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총선] 22대 총선, ‘대·한·민·국’ 심판
여 총선 참패, 尹 책임론 vs. 韓 책임론 정치 초보, 윤 대통령-한 전 위원장 ‘합작품’ 대(대통령)·한(한동훈)·민(민주당 귀순자들)·국(국민의힘, 국민의미래) 잠자던 언론, 기지개켜는 듯한 ‘모양새’
[뉴스엔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는 한마디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거나, 권력을 좆아 불나방처럼 헤매는 권력지향적 철새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민심의 표현’이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잘못된 것에 대한 시정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불통에 대한 경고였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유권자들이 대(대통령)·한(한동훈)·민(민주당 귀순자들)·국(국민의힘, 국민의미래)을 철저하게 응징한 선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권의 총선 참패를 놓고 정치권이나 평론가들마다 다소 입장 차이는 있다. 다만, 대체적으로 윤석열 대통령 책임론이 가장 크게 부각되는 것에 대해서는 이의(異議)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 책임론으로는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강행이 거론된다. 해병대 채상병 사건 특검 관련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이 갑작스럽게 호주로 건너가면서 ‘런종섭’, ‘도주대사’ 등 국민적 비아냥을 듣기에 충분했다.
결국 여론이 악화되면서 얼마 못가 대사직에서 물러나 선거 패배에 일조한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 새드엔딩(Sad Ending)으로 끝을 맺었다.
여기에 ‘대파’ 논란이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옴)로 불난 총선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이종섭 호주대사 논란과 함께 ‘875원 대파’ 논란도 원인 제공자가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여당의 총선 참패의 책임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두 사건은 여권 총선 참패의 최종 발화점이었을 뿐 근본적인 원인은 더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첫째, 갈라치기 문제이다. 역대 정부들은 통합을 외쳤지만 대부분 갈라치기를 했다. 문재인 정부도 통합보다는 5년간 적폐청산을 외치며 보수와 진보 진영을 갈라쳤다.
임기 5년간 40%대의 국정 지지도를 유지한 이유는 이 같은 진영 갈라치기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한마디로 자기 진영을 갈라치는 우(愚)를 범했다. 대표적인 것으로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사법’, ‘해병대 고 채 상병 사건’ 등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값 폭락을 막기 위한 정부의 초과 생산량 의무 매입을 규정한 법안이다. 농민들 입장에서는 쌀값 폭락을 막아주는 꼭 필요한 법안이라는 점에서 호남지역 농민뿐만 아니라 영남지역 농민들도 대부분 찬성하는 법안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법안이 폐기되면서 영남지역 농민들이 등을 돌리도록 만들었다.
윤 대통령은 간호사들의 숙원이라고 할 수 있는 ‘간호사법 개정안’도 거부권을 행사해 영남 출신 간호사들의 반발을 샀고, 해병대 고 채 상병 사건으로 해병대 출신들이 등을 돌리도록 했다.
윤 대통령이 보수의 우군이라고 할 수 있는 영남 출신 농민이나 간호사, 또한 해병대 출신들을 떠나도록 한 셈이다.
둘째, 의대 정원 증원 문제와 R&D 예산 감축 문제가 있다. ‘건폭 노조’ 문제는 국민적 지지를 얻었지만, 의대 정원 문제와 R&D 예산 감축 문제는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의대 정원 문제는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는 사안이지만 장기화되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졌다.
특히 지방소멸과 저 출산 문제, 특정 진료과로 몰리는 의사인력 등 한국의 의료문제 해결에 대한 심각한 고민없이 의대정원 증원문제를 급격하게 꺼내든 오류를 범하기도 했다.
따라서 향후 의사의 수입과 직결되는 문제가 달린 의대 정원 문제와 R&D 예산 감축 문제는 심판투표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셋째, 총선에 출마할 인물을 키우지 않은 ‘인물 기근’ 문제이다. 정부 여당은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장·차관, 공공기관장 임명 등을 통해 총선 출마 인재를 키우는 인큐베이터 역할이 필수적이다.
이는 야권에서 정권 심판론을 들고 나오는 상황에서 인물론으로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인물 키우기에 무관심했다.
PK(부산·경남) 지역 민주당 현역 국회의원 지역에 경쟁할 인사가 없어 김태호·조해진·서병수 등을 출마시켰지만 그나마도 김태호 빼고는 낙선했다.
수도권의 경우도 지역구를 옮긴 태영호(강남갑→구로을)·박진(강남을→서대문을)·유경준(강남병→화성정)·박성중(서초을→부천) 의원이 모두 낙선했다.
특히, 여권에서는 총선 출마 인물이 전무하다시피 하다고 해도 틀린 표현이 아니었다. 2020년 낙선한 국민의힘 전직 국회의원과 전·현직 단체장들이 2022년 지방선거에서 대거 당선되면서 총선 출마 인물이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결국 남아있는 인물은 그 좋은 환경에서 낙선한 인물이거나 광역·기초의원 정도였다. 거기에 민주당의 ‘친명’ 공천에서 버림받은 정치인들을 영입해 공천하는 무리수를 두면서 보수층을 실망시킬 뿐이었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가 수도권 지역 등 민주당 현역 국회의원에 맞서 싸울 인물을 장관이나 수석 자리에 앉혀 키우지 않은 것은 스스로 패배를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이번 총선 패배의 책임이 오롯이 윤 대통령에게만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선거 과정에서 ‘초보 정치인’ 한동훈 위원장이 각종 실기를 하며 총선 참패의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우선 대표적인 게 전략부재이다. 한동훈 위원장은 뜬금없이 ‘좌파세력 심판론’, ‘이·조 심판론’ 등으로 심판론을 들고 나왔다.
심판론은 야당의 전유물이라는 점에서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여당이라면, 특히 한동훈과 같은 대권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제18대 총선 당시 뉴타운 개발 공약처럼 지역개발 이슈나 민생과 관련된 공약을 들고 나왔어야 했다.
또한 “목련이 지기 전에 ‘김포 서울 편입’” 등 고양, 구리, 하남 등의 서울 편입 이슈를 들고 나온 것도 큰 패착으로 작용했다.
누가 판단해도 불가능한 공약으로 순간 이슈를 만들어 주목을 이끌어 내려던 그의 짧은 생각이 국민적 분노로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한마디로 ‘국민의 수준을 무시한 언행’이었다는 것이다.
편입 이슈를 내세운 지역 가운데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한 지역이 없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들 지역이 서울로 편입돼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고 하더라도, 전세나 월세 사는 입장에서는 똑같은 상황에서 전세와 월세만 오르게 된다. 집주인의 경우 보수 지지자가 많다는 점에서 과연 이 공약이 득표에 무슨 도움이 됐을까.
막판 던진 세종시 국회 완전 이전 공약도 헛발질이었다. 세종시에도 크게 영향을 못 미친 세종시장 선거 공약 수준을 총선 승리를 위한 공약으로 생각하면서 야권에 190석의 승리를 안겨주었다.
결국 보수세력인 여권의 패배는 초보 정치인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초반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이라는 비판이 일었지만, 정권 심판론과 초보 정치인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각종 실수로 어부지리 승리를 거두었다.
이로 인해 이재명 당대표의 경우 당대표 재선에 청신호가 켜졌고, 자승자박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라는 대권 가도의 장애물이 하나 사라지게 되는 결과를 만들었다.
결국, 정치를 모르는 무지의 정치인이 ‘민심 승리의 디딤판’을 만들어 주는 상황을 연출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