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세금] 정치권은 ‘감세’ 전쟁 중?
지선-대선 승리 키워드는 세금? 정치권 ‘세금 깎아주기’ 전쟁 중 종부세-상속·증여세제 개편 나서
[뉴스엔뷰] 정치권이 세금 깎아주기 경쟁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상속세, 증여세이다. 사실상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을 겨냥해 주도권 잡기 싸움에 나선 양상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일부가 불을 지핀 종부세 이슈는 여당인 국민의힘의 호응과 함께 대통령실과 정부까지 가세하는 모양새다.
종부세 폐지 문제는 그동안 야권의 반대로 큰 진척이 없었다. 이는 여권이 강남 3구 등 중산층 이상 부유층에서 많이 지지를 받고 있고, 야권이 서민층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각인되어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민주당이 ‘부자 감세’ 프레임으로 맞서 온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 일부 인사가 종부세 개편에 불을 지피면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실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폐지를 주장했고, 고민정 최고위원은 종부세 재설계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종부세 개편 주장은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한강벨트 패배와 연관되어 있다. 한강벨트는 마포구, 중구, 성동구, 영등포구, 강동구, 동작구, 광진구, 송파구 등을 포함하는 지역이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도입된 종부세는 9억 원(1주택자는 12억 원) 이상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에게 재산세와 별도로 매기는 세금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130만 명 가까이 종부세 폭탄을 맞으면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야기했다.
종부세는 2010년에만 해도 전국적으로 25만 명에게 총 1조 900억 원이 부과됐다. 하지만 2022년에는 전국 128만 3,000명에게 6조 7,200억 원이 부과됐다.
주택분 종부세의 경우도 같은 기간 과세 인원과 결정세액이 20만 명, 2,400억 원에서 119만 5,000명에 3조 3,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지난해 주택분 종부세의 경우 기본공제 금액 상향 등으로 고지 인원이 41만 2,000명 규모로 크게 줄어들기는 했다.
따라서 민주당 입장에서는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에서 종부세 뇌관을 제거할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 대선 당시 종부세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표가 24만여 표차로 낙선했다는 점에서 종부세에 대한 반발 심리만 없었어도 대통령에 당선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대선 준비 작업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종부세 폭탄은 민주당 내 자중지란을 일으키기에 농후한 이슈이다.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층들은 ‘부자 감세’ 비판 입장이기 때문이다.
2021년에도 종부세 완화를 당론으로 채택한 뒤 당내 내홍이 일기도 했다. 설익은 종부세 개편 언급으로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민주당 지도부가 “당장 논의하기엔 적절치 않다”며 ‘속도 조절’에 나선 이유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기자단과의 오찬에서 “현재 원 구성이 현안이므로 종부세 개편을 논의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한 발 빼는 듯한 발언을 했다.
다만 종부세에 대한 장기적인 논의는 필요하다고 했다. 중산층 표심이라는 ‘실리’와 부자 감세라고 비판해 온 ‘명분’ 사이에서 종부세가 사실상 ‘계륵’이 된 셈이다.
야권의 또 다른 한 축인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의 종부세 개편에 대해 차별화에 나섰다.
조국 대표는 지난 3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1가구 1주택에 대해 종부세를 매기는 것이 부담되고 그분들이 힘든 것은 알지만 현재 법제 내에서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전체 인구의 5% 정도로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민주당 입장에서는 지난 대선이 24만여 표차, 0.7% 차이로 갈렸다는 점에서 마냥 종부세 문제를 무시하고 넘어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종부세율을 낮추고, 기본공제 금액을 상향하는 등 종부세 부담 완화를 추진해 왔다.
종부세 폐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은 민주당이 쏘아 올린 종부세 완화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종부세를 폐지하자는 입장이다.
종부세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에 대한 징벌적 과세 성격이 강하고, 중산층에 대한 부담이 과도하고 이중과세적인 요소까지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전면적 종부세 폐지는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중과세율부터 낮추는 방안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적용되는 중과세율은 최고 5.0%이다. 이를 기본세율인 최고 2.7%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은 종부세 폐지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세금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속·증여세제 개편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상속세율의 경우 최고 50%로 높고,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 적용되는 최대 주주 할증까지 포함할 경우 최대 60%나 되기 때문이다.
자녀에게 재산을 상속·증여할 때 적용되는 기본 공제 금액도 장시간 동결돼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유산취득세 도입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여야 정치권이 앞 다퉈 표퓰리즘 성격의 종부세 및 상속·증여세 등 ‘세금 깎아주기’ 전쟁에 나서면서 차기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에서 표심이 어떻게 움직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