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락꼬리여우원숭이, 선물 그 자체

알락꼬리는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유명 동물원에 가면 알락꼬리 암컷 여러 마리들이 새끼를 주렁주렁 매달고 다녔다. ‘저거 우리도 좀 있었으면!’ 하곤 했다. 드디어 새로운 원숭이사가  지어지고 세 마리를 어렵게 구해왔다. 그것도 중성화된 수컷으로. 일단 구색만 맞춘 것이다. 

2021-07-02     최종욱 우치동물원 수의사

[뉴스엔뷰] 아무래도 동물원에서 가장 신나는 일은 아마 새로운 새끼 만나는 일일 것이다. 이 엄정한 코로나 시국에도 동물원에서는 오히려, 이 반가운 새 생명들이 무더기로 태어났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란 말을 여기에 써도 어쩌면 어울릴 정도다. 

새끼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알락꼬리여우원숭이.

동물원에 동물이 부족해 보여, 지난해부터 열심히 타 동물원에 구걸하다시피 하여 부지런히 동물들을 보충해 왔다. 전에 없던 새로운 동물들이 들어오는 건 생명이 태어난 것 못지않게 반가운 일이다. 물범 초롱이, 얼룩말 루카, 알락꼬리원숭이들이 그렇게 해서 새로 들여온 녀석들이다. 

그랬더니 녀석들이 전혀 기대치 않은 귀한 선물까지 안겨주었다. 그들이 모두 다 새끼를 낳은 것이다. 특히 물범과 알락꼬리여우원숭이는 우리 동물원에서 최초 출산이었다. 

물범 한 쌍은 그전에도 쭉 있었다. 그런데 한 번도 새끼를 낳은 적이 없다. 수컷에게 능력이 없다고 여겼다. 그러다 암컷이 죽었고 그 자리를 새로 온 초롱이가 매웠다. 물범들은 원래 지극히 평화주의자들이다. 둘이 전혀 싸우지 않고 단방에 합사가 되었다. 

서로 나이 차이가 커 설마 부부가 되리라곤 예상치 못했다. 거의 스무 살 차이라서 아마 인간사회에선 그 배의 나이 차이일 것이다. 그런데 초롱이는 제가 태어난 지 일 년 만에 나이 든 수컷과 짝을 지었고 이년 만에 출산까지 했다. 

그러고도 그녀의 첫 새끼 소망이를 경험 많은 어미처럼 애지중지 정말 잘 키웠다. 주로 북극 근처에 사는 물범들은 한겨울 얼음 위에서 새끼를 낳고 재빨리 키운다. 얼음이 녹기 전에 키워 바다로 데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소망이는 한 달 만에 체중이 열 배로 불었고 젖 대신 물고기를 삼켰다. 정말 대단한 성장 속도였다.

알락꼬리는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유명 동물원에 가면 알락꼬리 암컷 여러 마리들이 새끼를 주렁주렁 매달고 다녔다. ‘저거 우리도 좀 있었으면!’ 하곤 했다. 드디어 새로운 원숭이사가  지어지고 세 마리를 어렵게 구해왔다. 그것도 중성화된 수컷으로. 일단 구색만 맞춘 것이다. 

그러다가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다른 동물원에서 한꺼번에 다섯 마리를 정리한다는 소식이었다. 그 동물원과 부족 동물 상호교환 협약이 되어 있었다굙 과잉상태인 그 동물원이나 잔뜩 굶주린 우리나 서로에게 윈윈이었던 셈이다. 

혹시 딴 곳에 줄까봐 지체 없이 달려가 그들을 데려왔다. 비만한 녀석, 꼬리가 짧은 녀석, 뭐가 몸에 난 녀석도 있었지만 건강하다면 크게 상관없었다. 동물사가 꽉 차니 애들이 정말 활발해졌다. 원래 무리동물인지라 사회가 필요했고 짝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들은 금방 알아서 서로 단짝을 맺고 위계를 형성했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 사육사는 한 녀석에게서 뭔가 배 밖으로 삐죽이 튀어나와 움직이는 걸 발견했다.

‘어 저거 뭐지? 설마 새끼?’ 그랬다. 정말 새끼였다. 그리고 조심스레 다가가자 반대쪽으로 또 한 마리가 머리를 내밀었다. 쌍둥이였다. 

검색해보니 알락 꼬리는 쌍둥이 출산비율이 50% 그리고 일란성일 가능서이 70%였다. 자세히 보니 정말 성별도 같았다. 다시 새로운 동물 지식이 쌓였다.

예전엔 2년이 넘는 코끼리 임신기간도 몰랐고 물범이 그렇게 빨리 성장하는 것도 알락꼬리가 주로 쌍둥이를 출산하는 줄도 전혀 몰랐다.

이래서 호기심 천국인 동물 중독에서 헤어날 길이 없는 것이다. 딴 사람들은 도대체 하루를 어떻게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비가 오면 가장 많이 보이는 동물들은 달팽이, 지렁이, 특히 오뉴월엔 전혀 몰랐던 두꺼비 새끼들의 대이동이 물가에서 가끔 목격된다. 

3월에 난 올챙이들이 다 커서 비가 오면 야간에 단체로 산으로 오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도로를 만나면 손톱 크기만 한 새끼들은 차량에 깔려 대량으로 홀로코스트(대학살)를 당한다. 

이맘때쯤 전국 어디서나 큰물이 있는 곳이면 빚어지는 현상이다. 이런 작은 생명들은 도로와 보도 사이의 낮은 턱마저 넘지 못한다. 큰 생태통로뿐만 아니라 작은 생태통로가 필요한 이유이다. 

작은 것에 대한 배려는 우리 자신도 살리는 일이다. 측은지심이 없는 사회는 분자화된 소시오패스들만 넘쳐난다. 어떤 심리학자는 좋은 말로 ‘소시오패스’라고 부르는 이들을 대놓고 ‘악인들’이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선한 타인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고도 모른 척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