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쟁이 문화칼럼] 마스크 좀 벗겠습니다

실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날이 왔다. 지난 2020년 10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실내외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이후 566일 만에 거리두기가 완화된 셈이다. 물론 여전히 실내에선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지만, 이번 실외 마스크 해제는 펜데믹에서 ‘엔데믹(풍토병)’으로 가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겠다.

2022-05-04     칼럼니스트 말쟁이

[뉴스엔뷰] 실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날이 왔다. 지난 2020년 10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실내외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이후 566일 만에 거리두기가 완화된 셈이다. 물론 여전히 실내에선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지만, 이번 실외 마스크 해제는 펜데믹에서 ‘엔데믹(풍토병)’으로 가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겠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 둘째날인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역에서 마스크를 벗은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제공

이제 마스크를 벗는 일상은 우리에게 낯설다. 밖에 나설 때 입이 평소보다 허전하다면 마스크를 깜빡하고 잊은 것이다. 재빠르게 가방에서 마스크를 찾아 입을 가린다. 가방엔 언제나 마스크가 차지하고 있다.

집에 치약 떨어져 가는데, 생수 얼마 안 남았던데, 뭐가 더 부족하더라 등의 장보기 전 기억할 거리에 마스크가 포함됐다. 마스크가 몇 개 남지 않았다면 미리미리 사놓는 습관이 생겼다. 어쩌면 마스크는 생필품이 된 듯하다.

이처럼 마스크는 하나의 문화가 됐다. 이전에 마스크는 봄철 황사가 매우 심하게 한반도를 강타하거나, 중국발 미세먼지가 불어닥칠 경우 착용하곤 했다. 지금은 위생 때문에 일회용 마스크를 쓰지만, 과거엔 추위를 견디기 위해 겨울철 면마스크를 쓴 적도 있다.

이러한 마스크 문화가 과연 사라질까? 이제 마스크를 벗는 단계가 시작된다. 시작은 감염 위험이 적은 외부로, 사람끼리 밀접된 외부가 아닌 곳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 경기장 같은 곳은 여전히 착용해야 하지만, 당장 공원이나 길거리에서 벗어도 무관한 것이다.

사실 코로나19 감염증이 확산되던 2020년 여름에도 정부는 외부에서 마스크를 꼭 쓰지 않아도 된다고 밝히긴 했다. 당시 여름에 마스크를 쓰며 답답함을 호소하던 국민의 항의에 내놓은 답변이었다. 하지만 펜데믹이 지속되면서 마스크에 적응한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조차 마스크를 줄곧 벗지 않으면서 ‘마스크 의무화’는 외부에서도 당연시됐다.

마스크를 벗는 효과에 대해 갖는 기대치는 곳곳에서 관측된다. 당장 기업의 경우는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스크를 벗으면서 화장품과 피부 미용 제품의 판매가 늘 것으로 보이며, 외부 마스크 제한이 없어지면서 외식과 여행 등의 수요도 상승할 예정이다.

마스크 제한 완화의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는 곳은 유통업계다. 최근 유통업계는 미용 제품 판매에 주력을 올리고 있다. 마스크를 벗으면서 화장품 수요가 증가한 것은 물론이며, 시기 역시 5월에 봄나들이를 위해 피부를 가꾸려는 고객이 미용 제품을 찾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여행업계는 내리막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국내여행 수요를 통해 실적을 회복했고, 이제는 해외여행 길이 열리면서 사람들의 ‘보복소비’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맞춰 여행업계에 더해 유통업계에서도 여행상품을 내놓으면서 고객을 맞이하고 있다.

필자는 흔히 먹자골목이라고 하는 술집들이 붐비는 곳 인근에 거주하고 있다. 실외 마스크 해제가 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곳 인근은 이미 저녁 늦게까지 사람들이 붐비고 있다. 다만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벗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 보인다.

아마 곧이어 많은 사람이 밖에서 마스크를 벗고 자유를 즐기지 않을까 싶다. 5월 5일부터 시작되는 샌드위치 휴일을 활용하는 연휴와 맑은 하늘의 초여름 날씨는 마스크를 벗고 활동하기 딱 좋다. 이번 마스크 제한 완화와 시기가 잘 겹쳤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느슨해진 방역을 뚫고 다시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다. 마스크는 최고의 방역수단이었던 만큼, 이것이 땜의 돌을 무너뜨리는 원인이 돼선 안 된다.

이를 위해 방역당국은 실내 마스크 착용을 여전히 지켜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또한 백신 부스터샷 접종을 통해 면역을 강화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자유를 얻기 위해 지켜야 할 것들이 아직 남아 있다.

한편 일부 사람은 마스크를 벗었을 때를 걱정하기도 한다. 이것도 꽤나 재미있는 상황이다. 어떤 사람은 1년에 한 번 꼴로 편도염에 걸렸는데, 펜데믹으로 마스크를 쓰면서부터 약 2년 동안 편도염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니 마스크가 편도염을 예방했을 수 있다며 마스크 벗기를 걱정하고 있다.

또 다른 사람은 치아교정을 위해 교정기를 착용하고 있는데, 마스크 덕분에 가릴 수 있어서 좋다며 자신은 실외에서도 벗지 않을 거라고 한다. 필자는 마스크 때문에 길거리에서 걸어다니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줄어든 것 같아서, 다시 ‘길빵충’이 늘어날까 우려된다.

사실 필자는 펜데믹 초기에 마스크를 쓰는 게 답답해서 코를 내놓고 쓰는 버릇이 있어 주변에서 “똑바로 써라”고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은 마스크가 정말 익숙하고 내 얼굴의 일부가 된 기분이다. 어쩌면 사람들도 마스크를 쓰는 게 더 편해져서 펜데믹이 끝나도 쓰고 다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