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숨은 스토리] 소도시의 새로운 생존 전략…“교도소 오세요”
며칠 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이 들려오자 문득 그의 상징적인 거주지였던 안양교도소가 떠올랐다. 그건 필자가 안양교도소 인근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안양교도소가 있는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은 재개발로 인해 많은 발전을 하면서 지역 숙원사업으로 교도소 이전을 수십년간 주장하고 있다.
[뉴스엔뷰] 며칠 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이 들려오자 문득 그의 상징적인 거주지였던 안양교도소가 떠올랐다. 그건 필자가 안양교도소 인근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안양교도소가 있는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은 재개발로 인해 많은 발전을 하면서 지역 숙원사업으로 교도소 이전을 수십년간 주장하고 있다.
안양교도소는 25년 전 이맘때였던 1995년 12월 3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전두환이 잡혀간 곳으로, 전직 대통령을 구속수감한 역사적인 곳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교도소는 혐오시설로 인식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계속돼왔다.
교도소 인근은 어둡고 높은 건물이 없었으며 불량 청소년들이 배회하는 곳이었다. 필자는 학창시절 안양교도소 인근에서 늦은 밤 홀로 집에 가다가 불량 청소년들을 만나 봉변을 당한 적이 있었으며, 당시 경찰도 그 일대에선 비일비재한 일이라고 말했다. 혐오시설로 낙인 찍힌 교도소는 이전 요구가 계속됐고 매번 선거에서 정치인들은 안양교도소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재밌게도 이처럼 혐오시설로 낙인찍힌 교도소(교정시설)를 원하는 도시도 있다. 주로 소도시가 그렇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생긴 현상인데, 교도소를 지역에 유치해 인구 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노리기 위함이다. 이 때문에 강원도 태백시와 전라북도 남원시가 최근 교도소 유치를 반기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앞서 실컷 다른 도시 이야기를 늘어놓은 상황인데, 이번 칼럼에서 들여다볼 곳은 경상북도 청송군이다. 청송은 앞서 언급한 도시 중에 가장 인구가 적은 소도시로 올해 기준 2만4천여명이 살고 있다. 인구를 가늠해보자면 서울시보다 더 면적이 넓으면서도 잠실야구장 좌석 수보다 인구가 적다.
청송은 과거 1966년에 8만7천명이 살았던 기록이 있다. 그러다 인구가 점점 줄어들었고 2005년 들어 3만명대가 붕괴되어 인구소멸 문제에 직면했다. 사실상 지역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경북의 몇몇 소도시는 낙동강이나 소백산맥을 끼고 있어 관광자원으로 경제기반을 유지하거나, 대구광역시를 접한다면 대구에 기대어 산업단지를 형성해 생존한다. 하지만 청송은 기댈만한 도시나 자원이 없으며, 농업을 위한 평지도 적어 그나마 특산물로 꼽히는 사과를 열심히 팔고 있다.
청송의 암울한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다시 교도소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청송은 교도소에서 희망을 봤다. 교도소를 유치해보니 면회객이 오며 가며 소비를 하고, 교도소 관련 종사자가 청송에 거주하며 주민 수를 늘려줬다.
교도소는 교정공무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일자리를 생산한다. 교도소 내에 시설관리를 위한 일자리, 음식조리를 위한 일자리 등이 지역 주민을 위해 생겨난다. 더 이상 지역 주민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대도시로 나가지 않아도 돼 인구유출을 막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청송은 진보면 일대 작은 마을에 4개나 되는 교도소를 건설했다. 경북북부제1교도소, 경북북부제2교도소, 경북북부제3교도소, 경북직업훈련교도소 등이 있어 거의 ‘교도소 부자 도시’로 군림하고 있다. 이제는 지역 주민과 군수도 교도소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에 확신하고 있다.
최근 청송은 여자교도소를 추가로 건립해달라고 건의하는 중이다. 교도소 건립 주무부처인 법무부에 관련 요청을 꾸준히 하고 있고, 청송은 여자교도소까지 지어서 ‘종합 교정 타운’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청송은 법무연수원의 청송캠퍼스 건립과 교정아파트 추가 건립 등을 건의하고 있다. 이 같은 요구를 할 수 있는 이유도 작은 군에서 4개의 교도소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확실히 청송은 생각의 전환으로 교도소를 통해 많은 이득을 얻었고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된다.
물론 교도소는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에선 여전히 혐오시설이자 골칫덩어리로 인식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서울에선 주변에 고도제한을 막는 교도소를 이전시켜 그 일대를 재개발하고, 교도소 부지는 아파트를 지어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재미있는 현상이다. 같은 시대에 같은 역할을 하는 건물이, 다른 지역이라는 이유로 혐오시설이 되거나 환영받는 시설이 된다니 말이다. 이것이 재개발, 인구소멸, 일자리, 지역경제 등과 같은 각각의 이슈 덕분에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