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선] 경선으로 ‘상장폐지’ 확인?

경선으로 ‘상장폐지’된 광역단체장들 내년 지선 도전 위한 출마 쇼 ‘무위’ 경선 비용 수억만 날린 상처뿐인 도전

2025-04-24     전용상 기자

[뉴스엔뷰] 6.3 조기 대선 경선에 많은 광역자치단체장들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맥을 못 추고 광속으로 탈락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주식으로 얘기하자면 상장폐지된 것이다. 통상 중진의원이나 대선급 주자들이 광역단체장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비상장 우량주로 평가받는 상황에서 의외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경기 지역은 국회 의석이 60, 서울 지역은 48석이나 되는 매머드급 광역단체라는 점에서, 경기도지사와 서울시장은 보통 소통령으로 불린다.

이철우(왼쪽부터), 나경원, 홍준표, 한동훈 제21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경선 후보가 20일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1차 경선 B조 토론회에서 토론 시작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여기에 부산(18), 경남(16), 인천(14), 경북(13), 대구(12), 충남(11), 전남(10), 전북(10) 10석 이상을 보유해 지역에서 광역단체장의 위상은 대통령에 버금간다.

이번 대선 경선에 도전한 인사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민주당), 유정복 인천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이상 국민의힘) 3명이다.

여기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대선 출마를 위해 대구시장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국민의힘 경선에 출마했다.

홍 전 시장까지 포함할 경우 이번 대선에 광역단체장은 모두 4명이 도전한 셈이다.

하지만 단체장 직을 유지하고 출마한 김동연 경기지사는 민주당 경선에서 이재명 전 대표에게 초반부터 맥을 못 추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유정복·이철우 두 단체장도 22일 국민의힘 1차 경선 결과 4배수(김문수, 안철수, 한동훈, 홍준표)에 포함되지 못하고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 하차했다.

심지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응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나경원 의원은 향후의 경기도지사나 서울시장을 염두에 두고 경선에 참여했을 것이라는 정치권의 분석을 참고한다면 상장폐지는 확실하다.

나 의원의 컷오프에 23일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자신의 SNS"국민의힘 경선을 조종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도 나 의원의 상장폐지급 추락에 대한 반증인 셈이다.

윤 전 대통령이나 황 전 국무총리는 선거에 대한 부정의 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강하게 작용하는 사람들로 알려져 있다.

물론 드럼통에 들어간 모습을 연출하면서까지 강한 집착을 보인 나 의원의 탈락은 스스로에게도 상당한 충격으로 작용했을 것은 불문가지다.

민주당 대선 경선의 경우 어대명분위기 속에 이재명 전 대표의 독주로 진행되고 있다.

충청권과 영남권 개표 합산 결과, 이재명 전 대표는 89.56%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했고, 김동연 경기지사는 5.27%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친문계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5.17%였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한 세 후보는 모두 전·현직 광역단체장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전직 경기도지사 출신이고, 김경수 후보는 전직 경남도지사 출신이다. 김동연 후보는 현직 경기도지사 신분으로 경선에 참여하고 있다.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도 현직 광역단체장들이 맥을 못 추고 있다.

특히, CBS노컷뉴스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18~19일 이틀간 전국 성인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8명에 대한 선호도 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이철우 경북지사(2.0%)와 유정복 인천시장(1.4%)은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1차 경선 방식인 국민의힘 지지자 또는 무당층 응답만으로 한정할 경우에도 이철우(2.5%), 유정복(1.1%)은 최하위권이었다.

국민의힘 1차 경선 결과에서 국민의힘 광역단체장들이 줄줄이 탈락하며 여론조사 결과가 현실이 됐다. 국민의힘 2차 경선 4인방에 현역 단체장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못하며 광속으로 탈락했다.

이처럼 현역 광역단체장에 1차 경선 관문도 통과하지 못한 이유는 경선 기간이 짧고, 토론회 기회가 부족한 것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존 인지도가 대선 후보 결정에 큰 역할을 한 것이다. 다만, 1차 경선 관문을 통과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그동안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며 언론 노출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않아 국민적 인지도가 사실상 바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지사는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대한민국에는 새로운 박정희가 필요하다면서 “AI, 디지털, 에너지, 한류, 민생 중심의 5대 대전환으로 국민소득 10만 불 시대를 여는 국가 대개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구·경북 지역 민심을 파고들기 위해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을 방문하는 등 박정희 마케팅에 적극 나섰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황이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광역단체장들은 이런 저조한 성적표를 얻기 위해 경선기탁금 등 수 억원을 지출하고 있다. 광역단체장들은 왜 밑지는 장사를 하냐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정치권에서는 현역 광역단체장들의 대선 경선 출마에 대해 내년 지방선거 도전을 위한 출마 쇼로 평가한다.

한마디로 대통령 출마가 목적이 아니라 1년 앞으로 다가온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홍보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내년 지방선거에 도움이 되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은 목적을 이룰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경선기간이 짧아 이름조차 거의 거명되지 않고 경선이 마무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김동연 경기지사는 민주당 경선에 3명만 등록해 경선 끝까지 완주할 수 있어 인지도 상승 효과는 거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의힘 경선의 경우 후보 등록부터 1차 경선 발표까지 고작 1주일가량 밖에 안돼 홍보 효과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국민의힘 대선 후보 등록 및 경선 과정에서 한덕수 차출론이 모든 정치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국민의힘 대선 경선을 차갑게 식혀버린 것도 국민의힘 광역단체장들에게는 악재였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결정되더라도, 나중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대선후보로 추대될 것이라는 분위기로 인해 국민의힘 경선은 하나마나 한 경선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됐기 때문이다.

결국 경선 참여를 위한 수 억원의 비용만 날린 상처뿐인 도전으로 끝나게 됐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