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선] ‘산토끼’VS ‘집토끼’, 대선은?

흑묘백묘 vs. 극우행보, 국민선택 결과는? 정치권, ‘산토끼’ ‘집토끼’ 싸움 본격 시작

2025-02-10     전용상 기자

[뉴스엔뷰]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친다는 속담이 있다. 새로운 것을 얻으려다 이미 가지고 있는 중요한 것을 잃게 된다는 뜻을 가지고도 있으나 좀 더 큰 토끼장을 채우기 위한 모험의 경우를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야생의 산토끼는 잡기 어렵다. 하지만, 집토끼는 이미 자신의 소유이기 때문에 관리만 잘 하면 그리 힘들게 뛰어다니며 잡으려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상황의 속담이 선거에도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산토끼’, ‘집토끼전략이다. 즉 집토끼는 자신의 지지기반을 중심으로하는 지지층이고, 산토끼는 지지층을 제외한 중간쯤의 유권자들을 말한다.

정치권에서 대선 후 용산 대통령실의 재이전 문제가 큰 쟁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 / 뉴시스

현재 여당인 국민의힘의 경우 영남 지역과 상당수 보수 지지층이 집토끼이고, 이들을 제외한 중간쯤의 지역과 지지층이 산토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호남 지역과 진보 지지층이 집토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들 외 지역과 지지층이 산토끼라고 할 수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조기대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여야 정치권의 선거 전략에 차이가 확실하게 나타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집토끼 전략을 선택하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주변 다듬기에 나선 반면 민주당은 산토끼 전략을 택하고 외연확장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역 정당이 아닌 전국 정당의 위치를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특히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최근 흑묘백묘’(黑猫白猫)를 내세우며 우클릭 행보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민생회복지원금 포기, 한미일 협력 강화, 한일 관계 정상화 등이다. 반도체특별법 주52시간 예외 문제는 일부 후퇴하며 논란이 일단락 됐다.

따라서 이 대표의 흑묘백묘 전략은 민주당의 전통 지지층이 아닌 중도·보수 지지층을 겨냥한 산토끼 잡기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최근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힌 이 대표가 지지율 상승을 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7일 열린 다함께 만드는 세상 모두의 질문Q’ 출범식에서 격려사를 통해 “(촛불 혁명 이후) 좋아진 게 없다. ‘당신들 자리만 차지했지.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이 색깔만 바뀌었지 세상은 바뀌지 않았고, 내 삶도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촛불혁명으로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렸지만, 국민의 삶은 나아진 게 없다는 지적을 전달한 것이다.

젖은 장작이라는 표현처럼 민주당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광화문 근처에 나가서 집회를 해도 탄핵 심판 분위기가 달아오르지 않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최근 기업 친화정책 등 우클릭 행보로 산토끼 잡기에 나섰지만, 중도 확장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여당 쪽과 마음을 같이하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35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 3.1%포인트), 차기 대통령선거 구도에서 정권 교체50%, ‘정권 재창출41%로 집계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대표의 차기 대통령 적합도는 32%로 정권 교체 여론 50%를 한참 밑 돈 것으로 조사됐다.

더구나 정권 교체론은 서울(56%)·인천(58%)·대전/세종/충청(56%)·강원/제주(51%) 지역에서 과반이었는데, 정권 교체 지지자 상당수가 이 대표를 대안세력으로 꼽는데는 인색했다.

서울 지역은 27%, 인천 지역은 35%, 대전/세종/충청 지역은 34%, 강원/제주 지역은 36%만이 이 대표를 차기 대권 후보로 꼽았다.

이 조사 결과와 관련 여당 쪽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표의 산토끼 전략이 당 내·외부에서 비판을 받는 등 논란을 일으키면서 중도 확장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야당 쪽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 대선에서 현 여권의 이 대표에 대한 악마화작업이 깨끗하게 희석되지 못한 부분도 크게 작용한 조사결과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

이 대표에 대한 견제는 과거 DJ에 대한 견제만큼이나 지독한 상황이다. 심지어 민주당후보로 경기도 지사에 당선된 대권 후보군 가운데 한 축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5MBN 유튜브 나는 정치인이다에 출연해 실용주의적 접근을 우리의 가치와 목표로 바꿀 수는 없다고 이 대표를 직격하기도 했다.

이 대표 나름대로의 경제·민생·안보·외교회복의 정책과 관련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은 4일 논평을 통해 자신의 정치 인생을 관통하는 기본사회까지 단칼에 내려놓는, 등 돌리면 말 바꾸는 이재명 대표의 실언, 허언에 국민은 속지 않습니다라고 공격했다.

, 이번 대선은 조기대선이 될 가능성이 확실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집토끼 돌보기와 산토끼 잡기 전략에 나섰다면 국민의힘의 행보는 이곳저곳으로 갈라진 집토끼 잡기 전략으로 비교할 수 있다. 물론 집토끼가 갈라진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의 실정과 부인인 김건희 여사와 그 집안의 참담한 행위에 커다란 책임이 있는 것은 불문가지다.

정치적 공세로 택했던 부정선거 의혹 제기 등으로 극우세력으로 비판받는 국민의힘은 최근에는 부정선거에 발을 빼는 대신 사전투표 폐지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화제 변경의 한축으로 작용시키려는 전략이지만 사전투표 폐지 전략은 실상 부정선거 주장 전략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는 전략으로 정치권에서는 보고 있다.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사전투표를 독려했던 현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에는 사전투표 폐지에 팔을 걷고 나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의 한 축이 부정선거에 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역풍 차단 및 강성 지지층 결집을 유지하기 위해 사전투표 폐지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권 비상대책위원장은 6투표 절차라든지 투표 방법이라든지 투표 제도를 한 번 들여다볼 필요는 있지 않겠냐, 저는 사전투표는 재고할 필요가 좀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사전투표를 겨냥했다.

, 윤석열 대통령과 음으로 양으로 깊이 엮여 있는 상황에서 다른 돌파구가 없다는 판단에서 택한 것으로 보이는 행보라는 정치권 관계자의 귀띔이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윤상현·김민전 의원을 만나 민주당이나 좌파는 카르텔을 강력히 형성해 집요하게 싸운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 알려지면서 극우 세력을 선동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다만 내용이야 어찌됐든 탄핵 정국에서 보수 지지층이 결집하는 모습이 연출되자 국민의힘은 집토끼 잡기 전략이 일단 성공적인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이처럼 야권의 산토끼 잡기 전략과 여권의 집토끼 잡기 전략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차기 대선 결과에 따라 어느 정당의 전략이 성공했는지 확인될 전망이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