격차는 9.8%포인트에서 6.8%포인트로 좁혀졌다. 다만 여전히 오차범위 밖 민주당 우세인 상황이다. 이밖에 개혁신당 3.5%, 조국혁신당 3.3%, 진보당 1.5%, 기타 정당 1.9% 등이었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은 8.5%였다.
리얼미터는 “민주당은 이상경 국토부 차관의 ‘갭투자’ 의혹과 복기왕 의원의 ‘15억 서민 아파트’ 발언 등 여권 인사들의 실언이 연일 보도되며, 여론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국민의힘은 ‘해병 특검’ 관련 임성근 전 사단장 구속, ‘김건희 여사 명성황후 침전 출입’ 논란 등 사법 리스크가 동시에 부각되며 민주당의 악재를 온전히 흡수하지 못했다”고 해석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 논란이 계속될 경우 수도권 민심의 균열이 내년 지방선거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이재명 정부의 지지율 흐름은 명확히 갈라진다. 주식시장 상승세는 정부의 경제적 성과에 대한 신뢰를 높이며 지지율을 지탱하고 있지만, 부동산 규제는 서울·수도권 표심을 흔들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의 젊은 층은 부동산 규제로 인한 반감이 강하지만, 전국적으로는 주가 상승에 따른 경기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즉, 억지로라도 말을 만들자면 ‘코스피 민심’은 여권에, ‘부동산 민심’은 야권에 기운 구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경제 체감 대결’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주식시장 상승세가 지속되고 실질소득이 개선된다면 여권은 ‘경제회복 드라이브’를 내세워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민심의 역풍이 거세질 경우 수도권은 야권의 반전 무대가 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내년 지방선거는 ‘부동산 대 코스피’, 두 개의 민심 축이 맞붙는 대결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지지도는 안정세를 찾았으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이 서울 민심을 자극하고 있다”며 “정부가 경제회복의 성과를 구체적 체감지표로 연결하지 못하면 주식시장의 호황이 정치적 보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코스피 대 부동산’, 어느 쪽 민심이 승자가 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내년 투표장은 단순한 정치 대결이 아닌 ‘자산시장에 대한 심판의 장’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