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국보법 제2조, 제7조 위헌 선고하나?

빠르면 12월~늦어도 내년 2월 내 선고 예상... 진보 성향 재판관 많아 위헌 선고 가능성 높다

2022-11-28     이준희 기자

[뉴스엔뷰] [기획]국보법 제2조, 제7조 위헌 선고하나?

빠르면 12월~늦어도 내년 2월 내 선고 예상... 진보 성향 재판관 많아 위헌 선고 가능성 높다

 

제정된 지 70년 넘게 사상과 양심, 언론 및 표현의 자유 침해를 불러온 국가보안법의 독소조항이 이번엔 위헌 선고를 받을지 주목되고 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022년 9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제2조 1항과 제7조 1·3·5항의 위헌 여부 심리 공개변론 시작에 맞춰 대심판정에 앉아 대기하고 있다.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이미 일곱 차례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는 헌재가 공개변론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동취재사진)

헌법재판소는 지난 9월 15일 오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2017헌바42, 국가보안법 제2조 1항, 제7조 1항, 3항, 5항에 대한 헌법소원 및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에 관하여 청구인 및 이해관계인의 변론과 참고인의 진술을 듣는 공개변론을 열었다. 

국보법 위헌 소송에서 공개변론을 가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특히 국보법 제7조는 1991년 이후 진행된 7차례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판 사건에서 모두 합헌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2017헌바42 국보법 위헌 심판 사건에서는 과거와는 다른 전향적인 결정을 기대하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국보법에 관한 사상 첫 ‘공개변론’을 근거로, 특히 국보법 제7조에 관해서는 위헌 선고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그것이다.   

헌법재판소는 “국가보안법의 존폐에 관하여는 학계에서는 물론 국민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공존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변론을 국가보안법에 관한 헌법적 논의의 장으로 삼아 헌법적 쟁점 및 그에 관련된 의견들을 청취하고 이를 바탕으로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보법 제2조, 제7조 위헌 심판 사건 선고를 앞두고,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국가보안법 7조부터 폐지운동 시민연대, 평화통일교육전국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와 한국기자협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등 현업언론단체 등이 나서 위헌 결정을 촉구하며 의견서를 헌재에 집중적으로 제출하고 있다. 이에 반해 105개 단체로 구성된 국보법 수호연대는 국보법 폐지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 심판 대상 국보법 제2조, 제7조 조항들 

이번 국보법 위헌 심판대상은 국가보안법 제2조 제1항 반국가단체 조항과 제7조 제1항 이적행위조항, 제3항 이적단체가입조항, 제5항 이적표현물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국보법 제2조(정의) 제1항은 “이 법에서 “반국가단체”라 함은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를 말한다.” 조항이다. 
제7조(찬양·고무 등) 제1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이다. 제3항은 “제1항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이다. 제5항은 “제1항·제3항 또는 제4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는 그 각항에 정한 형에 처한다.”이다. 이들 각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이번 2017헌바42 국보법 위헌 심판 사건의 핵심 쟁점 사항이다.

■ 청구인들, '명확성 원칙 위배, 표현의 자유 침해' 들어 위헌 촉구 

먼저 국보법 제7조 1, 3, 5항에 대하여 법원의 위헌제청이유를 보면, 이적행위조항 및 이적표현물조항은 매우 포괄적이고 불명확한 용어를 사용하여 그 적용범위가 광범위하고 지나치게 자의적이고, 초과주관적 구성요건의 추가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도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기준으로 간접사실에 의하여 추론되는바 행위자의 평소 사상에 따라 차별취급을 받을 심각한 우려가 있다고 봤다. 특히 자기검열에 의한 위축효과 발생으로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시키는 결과가 되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적행위조항은 광범위한 행위태양을 제한함으로써 사회에 임박하고 구체적인 해악을 가져오는 표현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게 되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표현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제청법원은 “이적표현물조항은 ‘운반.반포.판매’와 달리 ‘제작.수입.복사.소지’ 또는 ‘취득’만으로는 반국가단체의 사상이 유통 전파되지 않는바 이로 인하여 객관적 위험이 창출되기는 쉽지 않으며 이를 제한하여야 할 만큼의 필요성이 발생하게 되는 경우는 상정하기 어렵다”며 “결국 이는 초과주관적 구성요건과 결합하여 행위자의 과거 전력이나 행동에서 드러나는 이념적 성향에 따라 자의적이고 차별적으로 처벌될 수 있는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표현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분석했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이 사건 청구인·위헌제청신청인들은 제7조 제1항 이적행위조항에서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부분은 모두 그 의미내용이 불명확하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적행위조항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 공공복리에 실제로 현실적인 위해를 가하는지 묻지 아니한 채 그 위험성이 명백한지 여부만을 기준으로 처벌하고 있으므로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 학문.예술의 자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권, 일반적 행동자유권 등을 침해한다고 말한다. 또한 이적행위조항은 그 위법성 내지 위험성이 다양할 수 있는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는 행위 모두에 일률적으로 7년 이하의 징역형이라는 중형만을 정하고 있어 개별적인 행위와 그로 인한 결과에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할 수 없도록 하므로 책임과 형벌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고 봤다. 

제7조 제3항 이적단체가입조항에 대해서는 이적행위조항을 전제로 하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고 그 대상 및 행위의 개념이 너무 포괄적이고 막연하여 형법상 내란죄와 같은 정도의 위험을 가져오는 단체뿐 아니라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모임도 처벌될 우려가 있고 실제 어떠한 행위를 하였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처벌하므로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설명했다. 

