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쟁이 문화칼럼] 살고 싶은 동네를 만드는 기준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집 우체통으로 배달된 각 정당과 후보자들의 홍보용 팜플렛을 읽어 보면서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 선거 역시 화두는 부동산이다. 그래서인지 다들 공약으로 ‘주택 몇만호 건설’을 내걸어 표심을 현혹한다.

2022-05-24     칼럼니스트 말쟁이

[뉴스엔뷰]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집 우체통으로 배달된 각 정당과 후보자들의 홍보용 팜플렛을 읽어 보면서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 선거 역시 화두는 부동산이다. 그래서인지 다들 공약으로 ‘주택 몇만호 건설’을 내걸어 표심을 현혹한다.

지방선거 유세 모습 사진/ 뉴시스 제공

정치인들은 수도권에 집이 모자르다고 보는 것일까? 물론, 단순히 시장원리로 부동산을 바라보면 주택이 적어서 집값이 오른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시계를 돌려보면 과거 우리는 작은 집에서도 여러 세대가 모여 살며 대가족을 이루었다.

지금 우리는 1인가족 혹은 작은 단위로 보다 넓은 집을 선호하게 됐고, 다세대주택보단 아파트를 선호하기도 하면서 집값이 자연스레 상승했다. 이런 추세는 공급과 수요라는 시장원리에 앞서 하나의 문화라고 봐야 한다. 세대가 나눠지고 그들이 각자도생하며 원하는 집을 찾아 나선 것이 먼저였다.

그런데 지금의 지방선거 후보들의 공약은 하나 같이 단순히 시장원리에 접근해 있다. 수도권에 집값이 비싸니 단순히 주택을 많이 공급하겠다는 공약이 눈에 띈다. 좀 더 디테일한 공약도 보이지만, 이 역시도 세밀하게 들여다보지 않고 공약을 만든 것 같다.

여러 후보가 내세우는 역세권 주택 공급 공약을 예로 들어 보겠다. 역세권 주택은 물론 가치가 높다. 자신이 수도권에 어떤 직장을 구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전철역 인근에 집이 있다면 출퇴근 걱정이 우선 줄어든다. 다만, 이는 온전히 직장 출퇴근을 생각한 주택이다.

역세권 주택이라면 해당 인근 동네는 살기 좋은 환경일까? 전철역 인근이라면 상권발달이 활발해서 생활하기에 편리할 수 있다. 하지만 자녀를 키우는 부부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어린 자녀가 있는 부부라면 도시의 화려한 상가가 많은 동네보단 조용하고 학교가 가까운 동네가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역세권 주택도 누군가에겐 선호하는 곳일 수도, 혹은 누군가에겐 꺼려지는 호불호가 갈리는 주택이다. 단순히 역세권 주택이 부동산 시장에서 값이 높다고 모두가 선호할 것이란 생각이 일방적인 공약을 부추기고 있다.

역시 여러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우는 청년주택도 비슷한 이유로 비판하고 싶다. 청년주택은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이나 사회에 막 취직한 청년이 주택을 구입할 자금이 부족하다는 걱정 때문에 만들어졌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 때문에 저렴한 용지를 찾아 수도권에서 최대한 외곽으로 밀려나서 지어지는 모습을 자주본다.

수도권 외곽에 덩그러니 지어진 청년주택을 보고 있자면 답답한 생각이 든다. 과연 청년들이 구석진 수도권 외곽에 살고 싶어 할까? 오히려 월세를 더 내고 수도권 내에 청년들이 많이 사는 활기찬 동네에서 살고 싶을 것이다.

이렇듯 주택 공급 공약에 있어 빠진 부분은 바로 문화적 감성이다. 간단히 말해 ‘어떤 동네에 주택을 짓겠다’라는 공약이 빠졌다는 것이다. 이는 뒤집어 말하자면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자신이 나선 동네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약 자신이 후보로 나선 동네가 청년들이 모여 사는 동네라고 한다면 청년주택 공급 공약이 타당해 보인다. 비슷한 예로, 그 동네가 초중고가 모여 학습권 형성이 잘 됐다면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공급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이 좋다.

하지만 필자는 후보들에게 주택 공급보다 다른 방식의 공약을 제시하고 싶다. 주택을 새로 짓는 건 지방 정부가 하기엔 너무 많은 예산과 시간이 들어가는 정책이다. 반대로 그 동네에 특성을 이해하고 문화적 가치를 살리면 일종의 살고 싶은 동네로 만들 수 있다.

단순히 청년주택을 짓는 공약보단 청년들이 모이도록 하는 문화를 만드는 편이 훨씬 더 예산이 적게 들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사는 동네를 만드는 것은 간단하다. 그 동네에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이다.

동네 카페에선 청년들의 스터디 모임을, 동네 공원에선 운동 모임을, 동네 술집에선 남녀 간의 헌팅이 오가도록 유도한다. 동네 상권도 약간의 변화가 필요하다. 1인가구를 위해 1인분 판매를 유도하고, 노래방을 코인노래방으로 변화시키며, 코인빨래방과 같은 청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상가도 있으면 좋다.

이런 변화에는 지방 정부의 예산이 크게 들어가지 않는다. 다만, 이런 변화를 공약으로 내세우기 위한 후보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지방 정부의 예산으로 이런 일을 꾸미겠다고 하면 반대하는 여론이 있지 않을까? 하며 걱정하는 즉시 청년주택과 같은 그저 그런 공약만 내세울 뿐이다.

개인적으로 주택 공급 공약은 허상이자 거짓말과 같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살고 싶은 동네를 만들자고 하는 편이 더 솔직하다고 본다. 하지만 어떤 정치인이 멋진 상상력으로 살고 싶은 동네를 만들자고 나설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