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사면] 8·15사면과 여론조사
조국 사면, 여권에 ‘毒’일까 ‘藥’일까? 정치적 족쇄 벗은 ‘조국’의 귀환 합당이냐 분열이냐, 여권 운명 가를 변수로
[뉴스엔뷰] 여론조사 결과를 민심으로 이해하면 될까? 여전한 의문이다.
이번 8·15사면과 관련한 여론조사 결과로 향후 정치권의 변수를 살펴보자면 이렇다.
우리에 갇혀 있던 호랑이가 날개를 달고 나타났다. 바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이야기다. 조 전 대표가 8.15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되며, 사법 리스크는 물론 공직선거 출마를 옥죄는 정치적 족쇄마저 벗어났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정치 무대에 다시 등장하면서, 여권 내부에선 긴장감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그의 복권은 단순한 개인의 정치 재개를 넘어,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관계, 나아가 진보 진영 전체의 권력 구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면 이후 조 전 대표의 공개행보가 빨라지고 있고, 내년 지방선거나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민주당은 향후 전략에서 ‘조국 변수’를 빼놓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 조국의 ‘귀환’… 그리고 분열 노리는 시나리오
그러다 보니 여권의 분열을 희망하는 세력의 시나리오가 모락거리고 있다. 즉 “조 전 대표의 정치 복귀는 단순한 개인의 행보를 넘어, ‘조국 대통령 만들기’라는 시나리오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는 시나리오의 등장이다.
‘나는 꼼수다’ 멤버였던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이 18일 “김어준의 킹메이커 놀이”라고 저격하며, ‘조국 대통령 만들기’라는 시나리오를 시전했다.
그는 과거 ‘평화나무’시절의 동지들과 척을 지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어준 총수는 ‘킹메이커’ 역할을 즐겼던 사람”이라며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만든 기획이 김어준의 작품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내 짐작이지만, 김 총수는 ‘문재인 다음’으로 윤석열을 염두에 두었던 것 같다. 양정철, 주진우와 함께 말이다.”라면서 “조국 수호 집회가 한창이던 시절, 그는 노무현재단 유튜브에 나와 문재인을 ‘아버지’, 윤석열을 ‘아들’에 빗댄 구도를 제시했다.”라고 주장했다.
김어준이 22대 총선을 앞두고 다시 조국을 불러낸 것도 거론했다. 그는 “‘몰빵론’을 접고 ‘분산투자론’을 주장하더니, 결국 조국의 이름을 단 당이 12석을 얻도록 만들었다”면서 “이것 또한 김어준의 작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조국 대통령’이 목표가 되었다고 시나리오를 적었다.
■ 조국혁신당의 존재감… 호남 민주당마저
2024년 4월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은 비례의석 12석을 확보하며 예상을 깨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인 호남에서 더불어민주연합(민주당의 위성정당)을 앞서는 결과를 기록해 민주당 내부를 긴장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 지지율이 8·15사면 이후 하락하면서 야권의 지지율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여론조사기관인 (주)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실시한 8월 2주차 정당지지도 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 더불어민주당 44.0%, 국민의힘 38.1%, 조국혁신당 2.8%, 개혁신당 2.2%, 진보당 0.6% 순으로 집계됐다.
앞서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3일과 14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표본 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는 더불어민주당 39.9%, 국민의힘 36.7%, 조국혁신당은 5.7%, 개혁신당은 4.4%, 진보당은 0.9%로 각각 집계됐다.
7월 말 79%였던 호남지역 민주당 지지율이 8·15 사면과 관련한 2주 만에 49.1%로 떨어졌다.
물론 정청래 대표 체제 이후 컨벤션 효과도 잠식한 듯한 여론조사 결과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가 나타나자 한켠에선 “텃밭인 호남에서 지지율이 폭락했다는 점은 앞으로 조국의 귀환과 맞물려 호남의 지지 이동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는 시나리오를 펼치기도 한다.
■ 민주당의 복잡한 셈법… 합당 or 갈등?
조 전 대표는 18일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어떤 경우든 내년 6월에 국민에 의한 선택을 구하겠다”고 정치 재개 의지를 밝혔다.
서울시장이나 부산시장 등 내년 지방선거 출마나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셈이다.
물론 조국의 등장은 민주당 입장에서 ‘양날의 검’이다. 정치적 외연 확대와 진보진영 결집이라는 기회 요인이 있는 반면, 청년·중도층의 반발, 내홍 심화라는 리스크도 크다.
민주당 내에서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론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단일 후보’ 전략을 쓰기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의 ‘조국죽이기’ 조작 결과물인 ‘자녀 입시비리’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한 국민적 홍보가 부족한 상태인 것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국민의힘이나 개혁신당 등 야권이 이 점을 파고들어 갈라치기에 나설 경우 여권으로서는 지방선거에 역풍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만일 합당이 무산되고 각자 출마할 경우, 국민의힘 등 보수진영이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부산·울산·경남 등에서 상승세를 타던 민주당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있다.
심지어 야권의 공작 냄새가 풍기는 ‘내년 보궐선거에서 조 전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의 지역구인 인천계양을에 출마할 경우’와 관련 전통적으로 민주당 등 진보정당에 유리한 지역이지만,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각자 후보를 낼 경우 표 분산으로 국민의힘이 어부지리로 승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조국 전 장관의 복귀는 단순한 개인의 부활이 아니다. 민주당이 앞으로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득’도 ‘실’도 될 수 있다.
합당을 통한 통합 구도 구축이 현실적인 해법이지만, 이미지 리스크와 내부 반발이라는 장벽도 높다.
반면, 갈등이 격화될 경우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 차기 대선 구도까지 진보진영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아무튼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향후 처신이 현 여권의 정책적 성패는 물론 정치적 존재 이유가 판가름 나게 된다. 어떤 처신을 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