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성희롱 사건, 진실공방 ‘점입가경’
2012-04-02 성지원 기자
[뉴스엔뷰 동양경제] 고려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여학생들이 현직 지도교수에게 상습적으로 성희롱을 당했다는 주장을 제기한 가운데 해당교수가 이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번 성희롱 논란은 지난 19일 일반대학원 총학생회가 학내에 대자보를 붙이며 일었다.
대자보에서 총학생회 측은 "H교수가 모텔에 편의시설이 잘 돼 있어서 그런 곳에서 논문지도를 하면 좋을 것 같다"며 “모텔에서 논문지도를 종용했다”고 밝혔다.
또한 "찢어진 청바지 사이로 손을 넣고 싶지 않냐"며 "허벅지를 쓰다듬고 뒤에서 허리를 감싸 안는 등 노골적인 성추행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학생들은 현재 고려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Y씨(56)와 S씨(36)로 이 대학에서 시간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H교수는 “수준 미달의 박사논문을 통과시켜 주지 않는 지도교수를 음해하기 위한 모략”이라며 “학생들에게 모텔에 가자고 말을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피해자들이 자신의 약점을 잡기 위해 “중국 여행에서 성매매를 권유했다”며 사건의 배후로 피해자 Y의 전 지도교수인 P씨를 거론했다.
H교수에 따르면 배후로 지목된 P교수는 지난해 9월께 논문 표절로 직위가 박탈되었다가 올해 3월 복권된 인물로 “P교수의 논문 표절을 고발한 사람이 바로 나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P교수가 앙심을 품고 배후에서 사건을 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측은 이 같은 H교수 측 주장에 대해 “황당무계하고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오히려 H교수가 이미 P교수의 제자였던 피해자 Y씨에게 이전부터 다른 제자를 통해 “나한테 왔으면 너무 좋았는데” 등 말을 하며 P교수를 떠나 자신의 제자로 들어오라고 끊임없이 설득해왔다는 것이다.
피해자 Y씨는 “이후 P교수가 논문 표절 의혹으로 수업을 못하게 되자 어쩔 수 없이 H교수 지도를 받게 됐을 뿐”이라며 “당시 P교수에게 자신의 거취문제를 상담하는 메일을 보낸 것 말고는 그 이후에도 연락한 일조차 없다”고 밝혔다.
자신들이 성매매를 권유했다는 H교수 측 주장에 대해서는 H교수가 여행사에서 옵션으로 추가해 간 마사지업소에 대해 “여자가 너무 못생겼다"며 불만을 제기해 “다른 곳은 얼마 정도 하느냐고 가이드에게 가격을 물어본 적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H교수의 성희롱 문제는 모든 대학원생들이 알고 있는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교내 양성평등센터에 H교수를 성희롱으로 고발한 피해 여학생이 한명 더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H교수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현재 피해자들을 성매매 혐의로 고발할 수 있는지 법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H교수 측과 피해자들 주장이 첨예하게 맞물리면서 사건이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고려대 측은 “양성평등센터에서 자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조사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어떤 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고려대에서는 2010년에도 수학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었던 고 정인철 교수가 여조교를 성희롱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