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선] 대선, 단체장들 체급 올리기?
대선 후 개헌, ‘합리적 · 상식적’ 다수의 의견 광역단체장들 ‘주판알’ 튕기기 성공할까 몸값 올리기용 대선 출마…‘광탈’ 시 이미지 타격 홍준표, 시장 사퇴 ‘배수진’…현역 단체장 중 ‘유일’ 2010년 경남지사 사퇴 김두관 당내 경선서 패배
[뉴스엔뷰]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인천시장 등 광역자치단체장들은 작은 대통령이라는 뜻으로 ‘소통령’이라고 불린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실시되면서 이러한 소통령들이 대통령으로 체급을 올리기 위해 조기 대선에 뛰어들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8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질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을 6월 3일로 최종 확정됐다.
헌법과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파면 시 60일 안에 대선을 실시하도록 하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 파면 당시에도 파면 60일째인 5월 9일이 대선일로 지정됐다.
대선 후보 등록일은 5월 10일~11일이며, 대선에 출마하려는 지방자치단체장 등 공직자는 선거일 30일 전인 5월 4일 자정까지 사퇴해야 한다.
광역단체장 가운데 조기 대선 출마가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17개 시·도지사 가운데 절반가량인 8명에 이른다.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 지역 광역단체장인 김동연(경기, 민주당), 오세훈(서울, 국민의힘), 유정복(인천, 국민의힘) 세 사람의 출마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여기에 민주당의 경우 김영록 전남도지사도 출마 가능성이 있다. 당초 출마 결심 의사를 밝혔던 김 지사는 대통령 탄핵 인용 후 “신중히 결정”으로 입장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게 변수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오세훈·유정복 시장 이외에도 홍준표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태흠 충남지사, 이장우 대전시장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잠룡들이 수면 위로 얼굴을 드러내며 출마를 선언할지, 그냥 물 속에 그대로 숨어 있을지는 조만간 확인될 전망이다.
1년 뒤인 내년 6월에 지방선거가 실시되기 때문에 대선 출마로 관심을 끌어보겠다는 얄팍한 정치적 계산에 따른 행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홍준표 대구시장은 11일 대구시장직을 사퇴하며 배수진(背水陣)을 쳤다. 배수진은 강이나 바다를 등지고 치는 진(陣)으로, 중국 한(漢) 나라의 한신(韓信)이 강을 등지고 진(陣)을 쳐서 병사들이 물러서지 못하고 힘을 다해 싸우도록 하여 조(趙) 나라의 군사를 물리쳤다는 데서 유래한다.
즉, 어떤 일을 성취하기 위해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현재 직(職)을 사퇴하겠다고 선언한 광역단체장은 홍 시장이 유일하다. 단체장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그 직을 유지하고 대선 경선에 참여해도 된다.
따라서 직을 유지하고 경선에 출마할 수 있는 단체장은 경선에서 패배해도 별다른 리스크가 없는 셈이다.
그러나 홍 시장은 이러한 프리미엄을 버리고 시장직을 사퇴하며 배수진을 친 것이다.
물론, 홍 시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으로 출마했던 이유가 대선 출마를 위한 TK민심 확보라는 이유가 속셈이었다는 것은 정치권 관계자들은 다 아는 내용이다.
문제는 이러한 배수진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점이다. 지난 2012년 김두관 경남지사가 임기 2년여를 남기고 지사직을 던지고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다가 지사직만 날린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단체장 직을 유지하고 내달 4일까지만 사퇴하는 유리한 조건에 따라 대선 출마로 체급을 올리려는 단체장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들의 바람대로 체급을 올릴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은 경선 주자가 많을 경우 컷오프를 통해 4배수 정도로 압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섣불리 도전했다가 예비경선에서 빛의 속도로 ‘광탈’(光脫) 할 경우 오히려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5월 4일 사퇴 시한에 따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주요 정당들은 4월 말이나 늦어도 5월 4일 전에 당내 경선을 마무리하고 최종 대선 후보를 선출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경우 본경선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치러진 19대 대선처럼 권역별로 치를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당시 전국을 호남과 충청, 영남, 수도권·강원·제주 등 4개 권역으로 나눠 순회경선을 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대선주자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대선-개헌 동시 투표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김 지사는 “줄곧 계엄대못 개헌, 경제개헌, 분권형 4년 중임제 등을 말해왔다”면서 “나아가 대선-총선 임기를 일치시키기 위한 대통령 3년 임기단축을 주장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사실상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내란종식이 먼저"라는 입장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는 7일 최고위원회에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민주주의의 파괴를 막는 게 훨씬 긴급하다"라면서 "개헌으로 적당히 넘어갈 생각을 국민의힘이 하지 않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그는 "일부 정치 세력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논점을 흐리고 내란 문제를 개헌 문제로 덮으려는 시도를 하면 안 된다"고 강변했다.
이 대표는 “또 개헌 문턱을 낮추는 '국민투표법 개정'이 먼저”라며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정신을 헌법 조문에 넣거나, 대통령 계엄 요건을 보다 강화하는 개헌은 검토해 볼 수 있지만, 4년 중임제 또는 책임총리제 등 권력구조 개편, 대통령 권한 분산과 같은 굵직한 사안들은 '대선 후' 실행하는 게 맞다”는 주장이다. 이 부분과 관련 정치권의 셈법에 능숙한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의 주장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다.
이와는 별개로 현역 광역단체장 외에 전직 광역단체장들의 대권 도전을 살펴보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경기도지사,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은 제주도지사 출신이며,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 김두관·김경수 전 의원이 경남지사 출신이다.
즉 이번 조기 대선이 소통령 출신인 전·현직 광역자치단체장들의 독무대로 흐르고 있는 셈이다.
한편, 국민의힘 일부에서 호남 후보론이 등장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 주인공은 한덕수 총리(전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호남 기반에 영남 후보(이재명, 안동)에 대한 ‘맞불 작전’으로 영남 기반인 국민의힘에서 호남 후보로 맞불을 놓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한덕수 국무총리는 현재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어 사퇴 후 직접 대선에 뛰어드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또한 이번 조기 대선의 의미를 희석시키려는 시도도 엿보이는 상황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국민의힘과 멀지 않은 관계의 사람들이 ‘윤석열 창당과 출마’, ‘김건희 출마’ 등을 띄우며 정치권을 희화화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