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언론] 권지연 더탐사노조위원장 "시민언론의 사명 다할 것"

권지연 더탐사노조위원장 "전태일 정신으로 원직복직, 시민언론 사명 다할 것" 중앙노동위원회, 열린공감tv 직원 7명 부당해고 인정 확정 ... 18일 지노위의 초심유지 판정

2024-11-20     이준희 기자

[뉴스엔뷰] 열린공감tv 사측의 부당해고에 맞서 원직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는 더탐사노동조합’(위원장 권지연 기자) 소속 7명의 언론노동자들이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에서 부당해고 인정 판정을 확정했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와 더탐사노동조합 지회가 지난 9월 9일 프레스센터 '굽히지 않는 펜' 앞에서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열린공감tv 사무실 인근까지 20여 km에 달하는 부당해고 규탄, 원직복직 촉구 행진을 했다.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김태기)는 지난 18일 밤 8시 문자메시지 통보문을 통해 “열린공감티브이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사건의 판정결과는 ‘초심유지’입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에서 부당해고 인정 판정을 받은 더탐사노동조합 소속 2명의 조합원을 포함 9명 조합원 전원에 대해서 부당해고 인정, 원직복직, 해고 기간 동안 임금 상당액 지급 판정을 받았다

중앙노동위원회 더탐사노동조합원 9명 전원 부당해고 인정 판정 확정

이날 초심유지판정을 받은 더탐사노동조합원 7명에 대한 중노위 재심은 열린공감tv 사측이 지난 7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인정 초심 판정에 불복하여 재심을 신청함으로써 진행됐다. 중노위 재심은 이날 오후 330분부터 1시간 20분 동안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건물 내 중노위에서 열렸다.

중노위 재심에 참석한 더탐사노동조합 권지연 위원장은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이어 중앙노동위원회도 열린공감티브이의 막무가내식 노동자 해고에 철퇴를 내렸다며 이날 소회를 전했다.

권 위원장은 당일 아침부터 긴장해서 일까. 손발에 힘이 탁 풀림과 동시에 기쁨의 환호성이 흘러나왔다물론 우리의 투쟁에 정당성이 있고, 이미 앞서 초심에서 승소했다고는 하지만, 사용자 측은 매우 교묘한 방식으로 노동자들의 투쟁에 흠집을 내고 그 정당성을 훼손하려 안간힘을 써 왔다.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고 긴장된 순간을 겪으면서 초심유지 통보를 받았을 때의 심정을 표현했다.

권 위원장은 중노위의 판정에 대해서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은 경영권 변경을 이유로 노동자들을 함부로 해고해서는 안 된다는 일침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노동자는 사용자가 제멋대로 갈면 그만인 부폼도 상품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권 위원장에 따르면, 이날 중노위 재심에서 열린공감tv 사측은 노동자들을 경영진의 한 축으로 몰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며 노사 간 맺은 단체협약도 무효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사용자 측은) 노사 간 단체협약을 맺는 과정에서 창구 단일화 과정 없이 속전속결로 체결한 것이 강행규정 위반이라고 떼를 썼다. 이는 지난해 1020일 정천수 씨가 경영권을 장악한 후 줄곧 펼쳐온 주장이란 게 권 위원장의 설명이다.

반면 권 위원장은 창구 단일화 과정은 복수노조가 존재할 경우 교섭 대상이 되는 노동조합을 정하기 위해 거치는 과정이다. 더탐사 노조의 경우, 전 직원이 해당 노동조합에 소속됐었기 때문에 굳이 창구단일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을 뿐이라며 창구 단일화 과정을 거치더라도 그 행위를 해야 할 당사자는 노동조합이 아니라 사용자 측이다. 열린공감티브이 사용자측의 주장이 얼마나 억지스러운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2024년 9월 9일 열린공감tv 사측의 부당해고 규탄, 원직복직 촉구 행진에서 더탐사노동조합 권지연 위원장과 전유리 PD가 준비한 추모 꽃을 전태일 열사 동상 앞에 헌화했다.

열린공감tv 사측 단협 부정, 중노위 위원들 더탐사노조원들 처지 심도 깊게 질문

이번 중노위 재심 판정에서 지노위 초심에서 징계 사유로 사측이 제기한 업무 미이행무단결근주장과 관련, “이번 중노위 심리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지노위가 징계 사유로 본 이 두 가지 사유에 대해서도 더 심도 있는 질의응답이 이어졌다고 권 위원장은 덧붙였다.

“(중노위) 위원들은 사용자 측이 노동자들에게 강제휴직을 명령한 후, 구체성과 명확성이 떨어지는 업무명령을 내린 점, 노동자들이 지난해 124일 자신의 입사일, 직군, 직책 등을 작성해 보낸 점, 간략한 업무 보고서를 작성해 보내면서 구체적인 범위 등을 질의했으나 전혀 연락을 받지 않고 무시로 일관했던 점, 후에는 20225월부터 일일보고를 하라며 사실상 이행하기 어려운 명령을 내렸던 점 등을 상세히 청취했다.”

또한 권 위원장은 이번 중노위에서는 무단결근과 관련해서도 (위원들의) 구체적인 질의가 나왔다고 전했다.

덕분에 사용자 측이 노동자들의 근무지로 지정한 카페에서는 언론노동자들이 마땅히 해야 할 취재와 보도, 방송 송출 등의 업무를 전혀 할 수 없었던 점, 본체 없이 컴퓨터 모니터와 키보드만을 가져다 놓은 점, 난방조차 제대로 않는 장소에서 추위에 떨고 CCTV 아래서 모욕감을 느껴야 했던 점, 사용자 측이 지시하는 대로 카페에서 대기했던 1211일마저도 무단결근 처리한 점 등에 대해서도 상세히 경청한 것이다.”

