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쟁이 문화칼럼]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MBTI’입니다만?
사람들은 MBTI에 너무 맹신하는 시대가 왔다면서 이를 우려하고 있다. 어떤 이는 MBTI를 ‘제2의 혈액형’과 같이 유사과학이라 보고, 누구는 통계나 과학처럼 객관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본다.
[뉴스엔뷰] 최근에 모 취업포털사이트에 어느 기업이 특정 MBTI가 아니면 지원하지 말라는 모집공고를 내면서 논란이 됐다. 사람들은 MBTI에 너무 맹신하는 시대가 왔다면서 이를 우려하고 있다. 어떤 이는 MBTI를 ‘제2의 혈액형’과 같이 유사과학이라 보고, 누구는 통계나 과학처럼 객관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MBTI는 이렇게 논란거리가 되면서도 동시에 인기를 꾸준히 얻고 있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MBTI의 인기는 날로 올라가고 있다. 이제 아이돌 스타의 MBTI는 프로필에 꼭 기재하는 사항이 됐고, 최근 있었던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선수들의 프로필에서도 MBTI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얼마 전에는 MBC 예능프로프램 ‘놀면 뭐하니?’에서 MBTI를 주제로 한 내용의 콘텐츠가 방영됐다. 출연자들은 자신의 MBTI에 따라 팀을 나누고 서로의 성격을 진단하면서 게임을 진행했다. 이정도의 유명세라면 대부분의 현대인은 자신의 MBTI를 대략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MBTI는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 MBTI는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Type Indicator)로, 작가 캐서린 쿡 브릭스(Katharine C. Briggs)와 그녀의 딸 이저벨 브릭스 마이어스(Isabel B. Myers)가 카를 융의 초기 분석심리학 모델을 바탕으로 1944년에 개발한 성격 유형 선호 지표로 알려졌다.
MBTI는 사람의 성향을 4번 나누면서 나오는 총 16가지의 유형으로 성격을 구분한다. 원래 MBTI는 고용시장에서 사람의 성격 유형 검사를 위해 사용됐다고 한다. 그러다 오늘날의 흥미 위주로 발전한 계기는 비공식적인 무료 검사가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MBTI 검사와 교육을 실시하는 곳은 한국MBTI연구소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무료로 하는 인터넷 검사로 자신의 MBTI를 확인한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떠도는 무료 간이 검사는 저작권을 피해서 만든 비공식 MBTI다. 이 때문에 MBTI 끝에 ‘-A’나 ‘-T’와 같은 코드를 붙이는 꼼수를 쓴다.
필자는 유료로 MBTI 검사를 받았는데, 인터넷의 비공식 검사보다 문항이 많고 정교했던 것이 기억난다. 또한, 교육을 받은 지인의 도움으로 MBTI 결과지를 통해 해설을 들을 수 있었다. MBTI의 인기가 늘어나는 만큼, 일반 사람들도 유료 검사를 받고 싶은 니즈가 늘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면 MBTI가 인기를 끈 것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에서 말이다. 요즘은 소개팅을 하면서도 MBTI를 물어보고 주선자가 상대방을 알아봐주곤 한다. MBTI로 궁합을 보는 것이다. 어떤 성격이냐를 물어보는 것보다, 어떤 MBTI를 가졌는지를 물어보는 것이 더욱 쉽고 간편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 특히 동아시아 사람들의 특징은 극단적으로 사회적이고 소속감을 우선시한다. 단순히 말하자면 ‘나보다 사회가 우선’이라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때문에 너무 눈에 띄지 않으려고 평범하게 살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게 한국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도 마음속으로 나 자신을 찾고 싶은 욕구가 숨겨져 있다. 굳이 찾을 수 있다면,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답과 속하고 싶은 사회일 것이다. 기존에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러한 욕구를 충족해왔다.
지금껏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중요하다고 꼽히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자. 학연, 지연, 혈연 등이 중요하다고 내세우지 않았는가? 이러한 것들 역시 내가 누구인지와 내가 속한 사회에 대한 소속감을 일깨워주는 것들이다.
하지만 젊은 MZ세대에선 한국에서만 통하는 ‘로컬룰’이 전혀 흥미롭지 않았을 것이다. MBTI는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각종 밈(Meme)을 만들어 내며 ‘글로벌 스탠다드’로 부상하고 있었다. 게다가 총 16가지나 되는 MBTI는, 과학적 근거도 없는 4종류의 혈액형보다 더욱 근사하게 보이기까지 하다.
간혹 MBTI 얘기를 꺼내면 “그걸 믿냐”라며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한때는 국내에서 혈액형을 갖고 여러 마케팅 열풍이 불었지만, 혈액형에 따라 성격이 결정되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를 믿는 게 바보 취급당하기 일쑤였다. MBTI가 혈액형과 비교가 되기도 하지만, MBTI는 문항에 따라 자신이 답을 쓰고 통계를 내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미신’으로 취급할 대상은 아니다.
다만, MBTI를 너무 과몰입하지 말자는 지적은 전문가들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MBTI는 심리학자나 통계학자가 만든 것이 아니며, 이를 통해 우월한 성격과 열등한 성격을 구분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MBTI를 통해 자신의 성격을 파악하고 강점과 약점을 상호보완할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사실 MBTI 검사를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하루에도 아침과 저녁에 검사 결과가 바뀌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자신의 MBTI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같은 MBTI를 가진 연예인 중에 좋아하는 사람이 한명쯤은 있을 것이다. 정말 심심하다면 MBTI 짤방과 밈을 검색해보자, 나와 같은 MBTI를 검색하면서 몇 번 웃고 즐겼으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내 인생을 살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