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현업 언론인 5623명이 23일 시국선언을 했다. 통상 ‘기레기(기자+쓰레기)’로 통칭되는 것에 대해 반성을 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세월호 참사 이후 언론을 신뢰하지 못한 우리 사회에 대한 언론인들의 반성문이라고 할 수 있다.

63개 언론사 소속 언론인 5623명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아울러 23일자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서울신문 등 일간지에 시국선언문을 전면광고로 낼 예정이다.

시국선언문에서 “취재를 통한 사실 확인보다는 정부의 발표를 받아쓰기에 급급한 나머지 오직 진실규명을 바라는 국민들의 한결같은 바람을 저버리고 말았다”면서 “슬픔에 빠진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위로는커녕 망언을 내뱉는 공영방송 간부라는 사람들의 패륜적인 행태도 막아내지 못했다”며 언급했다.

시국선언문은 “대한민국 언론은 죽었다. 죽은 언론의 주인은 국민이 아니라 대통령이고 죽은 언론은 오직 권력자를 향한 해바라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규정했다.

이어 “이제 언론의 사명을 훼손하려는 모든 시도에 맞서 단호히 저항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청와대의 방송장악 보도통제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책이 마련될 때까지 우리는 가만히 있지 않고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언론이 존재해야 하는 유일한 이유, 오직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정진하겠다. 그것이 세월호와 함께 속절없이 스러져간 희생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우리에게 부여된 영원한 사명”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언론인 시국선언문 전문.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한 달이 넘게 지났습니다. 지난 한 달 여 동안 대한민국은 함께 침몰했습니다. 그리고 정확성, 공정성, 독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언론의 사명 또한 침몰하고 말았습니다. 사건 당일 '전원 구조'라는 언론 역사상 최악의 대형 오보를 저질러 실종자 가족들을 비롯한 전 국민을 충격과 분노에 빠뜨렸습니다. 취재를 통한 사실 확인보다는 정부의 발표를 받아쓰기에 급급한 나머지 오직 진실규명을 바라는 국민들의 한결같은 바람을 저버리고 말았습니다.

슬픔에 빠진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위로는커녕 망언을 내뱉는 공영방송 간부라는 사람들의 패륜적인 행태도 막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공영방송 KBS의 보도를 좌지우지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길환영 사장도 아직 쫓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청와대의 보도통제 의혹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박 대통령으로부터 진상규명에 대한 어떤 약속도 받아내지 못했습니다.

대한민국 언론은 죽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이미 한참 전에 죽어버린 언론의 모습을 드러내는 하나의 계기였을 뿐입니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고, 언론의 존재이유는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에게 정확하고 공정하게 사실을 알려주기 위함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언론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게 되었습니다. '죽은 언론'의 주인은 국민이 아니라 대통령이고 '죽은 언론'은 오직 권력자를 향한 해바라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국민 여러분께 정말 죄송합니다. 막말하는 간부도, 대통령만 바라보고 가는 사장도 막아내지 못했습니다. 권력이 언론을 손에 쥐고 휘두르려 하는데도 목숨 걸고 저항하지 못했습니다. 국민의 눈과 귀와 입이 되지는 못할망정 국민의 눈과 귀와 입을 가리는 데 일조하고 말았습니다. 방송을 장악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말도 지지부진하기만 했던 국회의 방송공정성 논의도 이행하도록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살려내겠습니다. 언론의 사명을 훼손하려는 모든 시도에 맞서 단호히 저항하겠습니다. 청와대의 방송장악 보도통제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책이 마련될 때까지 우리는 가만히 있지 않고 행동할 것입니다. 언론이 존재해야 하는 유일한 이유, 오직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정진하겠습니다. 그것이 세월호와 함께 속절없이 스러져간 희생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우리에게 부여된 영원한 사명입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2014년 5월 22일 현업 언론인 시국선언 참가자 일동

※ 시국선언 참여자 현황

< 경향신문 332명 > < 국민일보 26명 > < 서울신문 122명 > < 스포츠서울데일리 38명 > < 연합뉴스 63명 > < 한겨레 495명 > < 헤럴드미디어 10명 > < 전자신문 31명 > < 경남도민일보 34명 > < 경남신문 5명 > < 부산일보 42명 > < 인천일보 9명 > < 구로타임즈 1명 > < 보은사람들 1명 > < 옥천신문 11명 > < 충청리뷰 9명 > < 울산저널 3명 > < 오마이뉴스 17명 > < 한국농어민신문 30명 > < 미디어오늘 18명 > < 미디어스 6명 > < 한국기자협회 1명 > < 시사인 44명 > < 아리랑국제방송 10명 > < CBS 151명 > < EBS 55명 > < EBS미디어 17명 > < KBS 1179명 > < MBC서울 350명 > < 강릉MBC 24명 > < 광주MBC 49명 > < 대구MBC 97명 > < 대전MBC 37명 > < 경남MBC 72명 > < 목포MBC 29명 > < 부산MBC 51명 > < 삼척MBC 25명 > < 안동MBC 30명 > < 여수MBC 35명 > < 울산MBC 21명 > < 원주MBC 24명 > < 전주MBC 46명 > < 제주MBC 36명 > < 포항MBC 20명 > < 청주MBC 30명 > < 춘천MBC 32명 > < 충주MBC 28명 > < SBS 1032명 > < YTN 144명 > < 경기방송 9명 > < OBS 93명 > < CJB청주방송 62명 > < G1강원민방 48명 > < JIBS제주방송 55명 > < JTV전주방송 44명 > < KBC광주방송 76명 > < KNN 57명 > < TBC대구방송 85명 > < TJB대전방송 30명 > < ubc울산방송 63명 > <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15명 > < 스카이라이프 8명 > < 언론노조 사무처 7명 > 총 63개사 562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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