중노위 위원들은 열린공감tv 사측의 징계 절차 위반에 대해서도 질의했다.

권 위원장에 따르면, 사용자측은 징계위원 중 1명으로 선정된 당시 강진구 이사에게 징계위 소집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강진구 이사는 징계위 당일 아침에야 소식을 듣고 참석했으며, 징계 사유를 제대로 살펴볼 겨를 따윈 없었다고 한다.

이에 강 이사는 징계 사유를 살펴볼 수 있도록 날짜를 다시 잡아달라고 사측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권 위원장은 이는 징계 절차 위반에 해당된다. 징계위가 열리기 최소 3일 전 사용자는 징계위원들에게 징계위 소집 사실을 알려야 한다그런데도 사용자 측은 소집 통보 이행의 책임마저도 노조위원장인 내게로 돌렸다고 말했다.

중노위, 열린공감tv 사측 징계절차 위반으로 부당해고 인정 판정 유지

열린공감tv 사측은 이날 중노위 재심 최후 진술에서도 부당해고를 인정하지 않고, 언론노동자들의 투쟁을 폄하하고, 단체협약을 부정하는 발언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이날 권 위원장은 부당해고당한 언론노동자들을 대표해 이같이 최후 진술을 했다.

사측은 지금도 저희를 경영진의 한 축으로 몰아 끊임없이 비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경영진이 아니며, 경영권도 인사권도 예산권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측이 어떻게 저희를 매도해 왔는지는 오늘 답변 내용으로 충분히 이해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희는 지속적으로 사측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그 모든 대화를 단절해 온 것은 사측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지방노동위원회에서도 협상 의사를 물어올 때, 저희는 협상 의사가 있음을 밝혀왔지만, 오늘도 사측은 그마저도 거부하고 있습니다.

저희 중 일부는 열린공감티브이 설립 당시부터, 또는 더탐사로 사명을 변경한 후부터 밤낮 모르고 열심히 일해온 언론노동자들입니다. 그렇게 열심히 뛰어 보도한 기사가 모두 삭제되고 저희 모르게 정정보도 되는 것들을 보면서 저희는 떠날 수도 없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살피셔서 부디 저희가 원직복직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날 중노위 재심 결과는 더탐사노동조합 언론노동자들의 승리였다. 사필귀정(事必歸正), 즉 모든 일은 반드시 올바른 길로 돌아온다. 당연하고 마땅한 결과였다.

그러나 중노위의 최종 부당해고 인정 판정에도 불구하고 열린공감tv 사측은 불복하고 행정소송으로 갈 공산이 크다는 게 문제다. 열린공감tv 사측은 앞서 중노위에서 확정된 2명의 더탐사노동조합원 부당해고 인정 판정에 대해서 받아들이지 않고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중노위는 각 1천만원씩 2천만원의 이행강제금을 열린공감tv 사측에 부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직복직을 반드시 이루어서 권력감시와 시민의 알권리 실현이라는 언론노동자 본연의 사명을 다하기 위한 더탐사노동조합의 투쟁은 전혀 꺾이지 않는다.

권 위원장은 별내 사무실에서 쫓겨나 해직되는 과정을 거치며 투쟁한 지도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다지칠 만도 하지만, 더탐사 노조원 9명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단결하는 모습이다고 조합원들의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더탐사노동조합(위원장 권지연 기자) 소속 언론노동자들과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시민들이 함께 2024년 9월 9일 열린공감tv 사측의 부당해고 규탄, 원직복직 촉구 행진을 벌이고 있다.

 

더탐사노동조합과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시민들이 2023년 12월 8일 고용노동청 의정부지청 앞에서 열린공감tv 사측의 부당해고와 노조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인터넷기자협회 제공)

권지연 더탐사노조위원장 "단결된 힘으로 원직복직 이룰 것"

그동안 더탐사 노조원들은 한국인터넷기자협회와 함께 시청 프레스센터 앞 굽히지 않는 펜앞에서 전태일 동상을 지나 남양주 별내 사무실 앞까지 (20km) 행진을 이어가며 결속력을 다졌고, 율동을 준비해 시청 앞에서 시민들을 만나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이때마다 절실히 느끼는 건, 열린공감티브이(옛 더탐사)가 얼마나 많은 시민들의 기대와 사랑을 받았는가 하는 것이다.

또 분명한 건, 시민언론은 절대로 어느 개인 한 명의 전유물이나 사유물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제아무리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든, 대표 직함을 가지고 있든, 이는 시민들로부터 공공의 역할을 이행하라는 책임과 의무를 부여받은 것일 뿐, 시민언론의 주인행세를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닐 터다.”

권지연 더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더탐사노조는 더욱더 단결된 하나의 힘으로 원직복직해 노동자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것은 물론 삭제된 기사를 복원하고 부당하게 정정된 기사를 바로 잡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한국인터넷기자협회는 "한국인터넷기자협회는 중앙노동위원회가 열린공감tv 사측이 자행한 부당해고에 대해서 이를 인정한 초심유지 판정을 환영한다"며 "열린공감tv 사측의 즉각적인 사죄와 부당해고한 더탐사노동조합 소속 언론노동자에 대한 원직복직, 임금 지급을 즉시 이행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