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정당] 정치권은 녹취 중?

불신의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 확실한 해법? 검사의 ‘장시호 회유 녹취록’ 의혹 ‘그럴 수가?’ ‘같은 편’ 이철규-배현진 통화 녹취 ‘논란’

2024-05-13     전용상 기자

[뉴스엔뷰] 불신이 사회 전반에 팽배하다. 불신의 강도도 점점 높아지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근거를 남긴다.

, 법적인 문제에 대한 강력한 증거로 활용되는 녹취는 이제 생존의 기본적 방법의 하나가 되는 시대다.

지난 2016년 7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보도지침논란 이정현 규탄 기자회견'에서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이 이정현 의원과 김 모 보도국장과 통화 녹취를 바탕으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더구나 타인과 전화 통화는 통화 내용을 녹음하는 게 너무 쉽다. 휴대폰은 통화 중에 그냥 녹음 버튼만 누르면 되기 때문이다.

일부 사람들은 특정 번호모든 통화가 자동으로 녹음되도록 통화 자동 녹음기능을 사용하기도 한다.

물론 갤럭시 핸드폰에 있는 기능이다. 아이폰은 통화 중 녹음 기능이 없으나 녹음 앱을 다운 받으면 녹취는 가능하다.

법적 적용에 활용이 가능한 지는 알바아니지만 이 기능 때문에 아이폰에서 갤럭시로 환승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22년 대선 당시 서울의소리 L 모 기자가 윤석열 대선후보의 부인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와 20여 차례 7시간가량 통화한 녹음 파일을 진보성향 언론 등에 제공하고, 공중파 MBC 등에서 보도하면서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며 논란의 중심에 선 적이 있다.

지금도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에서는 녹음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상대편은 물론 같은 편끼리도 전화 내용을 녹음한다.

서로를 불신하다 보니 자신과 상대의 발언을 녹음해 향후 이를 뒷받침해 줄 동아줄로 녹취를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터진 녹취록 하나가 정치권은 물론 사법부, 언론계 등을 포함한 사회적 상황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내용으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된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핵심 증인이었던 장시호 씨의 녹취록이 공개된 것이다.

일명, ‘장시호 회유 의혹 녹취록이다.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11일 입장문 발표를 통해 특검으로 눈도장 찍은 윤석열 대통령의 성과가 진술조작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는 국정농단에 버금가는 수사농단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언론 뉴탐사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현직 검사인 K모 검사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증인이었던 장시호 씨에게 형량을 사전에 알려줬고, 이재용 삼성 부회장 재판 때는 페이퍼를 외우라고 해 진술 조작 모의 의혹이 있는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묘사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한동훈 전 장관으로 추정되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도 녹취록에 나왔다고 한다.

국정농단 특검 당시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수사하는 수사4팀에는 현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한동훈, 박주성, 김영철, 강백신, 최재순 검사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사유가 된 국정농단으로 구속된 피의자에게 조선 제일검으로 불리는 한동훈 전 장관이 도대체 어떤 태도를 취했길래 얼마나 나이스하고 스윗한데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까?”라면서 피의자에게 탕수육 이빠이하겐다즈를 왜 건넸고 이를 통해 얻은 것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녹취록에서 거론된 해당 검사는 일고의 가치가 없는 사실무근의 허위 사실이라며 장시호를 외부에서 만난 사실이 전혀 없고 사건과 무관한 이유로 연락한 적도 없으며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그 어떤 행동을 한 사실이 없다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녹취록의 내용이 허위 사실인지, 아닌지는 수사를 통해 철저히 밝히자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해당 검사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장관 등에 대한 수사도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위원회는 특검으로 국민께 눈도장을 찍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장관의 성과가 만약 진술 조작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는 국정농단에 버금가는 수사농단이라며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는 이 사건이 일개 검사의 일탈 내지는 치정 관계로 꼬리 자르기 할 수 없는 사안임을 밝히며 이에 상응하는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 상황과 관련 명백히 밝혀야 할 의무가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상대를 공격하기에 이만한 좋은 소재도 없을 것이란 의미도 있다.

앞서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도 녹취 내용이 공개되며 작은 소동이 있었다. 바로 친윤계인 이철규 의원과 배현진 의원 간 친윤계 내부의 전투이다.

사건은 원내대표 선거와 관련해 전화로 출마를 권유하던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출마를 반대했다며 이철규 의원이 불쾌감을 토로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이 의원은 당선인이라고만 했을 뿐, 누구라고 공식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를 공개적으로 반대한 사람은 배현진·안철수·윤상현 의원과 박정훈 당선인 4명뿐이었다.

이들 모두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어 당선인이지만, 세 명은 현역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당선인보다는 의원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상황에서 라디오 방송 진행자가 배현진 의원이냐고 콕 집어 물어보았지만, 이 의원은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문제는 일반적으로 노코멘트하거나 침묵하는 경우 동의의 뜻으로 해석이 된다는 점에 방점이 놓인다는 것이다.

결국 이 의원이 제대로 답변하지 않으면서 배의원은 앞뒤가 다른 정치인으로 낙인찍히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배 의원이 통화 내용까지 공개하며 반박했지만, 사건은 엉뚱한 곳으로 튀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은 동료의원 간 일상 통화도 녹음한다는 게 만천하에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사석에서의 대화나 통화를 녹취해 공개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치권에서 녹취록을 들이대면서 잘 잘못을 가리는 정치는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부터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과거의 상황에선 제3자나 상대에 대한 녹음도 꽤 했으나 공개적으로 들이대지는 않고 당사자끼리 해결하기는 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이 대표가 원희룡 제주도지사와의 녹취 내용을 공개하자 배 의원이 최고위에서 경고한 바 있다.

이 대표의 녹취 공개에 대해 경고했던 배 의원이 이번에는 자신이 녹취 내용을 공개해 비난의 화살을 받게 된 셈이다.

이와 관련 YS(김영삼 전 대통령) 손자인 김인규 전 행정관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석에서의 대화는 그걸로 끝나야 합니다.”라며 정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개인적으로 항의를 하거나, 공개적으로 비판을 하거나, 그래도 안 됐을 때 마지막으로 해볼 수 있는 게 녹취록 공개 아닐까요?”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글에서도 마지막의 행위로 녹취록 공개는 등장한다는 게 정치권의 일면만이 아닌 확실한 증거의 확보가 필요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