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탄핵] 국회 입법은 국민 우선
여 ‘파기자판’ vs. 야 ‘입법강행’ 여야 입법 사유화, 정치권 갈등 증폭 대통령 탄핵 시 ‘닭 쫓던 개’ 입장되나
[뉴스엔뷰]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이 4일 오전 11시로 확정되면서 정치권의 셈법도 안개 속을 더듬고 있는 모습이다.
정치권은 그동안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치구도를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상대 제압용 방안을 ‘우후죽순’ 쏟아낸 바 있다.
우선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과 관련해 ‘파기자판(破棄自判)’ 카드를 꺼내들고 흔들었다.
우선 ‘파기자판’은 대법원이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지 말고, 대법원에서 직접 판결해 달라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헌재가 선고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할 경우 대법원 재판 진행 중인 상태에서 이 대표가 조기 대선에 출마하는 경우를 막아야 한다는 게 ‘파기자판’ 주장의 핵심이다.
국민의힘은 “대법원에서 유죄가 선고될 경우 대선을 또다시 치러야 하기 때문에 조속히 공직선거법 리스크를 해소하자”고 주장한다.
즉, 대선에 출마할 경우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이 대표의 대선 출마에 브레이크를 걸자는 것이 국민의힘의 당면 과제다.
‘파기환송(破棄還送)’은 대법원에서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다시 심판하도록 원심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파기(破棄)’는 판결을 취소하는 것이고, ‘환송(還送)’은 돌려보낸다는 뜻이다. 반면, ‘파기자판’은 판결을 취소(破棄)하고, 대법원이 직접 판결을 내리는 ‘자판(自判)’이 합쳐진 용어다.
형사소송법 제396조에는 ‘대법원은 소송기록과 1·2심 법원이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판결하기 충분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직접 판결을 할 수 있다’라고 파기자판을 설명하고 있다.
즉, 국민의힘의 파기자판 주장은 윤 대통령 탄핵을 전제로 하며 이 대표의 당선을 전제로 한 발상이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파면된 상태에서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을 파기환송 할 경우 또다시 6개월(2심 3개월+3심 3개월) 이상이 걸린다는 이유를 든다.
이에 따라 여권에서는 대법원장 직권으로 전원합의체로 회부해 이 대표 사건을 직접 판결을 내려달라는 주장인 셈이다.
물론,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도 뚜껑을 열기 전에는 확실한 내용이 될 수 없으나, 상대의 불편한 부분을 최대한 자극해 보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여권의 전술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이미 3년 가까이 소요됐다는 점을 최대한 공략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 대표의 재판이 기소부터 선고가 내려지기까지 900여 일이 걸렸기 때문이다.
여권의 주장에 따르면 “이 대표는 1심 재판이 진행된 800일 동안 6차례 불출석과 기일 변경을 5차례 신청한 기록이 있으며, 법원 서류도 4차례 받지 않아 재판 진행이 늦어졌다”는 것이다.
여권은 이를 이유로 조속한 재판의 진행을 원한다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여권에서는 “2심 재판에서도 ‘폐문부재’(당사자가 없고 문이 닫혀 있음)를 이유로 2차례, 이사불명을 이유로 1차례 송달이 무산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호준석 대변인은 3월 29일 논평을 통해 “대법원은 서울고법 형사6-2부가 대한민국에 만들어 놓은 거대한 ‘카오스’를 신속히 결자해지해 줄 것”을 말했다.
호 대변인은 “형사소송법은 제396조에 ‘파기자판’을 먼저 규정하고, 이어 제397조에 ‘파기환송’을 규정했다. 입법 취지로 보면 ‘파기자판’이 ‘파기환송’보다 우선 고려 대상이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야권에서는 “모든 진행상황이 공교롭게 그렇게 됐을 뿐 위법하거나 불법적으로 행한바가 없이 적법하게 진행됐다”는 주장이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핵심 열쇠라고 할 수 있는 헌법재판관 구성에 ‘올인’했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민주당은 지난 31일 국회 법사위 법안1소위에서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임기를 연장하고, 마은혁 임명강제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법안이 최종 확정될 경우 진보 성향의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오는 4월 18일 임기가 만료돼도 계속 헌법재판관으로 남아있게 된다.
정치권에서 특정 사람 때문에 법을 뜯어고치는 위인설법(爲人設法)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이긴 하다.
민주당의 이 같은 입법 진행은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헌법재판관의 임기는 헌법 제112조 제1항 6년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위 법률로 최상위 법인 헌법 조항을 거스르겠다는 것은 위헌 사유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권은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해 법안을 무력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두 사람 임기가 만료될 경우 후임자들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이라는 점에서 보수 성향의 재판관 임명으로 헌재 재판관 구성이 진보 성향 재판관 우위 구도에서 보수 성향 재판관 우위로 바뀌게 된다.
특히,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대법원장이 헌법재판관을 지명하고 7일을 경과하면 재판관을 임명한 것으로 간주토록 하는 내용이다.
만일 야권에서 우려하는 일이 실제로 발생한다면 한국의 국격은 물론 경제, 사회, 안보 등 국민의 안전과 안정된 삶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진단이다.
그러나 이 같은 민주당의 전략도 헌재가 4일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지정함에 따라 필요 없어질 가능성도 예상된다.
또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도록 막는 원천 봉쇄법도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될 경우 당장은 필요가 없으나 개정의 여지는 남겨지게 된다.
야권의 입법 진행에 대해 국민의힘 나경원 국회의원은 지난 31일 페이스북에 “국가정상급 탄핵 건수가 정변이 잦은 페루와 공동 1위”라며 “민주당의 정치는, 베네수엘라 경제모델로 가더니, 페루 탄핵모델을 따라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같은 나 의원의 비난에 대해 정치권 핵심인사는 “다만 법관 출신인 나경원 의원의 일명 ‘빠루’재판도 약 6년이 다 되어가는 상황에서는 할 말이 없어야한다”며 “정치를 제대로 해야 국민들로부터 신망을 얻을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고 국민들 눈속임이나 하려는 ‘가진 것 많은’ 구태 정치인들이 많은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여야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입법을 사유화(?)하려던 시도는 헌재의 대통령 탄핵 선고와 관련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 개정은 심사숙고를 거쳐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