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정치개혁➂] 사전투표제 어쩌나?

비용, 22대 총선서 사전투표가 본 투표 앞질러 사전투표제의 선거 투표율 상승효과는 “글쎄” 사전투표 득표 유·불리 따라 ‘폐지’ VS ‘유지’

2024-10-07     전용상 기자

[뉴스엔뷰]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주된 것보다 딸린 것이 더 크거나 많을 때 사용하는 속담이다.

5만 원 주고 산 물건이 고장 나서 수리하려고 하니 수리비가 5만 원 이상 나오는 경우처럼 황당한 상황에 어울리는 말이다.

정치권에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제도가 있다. 바로 사전투표제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6일 서울시 교육감 등 10·16 ·보궐선거의 투표소 2,404곳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장에서 유권자들이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줄 서 있다.    사진 / 뉴시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보궐선거를 실시하는 지역의 각 세대에 투표안내문과 후보자의 선거공보를, 거소투표 신고자 19,000여 명에게는 거소투표 용지를 함께 발송했다.

특히 10·16 ·보선 사전투표가 11일과 12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틀간 진행될 예정이다.

사전투표 제도는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도입됐다.

유권자의 편의를 증진하고 투표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지난 제22대 총선에서 사전투표에 편성된 예산액이 처음으로 선거일 투표(본 투표) 예산액보다 많은 상황이 발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45~6일 실시된 22대 총선 사전투표에 편성된 예산은 6871,900만 원으로 10일 실시한 본 투표 예산 6803,600만 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620대 총선 당시 편성액인 3126,100만 원 수준에서 두 배로 급증한 액수이다.

또한 20228회 지방선거 당시 사전투표 예산 편성액은 9412,000만 원이나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46월부터 사전투표가 실시된 이래 8차례의 전국 단위 선거에서 사전투표 편성 예산이 본투표보다 많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전투표율은 올해 총선에서 31.3%였다. 전체 유권자 가운데 사전투표 유권자가 차지하는 비율의 경우 절반에 가까운 46.7%였다.

즉 사전투표자나 본 투표자 숫자가 대동소이한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면 사전투표제는 투표율 상승에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일까?

사전투표제는 선거 당일에 투표가 어려운 유권자의 경우 사전투표일에 전국 어디서나 가까운 투표소를 방문해 미리 투표할 수가 있는 제도다.

사전투표제의 가장 큰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만 놓고 분석할 경우 사전투표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2012년 대선 투표율의 경우 75.8%였는데, 2017년 대선 77.2%, 202277.1%로 대략 1% 정도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사전투표율은 2017년에 26.06%, 202236.93%로 높아졌다.

결국 본 투표일에 투표하는 투표자들이 분산되어 사전투표를 했을 뿐 투표율 상승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다만 국회의원선거에서도 2012년에 54.3%였던 투표율이 201658.0%, 202066.2%, 202467.0%로 투표율이 높아졌다.

2010년에 54.5%였던 지방선거 투표율은 201456.8%, 201860.2%로 상승했지만, 202250.9%로 떨어지면서 사전투표의 투표율 상승효과에 대한 의문점을 던졌다.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의 경우 201820.14%, 2022년에 20.62%로 증가했다는 점에서 사전투표와 투표율 상승은 직접적인 연관 관계가 희박하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사전투표는 이른바 소쿠리 투표를 비롯해 투표함 보관 및 이송 문제 등 신뢰성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대수의 법칙등 각종 논리가 동원되고, 해킹 의혹 등으로 사전투표=부정선거라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며 선거제도 자체를 형해화(形骸化)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수의 법칙은 큰 모집단에서 무작위로 뽑은 표본의 평균이 전체 모집단의 평균과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는 통계와 확률 분야의 기본 개념이다.

그런데 선거 때마다 본 투표와 사전투표 득표율 차이가 크게 발생하면서 이 법칙을 들어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있는 상당수의 빨대꾼들이 나타나기도하는 것이다.

특히 사전투표일과 본 투표일 사이에 투표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 발생할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만약의 경우이지만 투표자의 50% 가까이 사전투표를 한 뒤 유력 후보자 가운데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이미 투표를 한 유권자 표는 모두 사표(死票)가 되게 된다.

그런 경우가 만약 대통령 선거라면 대선 결과 승복 문제 등 국가적 혼란이 초래될 가능성도 농후할 것이란 가정도 가능하다.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지난 4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사전투표제는 본 투표일에 투표할 수 없는 사람을 위한 보충적인 제도다. 그런데 보충적 기능을 넘어 이번 총선에서 보듯 사전투표율(31.28%)이 본 투표율(35.32%)에 맞먹어, 사실상 본 투표 기능을 한다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총장은 사전 투표하는 순간 절반은 선거가 끝난 것 아니냐. 원칙과 예외가 전도돼 있다.”면서 이런 기형적인 제도는 아니지 않느냐고 반성적 주장을 하는 전문가들도 많아졌다. 이렇게 문제가 있지만, 결국 제도란 국민이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중요하니 국민의 총의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유권자 편의 등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부정선거 원흉으로 비판받고 있는 사전투표 폐지에 힘을 쏟는 이유이다.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은 지난 7월경 사전투표제 폐지, 투표소 현장 개표 등을 담은 공직선거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의 핵심은 사전투표를 없애고, 선거 당일에 투표하지 못하는 유권자를 위해 부재자 투표를 도입하는 것이다.

, 당일 투표소에 갈 수 없는 유권자는 사전에 인터넷·우편 등으로 부재자 투표 신고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사전투표제 폐지와 관련 각 당의 당론이 정해진 것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실제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