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선거제도]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는?

‘승자독식’ 선거제도 바꿔야 하는 이유 영·호남, “막대기만 꼽아도 당선된다.”

2023-04-06     김선주 기자

[뉴스엔뷰] 국회 전원위원회가 19년 만에 열려 선거제도 개편 문제를 놓고 논의에 들어갔다.

선거제도는 게임의 룰이다. 게임의 룰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로 차이가 난다.

소선거구제 중심의 우리나라의 선거제도는 거대 정당에 유리한 제도이다. 특히 소선거구제는 지역주의와 결합되어 인물과 지역 정당이 과대대표 되는 현상을 발생시켜 왔다.

나아가 승자독식으로 인한 경쟁의 격화 및 영·호남 등 특정 지역에 기반을 둔 지역패권 정당의 의석 확보 극대화 전략으로 인한 지역갈등을 유발시키고 있다.

·호남 등에서 막대기만 꼽아도 당선된다’, ‘과메기 공천등의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가장 바람직한 선거제도가 무엇인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전원위원회에 올린 3개안에 대해 살펴본다.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는 무엇?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제안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는 전원위원회에 제안한 3개 안 가운데 선거구가 가장 큰 안이라고 할 수 있다.

4·5 재·보궐선거일인 5일 오전 울산시 남구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국회의원 지역선거구의 경우 하나의 선거구에서 선출하는 국회의원의 정수를 4인 이상 7인 이하로 하는 선거구제로 하고, 각 정당이 그 순위를 정하지 않은 후보자 명부를 제출하는 방식이다.

투표자는 하나의 정당과 그 정당이 추천한 후보자 중 1인을 선택해 해당 정당기표란과 후보자기표란에 각각 기표할 수 있고, 지역구 의석의 배분은 각 정당의 득표비율에 해당 선거구의 의석정수를 곱하여 산출하는 방식이다. 해당 정당이 배분받은 의석의 범위 내에서 후보자의 득표순에 따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

, 정개특위의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안은 국회의원 지역선거구의 경우 하나의 선거구에서 4인 이상 7인 이하를 선출하는 선거구제로 하고, 최다득표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하는 다수대표제를 폐지하며,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지역구국회의원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구를 개방형 정당명부식 대선거구제로 전환함에 따라 적정 선거구 수와 선거구 획정 문제, 당선인 결정을 위한 투·개표 규칙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 선거제도는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 단순다수대표제를 적용하는 현행 제도와 달리 개방형 정당명부를 바탕으로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선거구별 의석을 배분하고, 배분된 의석수 범위 내에서 각 정당후보자 중 득표율 순위에 따라 당선인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이 선거제도를 도입할 경우 지역구 국회의원 전원을 정당이 순위를 매긴 폐쇄형 명부가 아닌 개방형 명부로 선출함으로써 정당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와 정당의 의석 점유율 간 비례성을 제고할 수 있다.

다양한 정당의 의회진입 가능성을 높여 대표성이 증진 되며, 사표발생이 감소해 거대 정당들의 영·호남 지역 의석 독점이 어려워짐에 따라 지역주의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유권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 후보자 중 가장 선호하는 1인을 선택할 수 있어 유권자의 선호를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개방형 정당명부제는 선거권자가 정당에만 투표하는 현행 폐쇄형 정당명부식이 아닌 정당이 제시한 명부에 있는 후보를 개별적으로 선택하는 제도이다. 이를 통해 정당의 의사결정에 대한 유권자의 견제를 허용해 후보자명부 작성과정의 투명성이 확보될 수 있다.

, 선거권자의 선택권 확대와 유권자의 정확한 선호 반영에 따른 당선인 결정 방식이다.

계파정치의 속성으로 인해 정당과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이 조장되고, 국민들로부터 외면받는 이유가 되고 있다.

결국 자질이 뛰어난 신진인사들이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새롭게 등원하더라도 계파정치에 종속되다보면 그들도 또한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게 된다. 따라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는 타협과 양보 없이 오직 계파이익에만 매몰된 한국 정당정치가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의 경우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현행과 같이 전국을 단위로 하여 선거하고,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의 배분방식은 준연동형에서 병립형으로 변경하도록 했다.

4·5 재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4일 전라북도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투표지분류기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정치권 일각에서는 비례대표제 폐지를 주장하기도 한다. 비례대표제 폐지 입장은 간단명료하다. 국민이 직접 선택하는 국회의원이 아닌 소수의 정당 지도부가 밀실에서 선택한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개방명부식처럼 비례대표 명부를 폐쇄형이 아닌 개방형으로 바꾸는 등, 제도 개선을 통해 국민이 직접 선택 가능하도록 바꾸면 해결될 수 있다.

특히, 현행 헌법 제41조 제3항에 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개헌을 통해 관련 조항이 삭제되어야지만 비례대표 폐지가 가능하다는 일부 의견도 있다.

서로 다른 선호를 갖는 시민들의 의사를 반영해 정부를 구성하고, 정책결정을 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다수의 선호를 존중해 정부를 구성한 다음 정책결정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의 선호를 존중하여 정부를 구성함으로써 정책결정의 정당성을 높이는 것이다.

레이파트는 전자를 다수제 민주주의라고 부르고, 후자를 합의제 민주주의라고 정의했다.

이러한 가운데 정치학자들로부터 완전한 민주주의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고 비판받는 개념은 크게 4가지이다.

시민 일부가 정치과정에 배제되는 배제적(exclusive) 민주주의, 정기적인 선거 실시에도 실질적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 비자유적(illiberal) 민주주의,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의사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비토그룹이 존재하는 갇힌(enclave) 민주주의, 대통령 중심의 행정부 권한이 입법부와 사법부의 정상적인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큰 위임(delegative) 민주주의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행 소선거구제도 중심의 우리나라 선거제도는 시민 일부가 정치과정에서 배제된 배제적(exclusive) 민주주의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정치적 소수의 목소리가 배제되지 않도록 다양한 정당의 의회진입을 가능하도록 하는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도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