제7조 제5항 이적표현물조항은 “표현물”, “취득.소지.운반.반포”의 개념이 불명확하여 죄형 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 이적표현물조항은 실질적으로 표현물의 소지 등 행위로 인한 외부적 위험성을 근거로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자의 내심의 사상과 이념을 근거로 처벌하는 것이므로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여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사상의 자유, 학문.예술의 자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권 등을 침해하고 책임과 형벌의 비례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구인 측 참고인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보법 제7조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및 비례원칙 위배, 표현의 자유 침해 등을 이유로 헌법에 위배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이적행위조항은 구체적인 법교란행위와 연계되지 아니하고 어떻게 실질적 해악을 야기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고 초과주관적 요소는 객관적 행위태양의 구성요소를 가늠하기 어려워 법집행기관의 자의가 개입될 수 있는 여지를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동조와 같은 소극적 성격의 행위가 찬양.고무 수준의 적극성을 갖춘 정도여야 처벌된다는 해석은 논리모순이고 법집행기관의 자의적 해석을 피할 수 없다”며 “이적행위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 이해관계인 법무부장관, “북한 반국가단체 자명” 주장 

반면 이해관계인인 법무부장관은 “헌법의 최고 가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유지하는 것이고 그 토대 아래 평화통일원칙이 있는 것이므로 공산주의 내지 사회주의 체제로 변혁한다는 결단을 하여 헌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북한은 우리 대한민국 헌법과 합치되기 어려운 반국가단체임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법무무장관은 “이적행위조항 및 이적표현물조항은 헌재의 한정합헌 결정에 따라 국가보안법이 
개정되면서 초과주관적 구성요건이 추가되었는바 국가보안법의 입법목적을 일탈하는 확대해석이나 법적용에 자의적인 판단은 허용되지 않는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제기했다. 또한 “이적표현의 확산에 따른 해악은 엄청난 국가적 손실과 분열을 겪어야 치유될 수 있을 것이므로 사상의 자유시장에 맡길 수 없다”, “이적행위로 야기된 명백한 위험은 그것이 반드시 현재 시점에 당장 현실화된 것은 아닐지라도 언제든지 국가안보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고 위험이 현존하는 단계에서는 막대한 피해가 초래되어 공권력의 개입이 무의미해질 가능성도 있다” 등의 이유를 들며 이적행위조항 및 이적표현물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해관계인 측 참고인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차진아 교수는 제7조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차 교수는 “이적행위조항은 국가의 존립과 안전의 보호 및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보호를 위한 것으로 그 정당성을 부인할 수 없다”며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강변했다. 차 교수는 이적표현물조항에 대해서도 명확성원칙과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6.15남측언론본부,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언론위원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단체가 지난 11월 23일 오전 헌법재판소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국보법 제2조, 제7조의 위헌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국가인권위, '국보법 제7조 위헌' 공식 의견 제시 

국가인권위원회의 공식 입장은 국보법 제7조는 명확성의 원칙·비례의 원칙을 위배하여 헌법상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배된다는 의견이다. 

인권위는 지난 9월 헌재 공개변론을 앞두고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제3항·제5항은 명확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 그리고 국제인권법 등을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와 사상·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을 헌재에 공식 제출했다. 

인권위는 국가보안법 제7조가 법문의 다의성과 추상성, 적용 범위의 광범성 등으로 명확성의 원칙을 위배하고, 국가의 존립이나 안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에 대한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위험성에 대한 평가 없이 단순히 이를 처벌함으로써 비례의 원칙을 위배하고 있으며 대한민국이 가입한 자유권규약 등에도 부합하지 않는 규정이므로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헌법재판소가 국가보안법 제7조를 위헌으로 결정함으로써, 대한민국에서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가치가 더욱 폭넓게 존중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 2004년 8월 23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국회의장과 법무부장관에 권고한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국보법 폐지의 주요 근거로 “국가보안법은 그 제정과정에서부터 태생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의 기본법인 형법이 제정된 이후에 이루어진 수차례의 개정도 국민적 합의 없이 절차적 정당성을 결한 채 이루어졌다”며 “국가보안법은 법률의 규범력이 부족한 법으로서 그 존재 근거가 빈약한 반인권적 법”이라 지적했다. 

인권위는 “국가보안법은 행위형법 원칙에 저촉되며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며, 사상과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인간의 존엄성을 해할 소지가 많은 점이 지적되고 있다”며 “‘국가안보’ 관련 사안은 형법 등 다른 형벌 법규로 의율이 가능하여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더라도 처벌 공백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제7조 위헌 선고 가능성은?

국보법 첫 ‘공개변론’이란 요인 외에 또 하나 위헌 선고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는 현재 진보 성향의 헌재 구성에 있다. 위헌 선고 결정 정족수는 재판관 9명 중 6명인데, 6명이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문형배, 유남석, 이미선, 이석태, 이은애 재판관은 이전에 국보법 개정 또는 폐지에 관한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영 재판관은 국회 민주당 추천 몫으로 임명됐으며, 진보적 성향의 판결을 해 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6명의 진보적 성향의 재판관 구성을 볼 때, 이번 8번째 국보법 위헌 심판 사건에서 위헌 선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이선애 재판관은 2017년 3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추천으로 임명됐으며, 보수적 성향으로 평가된다. 이영진(자유한국당 추천), 이종석(바른미래당 추천) 재판관도 보수적 성향으로 분류된다. 

헌재는 통상적으로 매월 4째주 목요일을 위헌심판 선고일로 지정한다. 이선애 재판관이 내년 3월 28일 임기가 종료된다. 이석태 재판관도 내년 4월 16일 정년 퇴임한다. 따라서 빠르면 올해 12월 22일, 늦어도 내년 1월 26일 또는 2월 23일에는 선고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